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기업 증시 상장계획 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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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혁신 명분 내걸고 박근혜 정부 때 추진했는데
문재인 정부 '공공성' 강조하며 민자유치 계획 급브레이크
기재부 TF 9월 초 해체
문재인 정부 '공공성' 강조하며 민자유치 계획 급브레이크
기재부 TF 9월 초 해체
정부가 남동발전과 동서발전 등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의 주식시장 상장 계획을 1년여 만에 백지화했다. ‘개방·경쟁’보다 ‘공공성’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탈(脫)원전·탈석탄 등으로 에너지 정책 방향이 바뀐 점도 영향을 끼쳤다.
상장, 1년3개월 만에 없던 일로
15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재부 공공정책국에 있던 에너지공공기관 상장 태스크포스(TF)팀을 이달 초 해체하고 직원들도 모두 다른 곳으로 발령냈다”고 말했다.
에너지공공기관 상장은 2014년 9월 당시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가 정부에 공기업 상장을 통한 지분 매각을 요구하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공공기관 기능 조정 방안’을 내놓으면서 남동 동서 등 5개 발전회사와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DN, 가스기술공사 등 3개 공기업 등 모두 8개의 에너지공공기관 상장 추진을 공식화했다. 지분의 20~30%만을 우선 상장하되 정부 등 공공 지분은 51% 이상 유지하는 이른바 ‘혼합소유제 방식’의 기업공개(IPO)였다.
당시 기재부는 “상장을 통해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이 강화되고 민간 자본 유입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장으로 유입된 자금은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신산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나아가 한국전력이 독점한 배전 등 전력 판매 부문을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해 전력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청사진까지 내놨다.
지난해 12월 기재부는 공기업 상장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했다.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을 올해 우선 증권시장에 상장한 뒤 남부·서부·중부발전은 2019년까지, 한수원과 한전KDN, 가스기술공사는 2020년까지 IPO를 끝내기로 했다.
“신재생 투자 재원은 어디서…”
하지만 올 들어 에너지공공기관 상장은 민영화 시비 등 논란에 휘말리며 삐걱거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 등이 이어지면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상장 대상 공기업의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현실적 문제가 우선 발목을 잡았다. 전력 판매자인 한전과 생산자인 발전자회사 간 수익 배분 기준인 ‘정산조정계수’를 놓고 정부와 발전사, 상장 주관사 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증권업계에선 “정부가 정산조정계수를 컨트롤하면 발전사의 이익 변동성을 높여 투자에 방해 요소가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조기대선 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는 그나마 이뤄지던 상장 작업마저 사실상 중단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부터 공공기관 상장을 민영화의 전초전으로 보고 강력히 반대했다. 결국 공공기관 상장은 새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새 정부 들어 180도 전환한 에너지 정책 기조는 상장 무산에 결정타를 날렸다. 남동발전은 전력 생산량의 90% 이상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온다. 동서발전도 62%를 석탄화력에 의존한다. 문재인 정부의 노후 석탄화력 폐지 정책은 이들 발전사의 미래 기업가치를 급격히 낮췄다.
에너지공공기관 상장 무산은 공공부문에 민간투자를 유치하고 경쟁체제를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혁신 방안의 전면 재검토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력시장 개방 등 후속대책 역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탈석탄과 탈원전을 하려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크게 높여야 하는데 상장이 무산돼 투자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걱정된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15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재부 공공정책국에 있던 에너지공공기관 상장 태스크포스(TF)팀을 이달 초 해체하고 직원들도 모두 다른 곳으로 발령냈다”고 말했다.
에너지공공기관 상장은 2014년 9월 당시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가 정부에 공기업 상장을 통한 지분 매각을 요구하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공공기관 기능 조정 방안’을 내놓으면서 남동 동서 등 5개 발전회사와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DN, 가스기술공사 등 3개 공기업 등 모두 8개의 에너지공공기관 상장 추진을 공식화했다. 지분의 20~30%만을 우선 상장하되 정부 등 공공 지분은 51% 이상 유지하는 이른바 ‘혼합소유제 방식’의 기업공개(IPO)였다.
당시 기재부는 “상장을 통해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이 강화되고 민간 자본 유입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장으로 유입된 자금은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신산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나아가 한국전력이 독점한 배전 등 전력 판매 부문을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해 전력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청사진까지 내놨다.
지난해 12월 기재부는 공기업 상장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했다.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을 올해 우선 증권시장에 상장한 뒤 남부·서부·중부발전은 2019년까지, 한수원과 한전KDN, 가스기술공사는 2020년까지 IPO를 끝내기로 했다.
“신재생 투자 재원은 어디서…”
하지만 올 들어 에너지공공기관 상장은 민영화 시비 등 논란에 휘말리며 삐걱거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 등이 이어지면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상장 대상 공기업의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현실적 문제가 우선 발목을 잡았다. 전력 판매자인 한전과 생산자인 발전자회사 간 수익 배분 기준인 ‘정산조정계수’를 놓고 정부와 발전사, 상장 주관사 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증권업계에선 “정부가 정산조정계수를 컨트롤하면 발전사의 이익 변동성을 높여 투자에 방해 요소가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조기대선 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는 그나마 이뤄지던 상장 작업마저 사실상 중단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부터 공공기관 상장을 민영화의 전초전으로 보고 강력히 반대했다. 결국 공공기관 상장은 새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새 정부 들어 180도 전환한 에너지 정책 기조는 상장 무산에 결정타를 날렸다. 남동발전은 전력 생산량의 90% 이상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온다. 동서발전도 62%를 석탄화력에 의존한다. 문재인 정부의 노후 석탄화력 폐지 정책은 이들 발전사의 미래 기업가치를 급격히 낮췄다.
에너지공공기관 상장 무산은 공공부문에 민간투자를 유치하고 경쟁체제를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혁신 방안의 전면 재검토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력시장 개방 등 후속대책 역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탈석탄과 탈원전을 하려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크게 높여야 하는데 상장이 무산돼 투자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걱정된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