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 없이 대형마트 건축을 가로막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그로 인해 발생한 피해의 20%를 개인적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방법원 민사12부(부장판사 한경근)는 울산 북구가 전임 구청장이던 윤종오 새민중정당 의원(사건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윤 의원은 청구금액의 20%인 1억140만원을 지급하라고 14일 판결했다.

창고형 대형마트인 코스트코(진장유통단지사업협동조합)는 2011년 “법적 근거 없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아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며 울산 북구청과 윤 의원을 상대로 1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3억6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정당한 사업이 구청장의 허가 거부로 10개월 넘게 미뤄지면서 20억원의 손실과 함께 정신적 피해를 봤다는 코스트코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당시 울산시 행정심판위원회는 심판위원회를 열어 코스트코 측이 제기한 건축허가 이행 명령 신청을 받아들여 북구에 ‘건축허가를 내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윤 당시 구청장은 지역 중소상인을 보호할 만한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외국계 대형마트를 입점시킬 수 없다며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판결 이후 북구청은 손해배상금, 이자, 소송비용을 합한 5억700만원을 코스트코에 지급한 뒤 지난해 윤 의원에게 같은 금액의 구상금을 청구했다. 앞서 조합 측이 손해배상청구소송과 별도로 윤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형사고발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은 10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지역 중소상인과 골목상권 보호, 지역경제 활성화와 같은 목적이 있더라도 다른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지 않은 채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을 거듭 무시한 점을 고려하면 죄질이나 책임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단체장이 정책 판단을 잘못해 지자체에 손해를 입혔을 경우 민사적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취지다. 유권자 표를 의식해 법적 근거가 불투명한 재량권을 남용하는 일부 지자체장들의 행태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다. 윤 의원은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