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돌풍' 키즈 콘텐츠, 선정성 등 유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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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동영상 제재 틀 없어…"전문가 사후 비평 강화해야"
#1 다섯 살 남자아이를 키우는 주부 정모(35)씨는 아이가 스마트폰으로 장난감 리뷰 방송을 볼 때마다 골치를 앓는다.
방송에 나온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쓰기 때문이다.
정씨는 "아이가 장난감 리뷰를 너무 좋아해 안 보여줄 수는 없지만, 광고인지 볼거리인지 어른이 봐도 헷갈릴 정도라 난감하다"고 했다.
#2 여섯 살 여자아이를 키우는 회사원 박모(40)씨는 최근 딸이 즐겨 보는 '인터넷 키즈 예능'을 같이 시청하다 기겁했다.
재미있는 표정을 만든다며 아이들이 서로 스타킹을 얼굴에 뒤집어씌우다 목이 졸릴 뻔한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박 씨는 "'이런 장난을 하다가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경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판단력이 미숙한 아이에게 보여줄 영상이 아닌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모바일 시대에 부상하는 어린이용 동영상(키즈 콘텐츠)의 명암이 갈리고 있다.
인기만큼 상업성·유해성 논란이 커지는 것이다.
엄격한 심의·모니터링을 거치는 TV 어린이 프로그램과 달리 인터넷과 앱(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으로 유통되는 키즈 콘텐츠는 국내에서 가이드라인 수준의 규제도 없다.
10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키즈 콘텐츠는 2014년께부터 스마트폰 기반으로 성장 가도를 달렸다.
언제 어디서나 보는 편의성이 뛰어났고 새 장난감을 뜯어보는 리뷰와 일상 놀이를 가르쳐주는 예능 등 참신한 형식을 선보인 덕이다.
키즈 콘텐츠는 2000년대부터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었던 지상파 TV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했다.
한 지상파 방송국의 관계자는 "유치원과 학원으로 바빠진 요즘 아이의 생활습관 변화를 종전 TV가 잘 따라가지 못했고, 콘텐츠 혁신 면에서 뒤처졌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와 카카오 등 국내외 인터넷 플랫폼(기반 서비스) 기업은 키즈 콘텐츠 육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기 때문에 트래픽(사용자) 유입 효과가 좋고 미래 고객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35개국에서 운영되는 유튜브의 어린이 서비스인 '유튜브 키즈'는 현재 글로벌 사용자가 매주 1천100만명에 달한다.
인터넷 방송 사업자인 CJ E&M의 '다이아TV'는 자사 파트너 채널의 최근 4년간 누적 조회 수 253억회를 장르별로 분석한 결과 키즈 분야의 비중이 34.5%에 달해 게임(26.1%)을 앞지르고 1위였다고 최근 밝혔다.
이처럼 키즈 콘텐츠는 급속 성장하고 있지만 그만큼 우려도 커지고 있다.
키즈 콘텐츠는 전문 제작사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작품을 올릴 수 있어 상업성·폭력성 등 면에서 논란이 일어날 위험성이 TV보다 훨씬 크다.
플랫폼 사업자가 제3자인 콘텐츠 공급자(CP)에 내용 때문에 미리 개입을 하기 어려운 것도 맹점이 될 수 있다.
KAIST의 정재민 교수(언론학)는 "다양한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유통되는 인터넷의 특성상 TV처럼 모든 내용을 심의해 유해 사례를 사전 근절하자는 발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말썽을 일으킨 콘텐츠를 사후 단속할 방법이 딱히 없다는 것도 문제다.
키즈 콘텐츠는 수년 전만 해도 존재감이 극히 미미했던 만큼, 규제 당국에 아직 낯선 대상이다.
'키즈 콘텐츠에 이런 내용을 내보내는 것은 금물' 정도의 최소 가이드라인도 마련된 적이 없다.
인터넷 콘텐츠 감시를 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관계자는 "몰래카메라(몰카) 동영상 등 음란 콘텐츠 단속에도 인력이 모자란다.어린이 콘텐츠까지 찾아볼 여력이 안 된다"고 했다.
IT 업계 등에서는 대안 논의가 활발하다.
사용자 신고를 통해 자정력을 강화하자는 제안이 대표적 예다.
유튜브 키즈는 앱(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에서 아이의 보호자가 해로운 콘텐츠를 차단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부모가 최상의 모니터링 요원이라는 논리를 따른 셈이다.
키즈 콘텐츠에 관한 사후 비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아동 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위원회가 꾸준히 유해 사례를 발굴해 사회적 경각심을 키우면 그만큼 불량 콘텐츠가 퍼질 여지가 적어진다는 얘기다.
