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추석 연휴 때 해외로 가족여행을 가는 장재혁 씨(28)는 자동출입국심사대를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지난달 초 출장차 해외를 갔다 돌아오면서 자동출입국심사대를 이용했지만 일반 입국심사대보다 더 오래 기다린 경험 때문이다. 장씨는 주변 지인들에게도 자동출입국심사대를 이용하지 말라고 권유하고 있다. 일반 입국심사대가 오히려 빠르다는 게 ‘아는 사람’들 사이에 공식처럼 굳어지고 있다.

◆이용객 급증에도 심사대 수는 그대로

2008년 인천국제공항에 선보인 자동출입국심사대는 올해로 도입 10년차다. 전국 6개 공항, 2개 항만에 총 111대가 설치돼 있다. 초기에는 ‘아는 사람’만 이용하다가 입소문이 나면서 이용객이 늘기 시작했다. 2013년 724만5752명이던 이용객은 2016년 1726만9210명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7월까지 1368여만 명이 이용해 연말이면 2300여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제도 간편화도 이용객 급증의 원인이다. 지난해 7월부터는 14세 이상만 이용 가능하던 규정이 7세 이상으로 완화됐고, 외국인도 사전 등록 후 자동출입국심사를 받을 수 있다. 올 3월부터는 주민등록증이 발급된 17세 이상 국민이라면 사전 등록 절차 없이도 자동출입국심사대를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용객 증가 속도에 맞춰 심사대가 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4년 884만7000여 명이던 이용객은 3년 만인 올해 세 배 가까이로 늘었지만 그동안 추가 도입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동출입국심사대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 일상화됐다. 현장 직원들이 일반 입국심사대로 이용객을 안내할 정도다. ‘아는 사람’만 이용하던 자동출입국심사대가 ‘아는 사람’은 이용 안 하는 시설로 바뀐 것이다.

법무부는 몇 년간 예산 확보가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자동출입국심사대 한 대당 가격은 1억3000만원 선이다. 그나마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 직원들이 예산 확보를 위해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백방으로 뛰어다닌 결과 내년에는 28대 도입이 예정돼 있다. 내년 1월 개항하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도 52대가 설치될 전망이다.

◆출입국심사대의 인식 오류도 잦아

심사대가 늘어도 정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심사대가 충분히 고도화되지 못해 인식 오류가 잦아서다. 사전 등록 없이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지문 인식에 실패하는 사례도 매일 수백 건이다. 심사대마다 직원이 붙어 안내하는 이유다. 자동출입국심사대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객이 여전히 많은 점도 지체 현상의 한 요인이다. 올여름 휴가를 다녀온 박모씨(48)는 “지문 인식을 못해 결국 일반 심사대로 다시 줄을 섰다”며 “다음부터는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의 경우 지문 인식이 안 되는 이용객은 심사관이 직접 확인토록 할 방침이다. 이럴 경우 자동출입국심사대의 당초 취지가 퇴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동출입국심사대 도입 당시 국경 감시를 철저히 하겠다는 목표도 있었기 때문이다. 내국인 일반 출입국심사대 인력에 여유가 생기면 이를 외국인 심사에 투입해 정밀심사를 할 수 있을 것이란 구상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예산 확보로 이용객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심사대 고도화 작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