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기존 재판관 대신 새로 소장 지명 전망…인선 시간 걸릴 듯
병역거부자 처벌 헌법소원 등 주요 사건 '장기 미제' 지속 우려
끝내 김이수 인준안 부결… 헌재 사건처리 또 차질 불가피
김이수(64·사법연수원 9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11일 국회에서 부결돼 그간 소장 공백 사태로 주요 사건처리가 지연되는 등 어려움을 겪어온 헌재에 다시 비상이 걸렸다.

사상 초유의 헌재소장 인준 무산 사태의 여파로 1월 31일 박한철 전 헌재소장 퇴임 후 223일째 이어져 온 소장 공백도 더욱 장기화할 전망이다.

11일 헌재와 정치권에 따르면 당분간 헌재는 다시 '소장 없는 재판관 8인 체제'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김이수 재판관은 새로운 소장이 취임할 때까지 소장 권한대행으로 계속 활동하게 된다.

현재 헌재 구성은 김이수(2012.9∼2018.9) 소장 권한대행 재판관을 비롯해 김창종(2012.9∼2018.9), 이진성(2012.9∼2018.9), 강일원(2012.9∼2018.9), 안창호(2012.9∼2018.9), 조용호(2013.4∼2019.4), 서기석(2013.4∼2019.4), 이선애(2017.3∼2023.3) 재판관 등 8명 체제다.

향후 청와대는 새 헌재소장 겸 헌법재판관을 물색해 지명하기 위한 인사검증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김이수 후보자처럼 기존 재판관 중에서 후보자를 선택하지 않고 외부에서 인물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헌법재판관 중에선 대통령 지명 몫인 박한철 전 소장의 후임 재판관이 공석이다.

청와대는 새 재판관을 지명하면서 동시에 그를 헌재소장으로 지명하는 모양새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헌재법은 9명의 재판관 중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 3명씩 지명하도록 하고, 헌재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지명하도록 한다.

소장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처리하지 못한 주요 사건이 쌓여있던 헌재는 그동안 새 소장 취임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재판장 역할을 하는 헌재소장이 없어 위헌 소지가 있거나 재판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사건에 대해 본격적으로 치열한 심리를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3월 13일 이정미(55·연수원 16기) 전 재판관 퇴임 후 빚어진 '8인 체제'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헌재는 사실상 제대로 된 사건처리를 할 수 없었다.

위헌 결정의 경우 재판관 9인 중 6인 이상이 위헌 의견을 내야 한다.

재판관 두세 명만 반대해도 위헌 결정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8인 체제 동안에는 위헌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헌재에 계류 중인 '병역거부자 처벌 헌법소원 사건'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발표 위헌확인 사건' 등은 시급히 처리해야 할 사건으로 손꼽힌다.

특히 하급심 법원이 최근 병역거부자에 무죄를 선고하는 사례가 늘어 헌재가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은 헌재가 지난해 12월 심리를 모두 마치고 선고를 위한 재판관 평의만을 남겨둔 상태였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되면서 이후 절차가 중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수사기관이 특정 기지국을 거쳐 이뤄진 전화통화와 당사자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대거 수집해 분석하는 '기지국 수사'가 위헌인지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등도 공개변론을 끝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대기 중이다.

헌재소장 공백 사태는 1월 31일 박한철 전 소장이 퇴임한 후 이정미 전 재판관이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 전 재판관도 3월 13일 퇴임했지만, 대통령 탄핵으로 새 소장을 지명·임명할 수 없어 김이수 재판관이 권한대행을 이어받았다.

새 정부가 5월 24일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다른 현안에 밀려 100일이 넘도록 처리되지 못했다.

헌재는 인준안이 끝내 부결되자 실망감이 역력한 가운데 애써 냉정을 찾으려는 분위기다.

부결 직후 헌재는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와 관련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세계헌법재판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김 재판관은 16일께 귀국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