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이 1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신제품인 ‘V8 카본 파이버(Dyson V8 Carbon Fibre)'를 발표했다. 지난해 내놓은 V8의 흡입력(115AW)을 155AW로 30% 가량 높인 제품이다. 겉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흡입력이 높아졌다는 게 포인트였다. 기존 제품과의 비교시연에서도 확연히 개선된 흡입력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장에서의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흡입력으로 모아졌다. 얼마전 삼성전자가 무선 청소기 '파워건'을 발표한 터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파워건이 업계 최고 수준인 최대 150W 흡입력을 갖췄다고 발표했다.
더군다나 다이슨은 이 신제품을 전세계에서 한국에서 '처음'으로 내놨다. 영국이 본사인 다이슨이 현지 지사도 없는 한국에서 신제품 발표회였으니 "삼성전자를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하지만 다이슨은 '비교 질문'에도 꿋꿋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케빈 그란트(Kevin Grant) 다이슨 청소기 사업부 수석 엔지니어는 "에어와트는 미국 재료시험협회와 국제전기표준회의(IEC) 에서 인증받은 숫자"라며 "우리는 다른 회사를 의식한다기 보다는 혁신적이고 새로운 제품을 내놓기 위해 연구한다"고 말했다.
무선 청소기의 구매 결정요인을 따져 보자면 '흡입력'과 '가격'이다. 전자제품 양판점 청소기 코너에는 다이슨의 'V8'과 LG전자의 '코드제로 A9'이 나란히 걸려 있다. 조만간 다이슨의 신제품과 삼성전자의 '파워건'까지 추가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무섭게 분 '다이슨 열풍'은 생활을 바꿨다. 무선 청소기가 유선청소기를 완벽히 대체하면서 집안의 제 1청소기가 됐다. 무선 청소기가 100만원을 호가하는 게 보통이 됐다. 혼수용품으로 무선 청소기가 이름을 올렸다.
다이슨 덕분에(?) 가격 기준은 상향평준화됐다. 사고 싶은 욕구는 당연해졌고 소비자들은 이제 성능이나 액세서리, 취향 등으로 다양하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LG전자 '코드제로 A9'이 출시 두 달만에 4만대 팔렸거나 삼성전자 '파워건'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있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 이러한 가운데 소비자들이 '숫자'로 흡입력 성능을 비교하게 되는 건 당연지사다.
"우리 아이가 옆집 아이보다 잘하냐?"는 비교 질문이 아니었다. 얼마나 청소가 잘 되는가, 비싼 값을 줄만큼 청소가 잘되는가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알려달라는 질문이었다. 청소기는 스마트폰처럼 나 혼자만의 즐길거리가 아니다. 온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을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중요한 도구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했다.
다이슨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얘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대답대로 "와트나 에어와트가 같다"면 업계 최고의 흡입력 무선 청소기는 다이슨이 틀림없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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