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통일부의 반복 답변… “거기에 대해선 검토 중입니다”
“그 문제에 대해선 저희도 검토 중입니다.”

통일부의 정례 브리핑 때마다 취재진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다다르며 대북 강경론에 힘이 실리면서, 남북 교류 관련 분야가 주 업무인 통일부의 입지는 상당히 좁아진 상태다.

통일부의 이같은 처지는 11일 정례 브리핑 때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이 외무성 성명을 통해 미국에 ‘사상 유례없는 곤혹을 치르게 만들 것’이라고 위협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성명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일단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결의를 앞두고 이에 대한 경고성 및 추가 도발의 명분을 축적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정권수립일인 지난 9일 도발에 나서지 않는 대신 자축연을 벌인 데 대해선 “내부 결속에 주력하면서 핵 무력 지속개발 의지를 피력하는 대외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부처 브리핑이라기보단 연구원의 상황 설명에 더 가까운 분위기의 발언이었다.

통일부는 한국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안 마련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었다. 백 대변인은 “현재 북한의 도발에 안보리 추가 (제재) 결의가 논의되고 있고, 그동안 계속 안보리 제재 결의가 나온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7일부터 열리는 북한 주도 국제태권도연맹(ITF)의 세계선수권대회에 한국 주도 세계태권도연맹(WT)의 시범공연이 무산됐다고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아무 배경 설명이 없었다. “북한 ITF의 공식입장이 오지 않았으나,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봤을 때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답변의 전부였다.

백 대변인은 “현 상황에서 통일부로선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는 것밖엔 달리 말할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반도 관련 정세에 커다란 변혁이 없인 당분간은 남북 관계가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실상 향후 통일부의 ‘틀에 박힌 답변’이 계속 되리라는 고백이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