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판사 의심스럽다' 노골적 비난…법조계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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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 'KAI 비리' 잇단 영장기각…법원을 적폐로 몰아간 검찰
서울중앙지검, 인신공격성 반박…"최근 영장판사 바뀌고 난 이후
잇단 영장기각 납득할 수 없어…법 이외 요소 있는지 의구심도"
법원 "검찰 제정신 차릴 때"…"수사 필요성 앞세운 영장 요구는
헌법·형사소송법 원칙 어긋나…판사 비난은 도 넘은 행태"
서울중앙지검, 인신공격성 반박…"최근 영장판사 바뀌고 난 이후
잇단 영장기각 납득할 수 없어…법 이외 요소 있는지 의구심도"
법원 "검찰 제정신 차릴 때"…"수사 필요성 앞세운 영장 요구는
헌법·형사소송법 원칙 어긋나…판사 비난은 도 넘은 행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법원의 연이은 구속영장청구 기각을 원색적인 말로 공개 비난하고 나섰다. 영장기각 사유를 반박하기보다 사실상 사법부를 적폐세력으로 모는 듯한 거친 표현을 동원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영장기각 판사가 법 외의 다른 요인을 고려하는 듯하다는 식의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했다. 대검찰청과 사전 협의되지 않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사진)의 단독 행동이라는 점도 충격파를 키우고 있다.
◆영장기각 판사에 대한 노골적 비난
서울중앙지검은 8일 오전 ‘국정농단 사건 등에 대한 일련의 영장기각 등과 관련된 입장’이라는 이례적인 반박자료를 내고 법원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앞서 이날 새벽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관련한 국정원 퇴직자 모임 전·현직 간부의 구속영장 두 건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취업 비리 관련 KAI 임원에 대한 영장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3차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불만을 제기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던지 서울중앙지검 명의의 공개성명서를 낸 것이다. 입장문에서 검찰은 “지난 2월 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새로운 영장전담 판사들이 배치된 이후 우병우·정유라·이영선·국정원 댓글 관련자·KAI 관련자 등 주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한 국민이익과 사회정의에 직결되는 핵심 수사의 영장들이 거의 예외없이 기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판에 출석한 특별검사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은 물론 통신영장, 계좌영장까지 기각해 공범 추적을 불가능하게 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영장전담 판사들에 대한 문제 제기도 했다. 검찰은 “일련의 영장기각은 이전 판사들의 판단 기준과 매우 다른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정농단이나 적폐청산 등과 관련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검찰의 사명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주장했다.
판사들이 의심스럽다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포함됐다. “국민들 사이에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검찰은 “굴하지 않고 국정농단이나 적폐청산 등과 관련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현재의 사명을 수행하겠다”고 글을 마무리지었다.
◆“법원을 적폐로 모는 정치적 행동”
검찰이 영장 판사들을 정면 ‘저격’한 데 대해 법원과 법조계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또 다른 요소의 작용’이라는 표현은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과 도전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국민이익과 사회정의에 직결되는’ 사건 수사를 영장전담 판사들이 막고 있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상 법원을 적폐세력으로 모는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검찰이 영장 결과를 두고 불만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이런 식의 노골적 비판은 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사법부 신뢰 전체를 흔드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현직 판사는 “‘또 다른 요소’를 언급하는 검찰을 보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며 “검찰이 제정신을 차릴 때”라고 지적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법원은 이날 오후 형사공보관실 명의로 반박문을 발표했다. 법원은 “개별 사안에서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 등 구속사유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수사의 필요성만을 앞세워 구속영장이 발부돼야 한다는 논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어긋난다”며 “영장전담 법관이 바뀌어 구속영장 발부 여부나 결과가 달라졌다는 등의 서울중앙지검 측 발언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불필요하거나 도를 넘어서는 비난과 억측이 섞인 입장을 (검찰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매우 부적절하다”며 “향후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는 저의가 포함된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여론몰이로 법원을 압박하며 정치를 하고 있다는 취지다. 한 검찰 출신 대형 로펌 변호사는 “검찰이 구체적인 사실을 들어 반박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부실수사의 책임을 법원으로 떠넘기는 것”이라며 “수사 편의를 위해 구속을 밀어붙이는 행태 자체가 사라져야 할 적폐”라고 말했다.
고윤상/이상엽 기자 kys@hankyung.com
◆영장기각 판사에 대한 노골적 비난
서울중앙지검은 8일 오전 ‘국정농단 사건 등에 대한 일련의 영장기각 등과 관련된 입장’이라는 이례적인 반박자료를 내고 법원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앞서 이날 새벽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관련한 국정원 퇴직자 모임 전·현직 간부의 구속영장 두 건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취업 비리 관련 KAI 임원에 대한 영장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3차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불만을 제기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던지 서울중앙지검 명의의 공개성명서를 낸 것이다. 입장문에서 검찰은 “지난 2월 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새로운 영장전담 판사들이 배치된 이후 우병우·정유라·이영선·국정원 댓글 관련자·KAI 관련자 등 주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한 국민이익과 사회정의에 직결되는 핵심 수사의 영장들이 거의 예외없이 기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판에 출석한 특별검사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은 물론 통신영장, 계좌영장까지 기각해 공범 추적을 불가능하게 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영장전담 판사들에 대한 문제 제기도 했다. 검찰은 “일련의 영장기각은 이전 판사들의 판단 기준과 매우 다른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정농단이나 적폐청산 등과 관련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검찰의 사명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주장했다.
판사들이 의심스럽다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포함됐다. “국민들 사이에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검찰은 “굴하지 않고 국정농단이나 적폐청산 등과 관련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현재의 사명을 수행하겠다”고 글을 마무리지었다.
◆“법원을 적폐로 모는 정치적 행동”
검찰이 영장 판사들을 정면 ‘저격’한 데 대해 법원과 법조계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또 다른 요소의 작용’이라는 표현은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과 도전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국민이익과 사회정의에 직결되는’ 사건 수사를 영장전담 판사들이 막고 있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상 법원을 적폐세력으로 모는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검찰이 영장 결과를 두고 불만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이런 식의 노골적 비판은 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사법부 신뢰 전체를 흔드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현직 판사는 “‘또 다른 요소’를 언급하는 검찰을 보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며 “검찰이 제정신을 차릴 때”라고 지적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법원은 이날 오후 형사공보관실 명의로 반박문을 발표했다. 법원은 “개별 사안에서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 등 구속사유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수사의 필요성만을 앞세워 구속영장이 발부돼야 한다는 논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어긋난다”며 “영장전담 법관이 바뀌어 구속영장 발부 여부나 결과가 달라졌다는 등의 서울중앙지검 측 발언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불필요하거나 도를 넘어서는 비난과 억측이 섞인 입장을 (검찰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매우 부적절하다”며 “향후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는 저의가 포함된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여론몰이로 법원을 압박하며 정치를 하고 있다는 취지다. 한 검찰 출신 대형 로펌 변호사는 “검찰이 구체적인 사실을 들어 반박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부실수사의 책임을 법원으로 떠넘기는 것”이라며 “수사 편의를 위해 구속을 밀어붙이는 행태 자체가 사라져야 할 적폐”라고 말했다.
고윤상/이상엽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