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남한강변에 있는 ‘양평리조트호텔’. 겉보기엔 그리 낡지 않았고 35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호텔 앞으론 강이 흐르고 주변에는 제법 오래된 나무들이 자라며 상쾌한 그늘을 드리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호텔은 문을 닫았다. 사람의 손길과 발길이 끊긴 호텔은 이내 폐허가 됐다. 지역 주민들도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했다.

양평의 지역예술단체 양평청년작가회가 이 호텔의 안팎을 활용한 특별한 전시를 기획했다. 지난 8일 개막해 오는 22일까지 선보이는 ‘35개의 訪(찾을 방)’ 전이다. 정하응 작가가 예술감독을 맡고 곽광분 김태규 등 29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비어있는 방과 호텔 주변 공간에 회화와 조각, 설치미술, 사진과 영상 등을 펼쳤다. 경기문화재단과 경기도, 양평군이 후원했다.
호텔은 여행자가 잠시 머무는 곳으로 낯선 이들의 숨결이 배어있는 공간이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지금은 폐허가 된 이곳에서 있었을 법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상상했다. 지역문화의 현실과 날 것 그대로의 시간을 길어올렸다.

양평청년작가회 측은 “기존의 갤러리나 미술관 같은 세련된 전시장이 아니라 전시 여건은 거칠지만 현장성과 지역적 의미가 있는 공간”이라며 “지역예술이 우리 삶과 공동체에 어떤 비전과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