"美, 北핵보유국 지위 잊어선 안돼…압박에 강력한 대응 조치로 맞설 것"
러 극동개발장관과 양국 경제협력 논의…러측 "北 제안 검토한 뒤 답할 것"


북한도 한국, 러시아 등과의 남·북·러 3각 경제협력에 반대하지 않지만 지금은 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장이 7일(현지시간) 밝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북한 대표로 참석한 김영재 대외경제상은 이날 포럼 전체 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남·북·러 3각 협력 재개를 제안한 것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김 경제상은 "우리는 3각 협력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이 사업을 이행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의 압력에 강력한 대응 조치로 맞설 것이란 경고도 했다.

그는 "미국이 모든 선택 옵션들을 갖고 있다고 허풍을 떨고 유례없는 공격적 제재와 압박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물러나게 하려 시도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핵폭탄과 수소폭탄, 대륙간탄도로켓(ICBM)을 보유한 우리 공화국의 지위를 잊어서는 안된다"면서 "우리는 미국의 야만적 음모와 압박에 우리식의 강력한 대응 조치로 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경제상은 또 "현재 우리가 대륙간탄도로켓 탑재용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한 것과 관련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공화국에 대한 비난과 제재 강화를 위한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구상 어디에서도 적대세력의 압력을 가차 없이 물리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기 위한 강력한 핵 억지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국가들이 동방경제포럼을 대북 제재 촉구의 장으로 이용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과 일본 대표단이 순수하지 않은 정치적 목적으로 포럼을 이용하려는 시도와 조선(북한)의 핵억지력 강화와 같은 자위수단을 공격하는 것을 강하게 비난한다"고 말했다.

북한 대표단의 이러한 비난 발언은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시험 도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고강도 대북 제재를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대북 원유공급 중단, 북한의 섬유수출금지,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등을 골자로 한 대북 제재 결의안을 안보리에 제출하고 11일 표결을 추진 중이다.

결의안이 안보리에서 채택되려면 러시아·중국 등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9개 이사국의 찬성이 필요하다.

북한 대표단은 앞서 포럼에서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과 회담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외경제상과 갈루슈카 장관은 북-러 경제공동위원회 양측 위원장을 맡고 있다.

갈루슈카는 "여러 문제를 조율했다"면서 특히 "최근 이루어진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이 양국 통상경제 협력에 몹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강조하고 북한의 자제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관련 결의들이 규정한 틀 내에서 북한과의 협력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전제한 뒤 "북한은 포럼에서 여러 방면에 걸친 제안을 했으며 우리는 이 제안들을 검토할 것이고 그 뒤 북한 측에 역제안을 전달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갈루슈카는 그러나 북한 측 제안 내용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북한은 이번 포럼에 김영재 대외경제상을 포함한 3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