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지지층 비난글에 홈페이지 마비…'정기승 후폭풍' 재연 우려도

국민의당은 12일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사태와 관련해 "국민의 뜻"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호남 민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원내지도부는 국민의당의 반대표로 호남 출신인 김 전 후보자 인준안이 부결됐다는 여권의 비판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동시에 혹시 모를 '후폭풍'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원내정책회의에서 "김 후보자 부결에 대한 책임론 분석이 어처구니 없다"며 "(여권이) 이번 표결 결과에 대해 일방적인 비난을 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이수는 올곧은 법조인의 길을 걸어온 분으로, 견해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어떤 잘못도 없다"면서 "문제의 발단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김 전 후보자 인준안 표결에 정략적으로 임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용호 정책위의장도 "이번 투표 결과는 인사 난맥과 독선에 대한 경고"라고 규정하면서 "국민의당 의원들은 존재감이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것이 아니다.

의원 개개인이 신중하게 고뇌에 찬 투표를 했다"고 역설했다.

이 의장은 또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의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오만한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음을 밝힌다"며 "국민의당은 민주당의 2중대가 아닌, 정도를 걸으며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리는 정당"이라고 말g했다.

안철수 대표가 전날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당"이라고 발언한 것이 자칫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진화에 나선 것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김 후보자 낙마로 국민의당이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이를 '성과'로 내세우기보다는 파장이 '국민의당 책임론'으로 옮겨붙지 않도록 하는 데 애쓰는 모양새다.

이는 자칫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당시 김종필 총재의 공화당이 겪은 후폭풍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

당시 공화당이 충남 공주 출신인 정 후보자 부결에 앞장선 것을 두고 공화당의 지역적 기반인 충청권에서 비판론이 고조됐다.

국민의당도 전북 고창 태생인 김 전 후보자 낙마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텃밭인 호남의 지지율에 또다른 악재로 작용할까 부담이 커진 것이다.

실제로 국민의당을 향한 청와대와 여당의 비난 기류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당 공식 홈페이지의 '국민광장' 자유게시판의 경우 여권 지지층의 비판글이 쇄도하며 전날부터 접속이 마비된 상태다.

호남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솔직히 호남 여론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전당대회 이후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 원내 전략을 잘 잡아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비호남계 사이에서는 이번을 계기로 분명한 원칙을 갖고 대여 강경노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수도권 의원은 "지금보다 지지율이 더 빠질 게 있나"라며 "옳다고 생각하면 초지일관 밀고 나가야 한다.

아픈 얘기가 들리더라도 밀어붙여야지, 이 핑계 저 핑계로 중간에 방향을 바꾸면 국민의당이 살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은 여론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책임론'에는 강력히 대응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김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민의당은 '호남당'도 아니지만, 호남 민심을 저버린 것도 아니다"면서 "인사는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큰 안목에서 방향을 잡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설승은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