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제빵기사도 본사가 다 채용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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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 파견' 논란
파견법 딜레마…"본사가 제빵기사 고용해 가맹점 보내는 것도 불법"
민노총 "본사가 업무 지시해 불법 파견이니 직접 고용하라"
파견법 딜레마…"본사가 제빵기사 고용해 가맹점 보내는 것도 불법"
민노총 "본사가 업무 지시해 불법 파견이니 직접 고용하라"
국내 최대 제과 프랜차이즈업체인 파리바게뜨가 불법 파견 논란에 휩싸였다. 도급업체에서 가맹점에 파견한 제빵기사에게 본사가 품질관리를 위해 직접 업무지시한 것을 두고 파견법 위반 혐의가 씌워진 것이다. 노동계에선 불법 파견이라고 단정 짓고 파리바게뜨 본사가 도급업체 소속 제빵기사를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측은 프랜차이즈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파리바게뜨 본사는 가맹점 3400곳에 근무하는 제빵기사 4500여 명을 모두 직접 고용해 불법 파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몇 달 전 관련 신고를 접수하고 근로감독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벌였으며 이달 결과를 내놓는다.
불법 파견 논란은 파리바게뜨 본사가 도급업체 소속인 제빵기사에게 지휘권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도급업체(하청) 소속 직원은 가맹본부나 가맹점주(원청)의 업무 지시를 받을 수 없다. 이를 어기면 불법 파견으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식빵이 모두 팔려서 추가로 빵을 구워야 하면 빵집 주인인 가맹점주는 제빵기사에게 직접 지시를 내릴 수 없다. 도급업체에 연락해 이 도급업체가 제빵기사에게 지시해야 한다. 파리바게뜨 본사도 지휘권이 없다.
노동계는 이를 근거로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에게 업무를 지시한 것이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통 전문가들은 “가맹계약에 따라 빵의 품질 관리를 위해 본사가 하는 교육 지원으로 가맹사업법에도 규정돼 있어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파리바게뜨의 불법 파견 논란은 프랜차이즈업계 최초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많은 제조업체가 불법 파견 여부를 놓고 노동계와 법정에서 다투고 있다. 현행 노동법제상 파견은 예외적인 상황(경비, 청소 등 32개 업종)을 빼곤 모두 금지돼 있다. 파리바게뜨가 속한 제과·제빵업종도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다. 당연히 사업주들은 도급 방식으로 인력을 채용한다. 도급과 파견의 경계가 불확실하다 보니 프랜차이즈업계까지 불법 파견이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프랜차이즈, 누가 지휘권 갖나
프랜차이즈는 불법 파견 논란이 기존 업종보다 복잡하다. 가맹점주라는 제3의 이해당사자가 있기 때문이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각 가맹점은 자신의 매장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자신의 책임과 비용으로 고용해야 한다. 다만 가맹본부가 제조기사에 대한 용역을 알선해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강제사항은 아니다.
대다수 가맹점주는 제조기사를 직접 고용하기보다는 용역(도급)을 이용한다. 인력 채용과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는 전국 3400여 개 매장 중 150여 곳만 가맹점주가 직접 빵을 굽거나 제빵기사를 직고용한다. 남은 3250여 곳엔 가맹점주의 요청으로 전국 11개 인력도급회사에서 보낸 45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인 뚜레쥬르도 비슷하다. 전국 1300여 개 매장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들이 6개 인력공급업체에서 파견된다.
문제는 이들 인력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노동계는 가맹본사에 법적으로 지휘권이 없는데도 실질적인 지휘권을 행사해 업무 지시를 했기 때문에 불법 파견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업계에선 생각이 다르다. 인력을 채용하고 비용을 지급하는 것은 가맹점주이고, 도급 계약은 가맹점주와 도급업체가 맺었기 때문에 본사는 가맹사업법에 따라 가맹점에 대한 교육 및 품질관리를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양호승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불법 파견은 도급회사(인력파견업체)와 원청회사(가맹점) 사이의 도급 계약을 전제로 원청이 도급회사 소속 직원들을 직접 지휘, 감독할 때 성립하는 것”이라며 “파리바게뜨는 어떤 도급 계약도 맺지 않은 만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직고용해도 또 불법 파견
노동계가 해결책으로 내놓은 본사 직고용도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프랜차이즈 체계는 기본적으로 가맹본사는 법인, 가맹점주는 개별 사업자다. 본사가 모두 직고용을 하면 가맹점을 직영화하는 것과 다름이 없게 된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가맹본사와 독립된 사업자가 계약을 맺는 것”이라며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직원을 직접 고용하면 가맹본부의 통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프랜차이즈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임금을 주고 채용한 당사자는 가맹점주인데 본사가 직고용하라고 강요하는 게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설사 본사가 직고용을 하더라도 불법 파견 소지는 여전하다. 가맹점주는 높은 품질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제빵기사에게 지시하지 않을 수 없다.
제빵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점주가 제빵기사에게 등급이 낮은 빵을 다시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거나 바쁠 때 빵과 함께 커피도 만들어달라고 하는 일이 현장에선 비일비재하다”며 “본사가 직고용을 해도 가맹점주가 이렇게 직접 지시를 하면 불법 파견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개별 가맹점주가 직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맹점주가 제빵기사를 직고용하면 가맹점주의 인력 운용 부담이 커진다.
