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속옷·인테리어 브랜드 계속 들어온다"
“요즘 서울은 어디가 제일 핫할까?”

루이비통, 까르띠에, 자라, 유니클로 등 글로벌 브랜드들은 한국에 진출하면서 이런 고민을 했다. 그곳에 매장을 내야 이름에 걸맞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답을 찾아준 이들이 있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리테일 임차자문팀이다.

쿠시먼은 올해 설립 100년을 맞은 미국 회사. 세계 60개국에 진출했고, 한국에는 16년 전 사무실을 열었다. 대형 건물의 부동산 컨설팅을 주로 했다. 2010년 이후에는 리테일 임차자문이 크게 늘었다.

◆부동산과 트렌드를 두루 아는 회사

2015년 ‘요가복의 샤넬’로 불리는 룰루레몬이 국내 매장(사진)을 내는 과정을 보면 그들이 일하는 방식을 알 수 있다. 국내 프리미엄 요가복 시장은 가늠할 수 없었다. 룰루레몬은 1년간의 테스트를 거치기로 했다. 쿠시먼에 자문을 구했다. 쿠시먼은 서울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아시아 첫 플래그십 매장을 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근거는 ‘주변 인구 수는 적지만 아시아에서 구매력 1위를 차지하는 동네’였기 때문이다. 테스트를 끝내고 2015년 룰루레몬은 2015년 서울 청담동 쇼룸을 내고 본격적으로 한국시장에 상륙했다.

룰루레몬 외에 테슬라와 언더아머 등이 한국에 진출할 때도 쿠시먼이 플래그십 스토어 위치를 컨설팅했다. “경기가 좋을 때는 기업이 자체 분석해 해외에 진출하지만 몇 년째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전문 컨설팅업체를 찾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고 노윤영 쿠시먼 리테일자문팀 이사는 설명했다.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 나갈 때도 자문해 준다. 노 이사는 “라인, 에이랜드가 뉴욕에 진출할 때도 상담을 했다”고 전했다.

쿠시먼이 이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리테일 자문팀에는 부동산 전문가와 브랜드 전문가, 협상 전문가 70명이 모여 있다.

부동산에 특화된 회사, 유통업만 아는 회사, 트렌드만 연구하는 회사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전력도 부동산 개발 전문가, 편의점 점포 개발을 하던 직원, 전직 패션 잡지 기자, 외교관, 변호사 등 다양하다. 서울의 상권 분석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매일 하는 일상적 업무다.

송진욱 리테일팀 부장은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들이 어떤 트렌드로 움직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분야가 주목받을지를 예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룰루레몬의 첫 플래그십 매장

쿠시먼은 프리미엄 언더웨어와 인테리어 소품 등 라이프스타일 관련 소비재 업체들이 더 많이 진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 이사는 “룰루레몬이 서울에 아시아 첫 체험형 플래그십 매장을 낸 것은 글로벌 리테일업계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일본 도쿄와 홍콩이 아니라 서울을 선택한 것 자체가 앞으로 아시아 패션시장에서 서울이 갖는 중요성을 보여준 것이란 얘기다. 과거에는 홍콩과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오는 게 일반적이었다. 또 룰루레몬이 한국 시장에서 안착한 것은 프리미엄 시장의 존재를 확인케 해줬다는 설명이다. 향후 직접 진출해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브랜드로는 빅토리아시크릿, 크레이트앤드배럴, 니토리 등을 꼽았다.

쿠시먼은 이 과정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도 파악했다. 그들은 ‘멀티 컨슈머’라고 불렀다. 노 이사는 “한국 소비자들은 김밥 한 줄 먹고 나서 6성급 호텔바에서 디저트를 먹기도 하고, 허름한 대폿집에서 고기를 굽다가 고급 스시집에 가기도 하는 등 명확한 계층이나 구분이 없다”며 “다양한 소비를 경험하는 멀티 컨슈머 기질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여전히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갈증이 있다고 분석했다. 쉐이크쉑 등의 브랜드가 다른 국가보다 빠른 시간에 성공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는 얘기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