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률이 8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4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고용지표는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15~29세) 실업률은 9.4%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외환위기 한가운데 있던 1999년 8월 10.7% 후 1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취업준비생 등을 더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22.5%로 1년 전보다 1.0%포인트 올랐다. 2015년 8월(22.6%) 후 8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일자리 정부' 청년 실업률 외환위기 이후 최악
취업자 수는 2674만 명으로 지난해 8월보다 21만2000명 늘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2013년 2월 20만1000명 후 가장 적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8월 조사 주간(14~20일) 폭우 탓에 일용직 종사자를 중심으로 건설업 고용 증가세가 크게 둔화하는 등 일시적 요인이 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4개월간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무원 채용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각종 일자리 대책을 쉼 없이 쏟아냈다. 그러나 지난 8월 청년 실업률은 9.4%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8월(10.7%) 이후 가장 높았다.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체감 실업률은 22.5%로, 지난해 8월보다 1%포인트나 올랐다. 최악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아직 정부 출범 초기인 만큼 일자리 정책의 성패를 재단하기는 이르지만 일각에선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고용지표를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무원 증원에 실업자 된 공시생들

우선 정부가 공무원 채용을 대폭 늘리기로 한 것이 오히려 청년 실업률을 높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무원 시험 공부만 하고 있는 사람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응시원서를 내는 순간 달라진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한 사람으로 분류돼 공무원이 되기 전까지 실업자로 잡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17년도 생활안전 분야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추가 선발’에 응시원서를 낸 10만여 명이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정부가 근로감독 등 생활안전 분야 인력을 429명 증원하기로 함에 따라 추가로 응시한 사람들이다. 공부만 할 땐 실업자가 아니었지만 정부가 공무원 채용을 늘리면서 실업자 통계에 잡히게 된 것이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하반기에만 약 1만 명의 공무원을 추가로 뽑기로 한 점을 감안하면 공무원 시험 응시에 따른 실업률 악화가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면 공시생만 증가할 뿐”이라며 “오히려 민간부문 고용 여건이 악화되는 구축효과까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직화 부담에 신규 채용 꺼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청년 고용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래 있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고용 규모는 그대로인 가운데 높아진 비용 부담 탓에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강식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자고 하니 고용주 입장에선 매우 부담이 커졌다”며 “상대적으로 신규 채용은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아르바이트 고용이 많은 자영업 중심으로 일자리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자영업자는 전년 대비 3000명 줄면서 지난해 7월 1만 명 줄어든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최저임금 인상 역시 청년 실업률을 높일 수 있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은 내년부터 올리는 것이지만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고용지표는 미리 반응한다”며 “친노동 정부라는 인식 탓에 고용주들이 고용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6월 33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인 56%가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될 경우 신규 채용을 축소하겠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정부는 8월 고용 둔화에 대해 “기상 여건 등 일시적 요인이 크다”고 했지만 중국인 관광객 감소, 내수 부진 등 하방 위험도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추경을 신속하게 집행해 고용 회복 여건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심은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