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숲속의 버터' 아보카도
영양가 높고 맛 좋고 건강식으로도 주목받는 ‘슈퍼 푸드’. 열대과일 아보카도가 웰빙 식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올 들어 값이 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보카도 소매가격은 올 1분기에만 35% 올라 개당 1.2달러를 넘었다. 도매가격은 7월 중순 이후 75%나 치솟았다. 미국과 멕시코 등의 농장에서는 일손이 모자라 밤을 새울 정도라고 한다.

아보카도 원산지는 멕시코로 알려져 있다. 기후가 비슷한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도 많이 자란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에 농장이 있다. 심은 지 5~10년 만에 수확하는데 병충해에 약한 게 단점이다. 어원인 ‘아후아카티(ahuacati)’는 아즈텍어로 고환을 뜻한다고 한다. 열매 두 개가 달려 있는 모습에서 유래한 이름인데 정력에 좋다는 속설도 여기에서 나왔다.

단백질을 비롯해 11종의 비타민, 미네랄 등이 풍부해 영양가 1위 과일로 꼽힌다. 혈압을 조절하는 칼륨이 열대과일 중 가장 많아 고혈압,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100g당 열량은 177㎉나 되지만 당분은 2.7g밖에 안 돼 당뇨병 환자에게도 좋다. 지방의 85%가 혈관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인 것 또한 장점이다. 기름은 식용유와 화장품 재료로 쓰인다.

잘 익은 과육은 노란색을 띠며 버터 맛이 난다. 그래서 ‘숲속의 버터’로 불린다. 식감이 부드러워 멜론이나 바나나와 비슷하다. 일본 초밥이 서구에 진출했을 때 날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서양인에게 대체재로 인기였다. 쌀과 궁합도 잘 맞아 캘리포니아롤에 많이 쓰인다. 채식주의자들의 육식 대용으로도 최고다.

최근 미국 화학학회 학술회의에서 아보카도 씨의 껍질에 항암 성분이 많이 담겨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뒤 각국 수요가 급증했다. 항산화 성분으로 심장 질환까지 예방한다는 소식에 찾는 사람이 더 늘었다. 학자들은 “아보카도 씨를 둘러싼 껍질에 악성 종양은 물론 혈중 지방 축적을 막아주는 영양분이 많다”며 “씨 껍질을 버리지 말고 최대한 활용하라”고 권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10년간 수입량이 10배나 늘었다. 도야마(富山) 중앙식물원이 ‘세계에서 제일 영양가가 높은 식물’이라고 소개한 것이 기폭제였다. 최대 생산국인 멕시코에서 수입해 가격 변동은 그리 심하지 않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비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수입량의 70% 이상은 미국에서 들여온다. 그동안 한 개에 2000~3000원이면 살 수 있었는데, 산지 가격이 올랐으니 수입가도 덩달아 뛸까 봐 걱정이다. 그래도 망고보다는 싸다는 게 작은 위안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