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정원 댓글·강원랜드 의혹 앞세워 이전 정권 겨냥
野 "사드 반대 與 의원들, 가발 쓰고 댄스…천인공노"
김이수 부결 여파 '뒤숭숭'…이 총리 "국회 오면 정신나갈 때 있어"


국회에서 11일 열린 문재인 정부 첫 대정부질문에서는 여야가 거센 공방을 주고받으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정원 댓글 사건 의혹,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이전 정권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최근 북한의 핵실험 등 한반도 위기가 고조됐지만, 정부가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안보 이슈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이날 대정부질문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이라는 초유의 사태 직후에 진행되면서, 여야 지도부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표결을 마친 의원들이 빠져나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 與 "이전 정부 적폐 청산해야"
우선 민주당 의원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권력기관이 정치 중립성을 위반하는 등 적폐가 드러났다면서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질문자로 나선 박범계 의원은 국정원의 이른바 'SNS 장악' 문건을 거론하면서 "2012년 당시 검찰이 이 문건을 발견했는데, 그 문건이 다시 청와대로 보내졌다"며 "이를 원세훈 전 원장 재판에 활용하지 않은 것은 증거은닉"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과거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에서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비위 첩보를 파악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2016~2017년 기획관실은 '우병우 라인'으로 채워졌다"고 꼬집기도 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표창원 의원은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최소 10명에 대해 채용 부정청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왜 그동안 조사에서는 밝혀지지 않았을지 의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고, 박상기 법무부장관도 "법과 원칙 따라 적극적으로 수사가 진행되도록 지휘 감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野 "사드 반대하며 춤추던 與 의원들…천인공노"
반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안보무능론'을 앞세워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웠다.

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과거 민주당 의원들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틀고는 "국회에 6인조 사드밴드가 있다.

우스꽝스러운 가발을 쓰고 사드 괴담 송을 부르는 천인공노할 작태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밤이면 밤마다 사드 전자파 싫어'라고 노래를 하는데, 그러면 밤이면 밤마다 수소폭탄은 좋나"라며 "나라의 안보를 조롱한 일이자, 국민 앞에 석고대죄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도 "여당 의원들이 사드 괴담송을 부르는데, 대한민국을 미국이 마지막까지 지켜줄 것으로 생각하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 총리가 "(노래를 부른 일은) 대선 전으로 보이지만, 한미동맹은 굳건하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총리가 미국을 잘못 파악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 당에서는 정부의 소통 문제를 적극적으로 지적했다.

이태규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 안보정책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적이 있나"라고 추궁했고, 이에 이 총리는 "그런 노력이 부족했고, 저라도 (그런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이라도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가 만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 뒤숭숭한 분위기…李 총리 "국회 오면 정신 나갈 때 있어"
이날 본회의는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에 이뤄지면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는 대정부 질문 중간 별도 회의를 위해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여야간 감정싸움 양상도 보였다.

대정부 질문 직후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한국당이 사전 질문지 제출 규정을 어겼다며 정회를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거칠게 항의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한국당이 국회법 절차를 뭉개고 들어와 자기 권리만 행사한다면, 이는 오만한 처사"라고 비판했고, 한국당 의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주요 현안을 둘러싼 설전도 계속됐다.

이 총리는 최근 송영무 국방장관이 '전술핵 재배치 검토' 발언을 한 것을 두고 "국방장관이 의원들의 무서운 질의를 받다 보면 그런 답변이 나올 수 있지만, 바람직하지 않다"며 "저도 국회에 나오면 정신이 나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당 박찬우 의원은 "장관이 국방위에서 한 얘기를 '정신없이 한 말씀'이라고 하다니"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한국당 박대출 의원이 '최순실 사태 보도를 보면 오보가 넘쳐난다.

언론이 자유를 심하게 누린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이 아니냐"고 응수했다.

박 의원이 '최근 MBC와 KBS의 불공정보도를 본 적이 있나'라고 거듭 묻자 "잘 본다.

저는 보도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본능적으로 어느 것이 공정한 보도인지 알고 있으며, 찾아서 보고 있다"고 답했고, 이에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항의가 쏟아졌다.

이 총리는 '총리의 존재감이 없다'는 질의에도 "매번 총리가 보여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며 "저는 책임총리 역할을 하고 있다.

공짜 밥을 먹고 있지 않다"고 응수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한지훈 배영경 이슬기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