이화여대 엄정애 교수(유아교육학)는 "모든 문제 동영상을 차단할 수는 없겠지만, '좋은책 선정' 캠페인처럼 모범 사례를 부각하고 반대로 꼭 퇴출해야 할 콘텐츠를 꼽아주면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
방송에 나온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쓰기 때문이다.
정씨는 "아이가 장난감 리뷰를 너무 좋아해 안 보여줄 수는 없지만, 광고인지 볼거리인지 어른이 봐도 헷갈릴 정도라 난감하다"고 했다.
#2 여섯 살 여자아이를 키우는 회사원 박모(40)씨는 최근 딸이 즐겨 보는 '인터넷 키즈 예능'을 같이 시청하다 기겁했다.
재미있는 표정을 만든다며 아이들이 서로 스타킹을 얼굴에 뒤집어씌우다 목이 졸릴 뻔한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박 씨는 "'이런 장난을 하다가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경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판단력이 미숙한 아이에게 보여줄 영상이 아닌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모바일 시대에 부상하는 어린이용 동영상(키즈 콘텐츠)의 명암이 갈리고 있다.
인기만큼 상업성·유해성 논란이 커지는 것이다.
엄격한 심의·모니터링을 거치는 TV 어린이 프로그램과 달리 인터넷과 앱(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으로 유통되는 키즈 콘텐츠는 국내에서 가이드라인 수준의 규제도 없다.
10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키즈 콘텐츠는 2014년께부터 스마트폰 기반으로 성장 가도를 달렸다.
언제 어디서나 보는 편의성이 뛰어났고 새 장난감을 뜯어보는 리뷰와 일상 놀이를 가르쳐주는 예능 등 참신한 형식을 선보인 덕이다.
키즈 콘텐츠는 2000년대부터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었던 지상파 TV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했다.
한 지상파 방송국의 관계자는 "유치원과 학원으로 바빠진 요즘 아이의 생활습관 변화를 종전 TV가 잘 따라가지 못했고, 콘텐츠 혁신 면에서 뒤처졌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와 카카오 등 국내외 인터넷 플랫폼(기반 서비스) 기업은 키즈 콘텐츠 육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기 때문에 트래픽(사용자) 유입 효과가 좋고 미래 고객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35개국에서 운영되는 유튜브의 어린이 서비스인 '유튜브 키즈'는 현재 글로벌 사용자가 매주 1천100만명에 달한다.
인터넷 방송 사업자인 CJ E&M의 '다이아TV'는 자사 파트너 채널의 최근 4년간 누적 조회 수 253억회를 장르별로 분석한 결과 키즈 분야의 비중이 34.5%에 달해 게임(26.1%)을 앞지르고 1위였다고 최근 밝혔다.
이처럼 키즈 콘텐츠는 급속 성장하고 있지만 그만큼 우려도 커지고 있다.
키즈 콘텐츠는 전문 제작사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작품을 올릴 수 있어 상업성·폭력성 등 면에서 논란이 일어날 위험성이 TV보다 훨씬 크다.
플랫폼 사업자가 제3자인 콘텐츠 공급자(CP)에 내용 때문에 미리 개입을 하기 어려운 것도 맹점이 될 수 있다.
KAIST의 정재민 교수(언론학)는 "다양한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유통되는 인터넷의 특성상 TV처럼 모든 내용을 심의해 유해 사례를 사전 근절하자는 발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말썽을 일으킨 콘텐츠를 사후 단속할 방법이 딱히 없다는 것도 문제다.
키즈 콘텐츠는 수년 전만 해도 존재감이 극히 미미했던 만큼, 규제 당국에 아직 낯선 대상이다.
'키즈 콘텐츠에 이런 내용을 내보내는 것은 금물' 정도의 최소 가이드라인도 마련된 적이 없다.
인터넷 콘텐츠 감시를 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관계자는 "몰래카메라(몰카) 동영상 등 음란 콘텐츠 단속에도 인력이 모자란다.어린이 콘텐츠까지 찾아볼 여력이 안 된다"고 했다.
IT 업계 등에서는 대안 논의가 활발하다.
사용자 신고를 통해 자정력을 강화하자는 제안이 대표적 예다.
유튜브 키즈는 앱(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에서 아이의 보호자가 해로운 콘텐츠를 차단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부모가 최상의 모니터링 요원이라는 논리를 따른 셈이다.
키즈 콘텐츠에 관한 사후 비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아동 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위원회가 꾸준히 유해 사례를 발굴해 사회적 경각심을 키우면 그만큼 불량 콘텐츠가 퍼질 여지가 적어진다는 얘기다.
이화여대 엄정애 교수(유아교육학)는 "모든 문제 동영상을 차단할 수는 없겠지만, '좋은책 선정' 캠페인처럼 모범 사례를 부각하고 반대로 꼭 퇴출해야 할 콘텐츠를 꼽아주면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