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120조 시장 움직이는 혼자 사는 사람들
한국보다 앞서 1인 가구가 급증했던 일본에선 ‘고독력(孤獨力)’이란 용어가 유행처럼 번졌다. ‘혼자 잘 지내는 힘’이란 뜻이다. 일본 철학자 사이토 다카시는 고독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누구에게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중요한 순간일수록 혼자가 돼라. 혼자 있는 시간이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일본에서처럼 한국에서도 이 고독력을 키우려는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밀집된 인간관계에서 ‘관태기(관계 권태기)’를 느끼고, 여기서 벗어나 혼자만의 행복을 즐기는 데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그리고 더 이상 ‘외로운 싱글족’이 아니라 120조원대 시장을 움직이는 파워컨슈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코노미》는 새로운 소비 지도를 그리고 있는 국내 530만 1인 가구를 재조명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와 마케팅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다. 1인 가구의 소비 형태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들은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공간과 행위에는 과감하게 지갑을 연다. 이는 3평짜리 자취방에까지 적용된다. 작더라도 자신만의 공간에 투자하는 ‘코쿠닝’이다.

‘코쿤(cocoon)’족은 누에고치처럼 안락하고 안전한 공간에 칩거하며 자신만의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을 말한다. 은둔형 외톨이와는 다소 다르다. 이들은 자신의 공간에서 마음껏 몰입하고 즐기며 스스로에게 활력을 불어넣는다. 집이 복합쇼핑몰처럼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런 코쿠닝 열풍 덕분에 집에서 운동을 하는 ‘홈트레이닝’부터 직접 맥주를 만들어보는 ‘홈비어키트’까지 탄생했다.

밖에서도 ‘혼놀(혼자놀기)’을 즐기는 1인 가구를 위한 서비스도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메가박스는 혼자 온 관람객을 위해 일부 상영관에 싱글 전용 좌석을 도입했다. 다른 좌석들과 조금 떨어져 있어 ‘닭살 커플’로부터도 자유롭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고 마음을 나누는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펫코노미’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2년 9000억원에서 2015년 1조8000억원으로 늘어났다. 2020년에는 5조81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저자는 “1인 가구라는 작은 가족의 형태가 만들어내는 변화는 가히 놀랍다”며 “솔로 이코노미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유심히 살펴보면 경영인, 정부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도 중요한 지혜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