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씨엔씨 '꼼수 증자' 논란
한 사모펀드(PEF)가 상장 기업을 인수한 뒤 대규모 공모증자를 단행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저가 화장품브랜드인 ‘미샤’의 운영업체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한 IMM프라이빗에쿼티(PE) 얘기다. IMM PE는 에이블씨엔씨 주주를 대상으로 15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하지만 신주 할인율이 이례적으로 낮고, 자금 사용처가 불분명해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8일 에이블씨엔씨는 유가증권시장에서 6.45%(1150원) 떨어진 1만6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2.10% 급락한 데 이어 연일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이틀 전 장 마감 후 발표된 1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여파다.

커피전문점 할리스를 인수해 고성장을 이끈 IMM PE를 믿고 에이블씨엔씨에 투자한 주주들의 상실감은 크다. 이들은 4개월 전 IMM PE가 에이블씨엔씨 주식을 주당 2만9500원에 공개매수했을 때도 상당수가 응하지 않았다. 이날 주가는 공개매수가의 절반까지 떨어진 수준이다.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신주 가격(1차 예정가) 1만8450원도 밑돌고 있다.

IMM PE는 에이블씨엔씨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설투자 등을 하려는 목적으로 유상증자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IMM PE 관계자는 “할리스 인수 때와 마찬가지로 직영점을 늘리고 브랜드 리뉴얼에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당장은 아니지만 중기적으로 인수합병(M&A) 대상도 물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작년 말 기준으로 에이블씨엔씨가 1100억원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상증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췄다.

주주들 사이에선 에이블씨엔씨 지분을 확대하기 위한 IMM PE의 ‘꼼수 증자’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IMM PE는 지난 공개매수 때 보유 지분을 최대 90% 초반까지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57.25%만 확보하는 데 그쳤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주주배정 증자는 신주 발행가에 대한 할인율 제한이 없는데도 이번 증자 할인율은 7%에 불과하다”며 “자진 상장폐지를 원하는 PEF의 속성상 실권주를 최대한 많이 발생시켜 지분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도 담겨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