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에 한글학교 세운 남하얀 교장
“하루에 전기가 6시간 남짓 들어오고 놀 것도 볼 것도 없는 곳이지만 아이들에게 한국인이란 정체성을 일깨워주면서 저 자신도 뭉클할 때가 많아요.”

남하얀 나래한글학교 교장(사진)은 카리브해 최빈국 아이티에 사는 한인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친다. 올해 서른세 살.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이 최근 해외 한글학교 교장 연수를 위해 한국에 초청한 29개국 54명 교장 선생님 가운데 가장 어렸다.

서울 서빙고동 한글박물관에서 만난 남 교장은 “한국인이란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것은 나중에 이들이 훌륭한 인물로 자랐을 때 한국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투자”라며 “한국 교민이 많은 브라질이나 파라과이, 아르헨티나에서는 벌써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고 말하는 한인 아이들이 많다”고 했다.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나래한글학교에선 한국 역사를 알려주고, 송편 빚기 등 한국 문화도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미국 아래 히스파니올라섬에서 도미니카공화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이티에는 한인 70~80명이 살고 있다. 싼 인건비를 찾아 공장을 세운 사업가도 있지만 대부분 구호단체 관계자나 선교사다. 재외동포재단은 학생이 10명 이상이어야 한글학교 설립을 허가해주는데, 자녀가 5명인 남 교장 가족이 아이티로 이사 오면서 지난해 8월5일 학교가 세워질 수 있었다. 현재 나래한글학교 학생은 3세 아이부터 고등학생까지 13명이다.

남 교장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파라과이로 가서 치대를 졸업한 치과의사 겸 선교사다. 파라과이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도 치과의사다. 편안한 삶이 보장됐지만 2010년 1월 일어난 아이티 대지진을 보고 사람들을 돕기 위해 아이티로 갈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남 교장 가족은 2015년 12월 아이티로 건너왔다. 의료 봉사를 하면서 한글학교 설립을 추진했다. 남 교장은 “파라과이한국교육원에서 4년 동안 파라과이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지만 직접 학교를 세우려 하니 막막했다”고 말했다. 주변의 도움으로 책상과 걸상, 칠판을 지원받아 학교 문을 열 수 있었다.

남 교장은 아이티에서 쭉 살 계획이라고 했다. “아이티에서 할 일이 많아요. 치과병원을 열고, 치기공대학을 세우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추억도 만들어줄 거예요.”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