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 파업에 신인 가수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시작한 KBS·MBC 파업으로 가요 프로그램이 잇달아 차질을 빚어서다.

매주 토요일 방송되는 MBC 음악방송 ‘쇼! 음악중심’은 9일 결방한다. KBS ‘뮤직뱅크’는 7일 방영됐으나 다음주에도 정상적으로 방송될지는 미지수다. 명절 단골 특집 프로그램인 MBC의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아육대)는 두 차례 잡아놓은 녹화 일정이 파업으로 연기됐다. 수십 개 팀의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 아육대 특성상 녹화 연기는 사실상 제작 중단으로 봐도 무방하다.

TV뿐만 아니라 라디오 방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는 정규 코너가 사라지고 청취자 사연으로만 방송을 구성하고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MBC 표준FM ‘별이 빛나는 밤에’는 진행자 없이 음악만 나가고 있다.

이 같은 무더기 결방 사태에 가장 속이 타는 건 신인 가수들이다. TV 음악방송과 라디오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신인에게 문을 넓게 열어 놓는 편이다. 한 번이라도 더 미디어에 노출돼 이름과 노래를 알리는 것이 중요한 신인 가수들에게 결방 사태는 치명적이다.

특히 음악방송은 방송이 끝난 뒤 온라인에 짧은 영상 콘텐츠로 재생산되기 때문에 신인가수들로선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2일 방송된 ‘음악중심’에서 신인 가수 정세운의 무대 영상은 1주일 만에 약 11만 뷰(네이버TV 기준)를 돌파했다. 지난달 23일 신곡을 발표한 그룹 프리스틴의 영상은 약 4만3000뷰를 기록했다. 이날 방송에서 워너원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선미의 무대 영상이 17만 뷰인 것과 비교하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더욱이 노조와 사측 간 대립이 심화하면서 사태 해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파업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데뷔한 한 아이돌 그룹 관계자는 “의욕적으로 새 앨범을 준비했는데 방송사 파업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며 “케이블 방송 출연이나 공연 등 다른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가장 큰 홍보 채널이 막힌 건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고 울상을지었다.

윤준필 한경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