■ 도급
수급인이 어떤 일을 마칠 것을 약정하고, 원청을 준 쪽(도급인)이 그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는 민법상 계약 방식.
■ 파견
한 업체가 고용한 근로자를 다른 업체가 파견받아 지휘·감독하면서 업무를 수행하는 파견법상의 계약 방식.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파리바게뜨 본사는 가맹점 3400곳에 근무하는 제빵기사 4500여 명을 모두 직접 고용해 불법 파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몇 달 전 관련 신고를 접수하고 근로감독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벌였으며 이달 결과를 내놓는다.
불법 파견 논란은 파리바게뜨 본사가 도급업체 소속인 제빵기사에게 지휘권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현행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도급업체(하청) 소속 직원은 가맹본부나 가맹점주(원청)의 업무 지시를 받을 수 없다. 이를 어기면 불법 파견으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식빵이 모두 팔려서 추가로 빵을 구워야 하면 빵집 주인인 가맹점주는 제빵기사에게 직접 지시를 내릴 수 없다. 도급업체에 연락해 이 도급업체가 제빵기사에게 지시해야 한다. 파리바게뜨 본사도 지휘권이 없다.
노동계는 이를 근거로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에게 업무를 지시한 것이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통 전문가들은 “가맹계약에 따라 빵의 품질 관리를 위해 본사가 하는 교육 지원으로 가맹사업법에도 규정돼 있어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파리바게뜨의 불법 파견 논란은 프랜차이즈업계 최초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많은 제조업체가 불법 파견 여부를 놓고 노동계와 법정에서 다투고 있다. 현행 노동법제상 파견은 예외적인 상황(경비, 청소 등 32개 업종)을 빼곤 모두 금지돼 있다. 파리바게뜨가 속한 제과·제빵업종도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다. 당연히 사업주들은 도급 방식으로 인력을 채용한다. 도급과 파견의 경계가 불확실하다 보니 프랜차이즈업계까지 불법 파견이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프랜차이즈, 누가 지휘권 갖나
프랜차이즈는 불법 파견 논란이 기존 업종보다 복잡하다. 가맹점주라는 제3의 이해당사자가 있기 때문이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각 가맹점은 자신의 매장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자신의 책임과 비용으로 고용해야 한다. 다만 가맹본부가 제조기사에 대한 용역을 알선해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강제사항은 아니다.
대다수 가맹점주는 제조기사를 직접 고용하기보다는 용역(도급)을 이용한다. 인력 채용과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는 전국 3400여 개 매장 중 150여 곳만 가맹점주가 직접 빵을 굽거나 제빵기사를 직고용한다. 남은 3250여 곳엔 가맹점주의 요청으로 전국 11개 인력도급회사에서 보낸 45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인 뚜레쥬르도 비슷하다. 전국 1300여 개 매장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들이 6개 인력공급업체에서 파견된다.
문제는 이들 인력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것이다. 노동계는 가맹본사에 법적으로 지휘권이 없는데도 실질적인 지휘권을 행사해 업무 지시를 했기 때문에 불법 파견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업계에선 생각이 다르다. 인력을 채용하고 비용을 지급하는 것은 가맹점주이고, 도급 계약은 가맹점주와 도급업체가 맺었기 때문에 본사는 가맹사업법에 따라 가맹점에 대한 교육 및 품질관리를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양호승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불법 파견은 도급회사(인력파견업체)와 원청회사(가맹점) 사이의 도급 계약을 전제로 원청이 도급회사 소속 직원들을 직접 지휘, 감독할 때 성립하는 것”이라며 “파리바게뜨는 어떤 도급 계약도 맺지 않은 만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직고용해도 또 불법 파견
노동계가 해결책으로 내놓은 본사 직고용도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프랜차이즈 체계는 기본적으로 가맹본사는 법인, 가맹점주는 개별 사업자다. 본사가 모두 직고용을 하면 가맹점을 직영화하는 것과 다름이 없게 된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가맹본사와 독립된 사업자가 계약을 맺는 것”이라며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직원을 직접 고용하면 가맹본부의 통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프랜차이즈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임금을 주고 채용한 당사자는 가맹점주인데 본사가 직고용하라고 강요하는 게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설사 본사가 직고용을 하더라도 불법 파견 소지는 여전하다. 가맹점주는 높은 품질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제빵기사에게 지시하지 않을 수 없다.
제빵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점주가 제빵기사에게 등급이 낮은 빵을 다시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거나 바쁠 때 빵과 함께 커피도 만들어달라고 하는 일이 현장에선 비일비재하다”며 “본사가 직고용을 해도 가맹점주가 이렇게 직접 지시를 하면 불법 파견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개별 가맹점주가 직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맹점주가 제빵기사를 직고용하면 가맹점주의 인력 운용 부담이 커진다.
■ 도급
수급인이 어떤 일을 마칠 것을 약정하고, 원청을 준 쪽(도급인)이 그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는 민법상 계약 방식.
■ 파견
한 업체가 고용한 근로자를 다른 업체가 파견받아 지휘·감독하면서 업무를 수행하는 파견법상의 계약 방식.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