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엔터테인먼트의 실습형 채용 프로그램 '필더 토스트'는 지원자들이 직원들과 하루 동안 회사 생활을 함께 하며 면접을 보는 방식이다.
 필더 토스트에 참가한 지원자들이 사내 피트니스센터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 사진=NHN엔터 제공
NHN엔터테인먼트의 실습형 채용 프로그램 '필더 토스트'는 지원자들이 직원들과 하루 동안 회사 생활을 함께 하며 면접을 보는 방식이다. 필더 토스트에 참가한 지원자들이 사내 피트니스센터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 사진=NHN엔터 제공
"지원자가 회사 선배들과 똑같이 출근해 하루 일과를 함께 하는 게 신선했다. 무엇보다 과제의 잘한 점, 개선할 점을 조목조목 들을 수 있어 좋았다."(NHN엔터 공채 3기 박정환씨)

"왜 많은 정보기술(IT) 회사에서 협업을 잘하는 주니어 개발자들을 원하는 지 깊이 공감하게 됐다."(우아한테크캠프 1기 김다인씨)

신입 개발자 채용에 나선 IT 업계가 이색 전형을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하반기 취업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블라인드 채용'과 함께 인재를 가려내기 위한 다양한 관문들이 등장하고 있다. 실력있는 개발자를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직접 키워보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도 있다.

이들 기업은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되는 개발자 직무 특성상 '스펙'이 아닌 실력을 보는 게 당연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서야 산업계 전반에서 블라인드 채용이 뜨고 있지만, IT 업계에서는 학력이나 인적사항을 보지 않고 코딩 능력만으로 개발자를 뽑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의 교육형 인턴십 프로그램 '우아현테크캠프'는 참가자들에게 실무진과의 멘토링, 협업 기회 등을 제공한다. /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우아한형제들의 교육형 인턴십 프로그램 '우아현테크캠프'는 참가자들에게 실무진과의 멘토링, 협업 기회 등을 제공한다. /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서류 문턱 낮추고, 코딩시험 기회 늘리고

합병 후 첫 신입 개발자 공개채용에 나선 카카오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하며 서류전형을 폐지했다. 누구나 학력 경력 나이 성별 등을 기입하지 않고 코딩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코딩 시험은 온라인으로 2차례, 오프라인에서 1차례 실시된다. 카카오 측은 "스펙보다 성장 가능성과 창의성 등이 뛰어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류심사는 있지만 기재 항목을 최소화하고 서류 문턱을 대폭 낮춘 회사들도 있다.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부터 원서에 신체정보, 결혼여부, 가족관계, 종교 등 인적사항과 관련된 기입란을 없앴다. 채용 과정에 불필요한 편견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처음부터 배제한다는 취지에서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부터 서류 다음 전형에 온라인 코딩 시험을 도입했다. NHN엔터 관계자는 "서류 전형이 있기는 하지만 일정 부분 지원 자격만 갖추면 대부분 온라인 시험을 볼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HN엔터는 자사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수천명이 동시에 온라인으로 시험을 볼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NHN엔터테인먼트 공채 지원자들이 실무자들로부터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있다. / 사진=NHN엔터 제공
NHN엔터테인먼트 공채 지원자들이 실무자들로부터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있다. / 사진=NHN엔터 제공
◆근무 체험 면접에 '가르쳐주는' 인턴십도

보다 효과적인 '탈(脫) 스펙' 심사와 채용을 위해 다양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NHN엔터는 코딩 시험을 통과한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1일 근무 체험 면접인 '필더토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원자는 선배 직원들과 같은 시간에 출근해 자리를 배정받고 하루 동안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NHN엔터 관계자는 "지원자 입장에서는 떨어지더라도 현장에서 실무자에게 직접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올해 기존 인턴십 프로그램을 개편해 선보인 '우아한테크캠프'는 근무 평가가 아닌 교육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좋은 개발자를 기다리지만 말고 직접 육성해보자는 생각의 전환에서 출발했다.
우아한테크캠프 참가자들이 직접 기획·개발한 서비스를 우아한형제들 직원들 앞에서 선보이고 있다. /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우아한테크캠프 참가자들이 직접 기획·개발한 서비스를 우아한형제들 직원들 앞에서 선보이고 있다. /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우아한테크캠프는 참가자들에게 2개월 간 월 150만원의 급여를 주면서 전문 기술 교육과 개발 장비, 실무자들과의 협업 기회도 제공한다. 채용 연계형 인턴십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등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마무리된 우아한테크캠프 1기에는 총 24명이 프로그램 과정을 마쳤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당장의 입사보다 성장을 통해 실력을 키우고 싶은 대학생들이 많이 지원했다"며 "올해가 1기였는데 경쟁률이 20대 1에 달할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