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은행단 "도시바 못믿겠다", 日정부는 "서두르지마"

도시바(東芝)가 미국 펀드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연합에 오는 20일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는 계약을 하겠다고 채권은행단을 설득했다.

도시바는 대출 부실화를 우려하는 채권은행단을 달래고자 서두르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은행단에서는 "도시바는 못 믿겠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이 15일 전했다.
도시바메모리 "20일 한미일연합과 계약" 은행단 달랬지만
채권은행단이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 것은 그간 도시바 이사회가 거의 매주 열렸지만, 엎치락뒤치락 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8월 31일 이사회 전까지는 도시바의 협업 상대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주도하는 신(新)미일연합과 계약하겠다는 분위기였지만 이후 한미일연합이 새로운 제안을 했다며 결정을 보류했다.

이사회는 이달 6, 13일에도 열렸지만 최종 결정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13일에는 최유력 후보를 그전까지 유력했던 WD 진영을 제치고 한미일연합으로 바꾸는 노선전환을 택했다.

도시바는 14일 채권은행단에 20일 한미일연합과 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알리기는 했지만 동시에 "신미일연합이 조건을 대폭 양보할 경우에는 그쪽과 계약할 가능성도 있다"고 시사했다.

이러면서 채권은행단은 도시바에 대해 강한 불신을 비치고 있다.

은행단 사이에서는 급기야 "중요한 것은 빨리 정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좋으니 빨리 결정해달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은행단이 신속한 매각을 독촉하는 것은 자칫 대출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해서다.

도시바가 매각작업을 모두 마무리해 내년 3월 말까지 채무초과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되고 은행들은 막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매각계약을 하더라도 각국의 독점금지법 심사를 통과해 매각절차를 끝내려면 내년 3월까지도 시간이 빠듯하다.

그래서 은행단은 최후통첩식으로 9월 말을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한다.

은행단 채권 가운데 9월 말 상환기한을 맞이하는 것은 6천800억엔(약 7조원) 규모다.

미즈호, 미쓰이스미토모, 미쓰이스미토모신탁 등 3대 주거래은행은 최종계약을 협조융자 연장조건으로 압박한다.

하지만 일본정부 주관 부서인 경제산업성의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기술 유출을 경계하며 도시바에 신중한 교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한 상태다.

기술유출 방지 안전장치 마련을 압박한다.

심지어 경제산업성 한 관계자는 "계약을 서둘러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본말전도"라고까지 말한다.

아슬아슬한 최후까지 인수 후보들을 경쟁시켜 더 좋은 조건을 끌어내라고 한다.

그래서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20일 이후로 늦춰질 수도 있는 분위기다.

그런데 결정이 또 미뤄지면 10월 하순 열릴 예정인 도시바 임시 주주총회 때까지 매각처 보고를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채권은행단 사이에서는 "오는 20일은 지극히 중요하다.

도시바에 최후의 기회라고 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도시바가 운명의 20일을 맞이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