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독설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땡깡’ ‘시정잡배’ ‘정신 나간 정당’ 등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배려를 찾아보기 어려운 망발 수준의 단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정치인 스스로 우리 정치의 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4일 의원총회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책임을 국민의당 탓으로 돌리며 시정잡배 수준의 망언만 늘어놨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추 대표가 ‘국민의당은 더 이상 형제의 당이 아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누구 맘대로 형제인가. 백번 양보해 그렇다 하더라도 언제 형제 대우 한번을 해줬나. 오만도 이런 오만이 없다”고 반발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는 지난 11일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연일 말폭탄을 주고받고 있다. 추 대표는 부결 직후인 12일 “정치세력이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골목대장도 하지 않을 짓을 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어 13일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면서 땡깡을 부렸다. 땡깡을 놓는 집단”이라며 맹비난했다.

이에 박지원 의원은 “민주당이 언제 우리를 형제 취급해줬느냐. 정신 나간 정당”이라고 맞받아치는 등 양측 간 감정 싸움이 일촉즉발인 상황이다. 추 대표와 박 의원은 지난 6월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 당시 ‘머리 자르기’ 발언을 두고 한바탕 정면충돌한 전력이 있다.

이런 와중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깡패’ ‘조폭 정권’이라고 맹비난하는 등 ‘독설’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홍 대표는 최근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재선의원 연석회의에서 “탄핵을 해서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국민 앞에 겸허하고 겸손하게 나라를 운영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분풀이하려 하고 있다”며 “마치 정권을 조폭같이 운영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런 일 좀 없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