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맛집 ‘나경’의 이영숙 대표(사진)는 17년차 버섯 농부다. 충남 부여군 3000여 평 농장에서 표고버섯 농사를 짓는다. 버섯묵, 버섯잼, 버섯포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버섯 음식까지 만들어낸다. 이 대표는 2015년 올리브TV와 tvN에서 방영한 요리 경연 프로그램 ‘한식대첩2’ 우승자이기도 하다. 심사위원을 맡았던 백종원 더본코리아 사장은 이 대표의 음식을 “식재료 본연의 맛을 제대로 내면서도 요리 구성이 독창적”이라고 표현했다. 직접 키워 요리하는 표고버섯이 “예쁘고 또 예쁘다”는 이 대표를 만났다.

나경은 부여 시골의 조그마한 버섯 전문 식당이다. 따로 부탁하지 않는 이상 메뉴는 버섯정식 한 가지다. 표고버섯을 중심으로 각종 버섯 요리가 한상 차림으로 나온다. 아홉 가지 버섯을 꽃처럼 예쁘게 담아 채소와 먹는 버섯전골, 표고로 만든 투명한 버섯묵, 버섯강정, 버섯전, 버섯볶음.
들어가는 재료는 이 대표가 직접 농사 지었거나 인근 마을 농부들에게서 사온 것이다. 나경은 지역 농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충남 로컬푸드 ‘미더유’ 인증 식당. 이 대표는 누가, 어디서 키운 농산물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루 전에는 미리 말씀을 해줘야 제가 하우스나 밭으로 안 나가고 식당에 와서 요리를 해요. 예약이 있을 때만 식당을 열거든요.”

나경의 버섯요리들은 이 대표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것이다. 특허를 받은 버섯묵은 수차례 실패를 거쳤다. 쫀득쫀득한 식감을 내기 위해 실험만 수십 차례 했다. “곤약과 한천 비율을 고민하다가 4 대 6으로 해보니 보기도 좋고 맛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지금의 버섯묵이 탄행했습니다.”

그는 농사를 짓기 전에는 전업주부였다. 자식들은 다 키웠고, 새롭게 시작할 것 없나 생각하던 중 우연히 지인이 운영하는 표고농가를 들렀다. “운명이었나 봐요. 첫눈에 반했다고 해야 하나. 하우스에 버섯이 새하얗게, 주렁주렁 꽃처럼 피어 있는데 그게 왜 그렇게 예쁘던지. 그길로 당장 표고 농사를 짓겠다고 했습니다.”

가족은 물론 주변에서 모두 반대했다. 자식 다 키우고 이제야 조금 쉴 시간이 생겼는데 왜 사서 고생하려 하느냐고 했다. 전국 표고농가를 다니면서 농사법을 배웠다. 잘한다는 곳이면 쫓아가 가르쳐달라고 조르고 농업기술원에서 교육도 받았다.

투자금은 만만치 않았다. 처음 하우스 시설을 갖추는 데 6000만원 넘게 들었다. 푼돈을 벌기 위해 목돈을 갖다 버리느냐는 타박이 이 대표를 향했다. “그런데 농사 첫해에 버섯이 엄청났어요. 선무당이 사람 잡은 걸까요. 첫해에 바로 투자 원금을 회수했어요.”

첫해 대박에 놀란 주변 사람들 중 일부는 내년에는 버섯이 다 죽을 것이라고 악담을 했다. 이 대표는 더 연구하고 공부했다. 그 다음해 농사 역시 성공이었다. “보통 표고는 차광막을 씌우는데 저는 4월에 싹 걷어요. 지금도 제 버섯을 보면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잘 키웠느냐’고 해요. 버섯은 정성을 다 알아요.”

처음엔 농사 지은 표고버섯을 모두 내다팔았다. 하지만 상품성이 높은 버섯이라고 해서 항상 좋은 값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3~4월 버섯 출하가 몰릴 시기엔 20㎏을 2만~3만원에 떨이로 팔아야 할 때도 있었다. “들어간 정성이 아까워서 3~4월 표고를 그냥 팔지 않고 뒀다가 청으로 담가 발효시켰어요.”

그게 버섯요리의 시작이었다. 1년 지나 담가놓은 표고버섯청을 열어봤다. 표고향이 은은하게 풍기면서 맛도 있었다. “그때 버섯으로 할 수 있는 요리가 무궁무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리 연구를 시작했다. 이 대표의 친정어머니는 종갓집 종부였다. 정식으로 고급 요리를 배운 적은 없지만 충남 향토음식이라면 자신 있었다. 겨울 표고만 농사 지었기에 한여름엔 시간 여유가 있었다. 그렇게 여름에 개발한 요리가 표고포, 표고초밥, 표고간장, 표고젓갈 등이다. 개발한 버섯 요리로 식당도 열고, 농업기술원에 강연을 다녔다. 요리경연대회에 나가 상도 받았다.

강연을 나가는 농업기술원에서 이 대표를 방송 ‘한식대첩2’에 나갈 충남 대표 명인으로 추천했다. 식당 나경은 이 대표와 딸 진희씨 두 명이 운영한다. 이 대표가 한식대첩에 출연한 반 년은 아예 문을 닫아야 했다. 휴업 기간 모녀는 충남 전통음식 책을 보고, 공부하고, 직접 음식을 만들어 보는 과정을 반복했다.

앞으로 나경을 찾아가는 게 좀 쉬워질 것 같다. 지금은 마을과 떨어진 외진 곳에 있다. 올해 말쯤엔 마을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지금은 동네 할머니들 손을 빌리려고 해도 그럴 수 없어요. 시내 쪽으로 가서 할머니들 손을 빌리려고요. 지금보다는 조금 더 여유가 생기고 손님도 많이 대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부여=FARM 고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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