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분양가 규제에 나서면서 청약시장이 더 과열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 당첨을 통해 막대한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높아진 탓이다.

반면 대출 기준을 대폭 강화한 8·2 대책으로 평범한 직장인들이 중도금 대출 등을 활용해 아파트를 장만할 기회는 훨씬 좁아졌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높은 서울 강남권 등의 청약시장은 자금여력이 풍부한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금수저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분양가 규제로 '금수저 투기판' 된 강남 청약시장
지난 7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서울 잠원동 ‘신반포센트럴자이’ 아파트는 일반분양 98가구 모집에 모두 1만6472명이 신청해 평균 168.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 들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최고 경쟁률이다. 최고 경쟁률은 510 대 1(전용면적 59㎡C)에 달했다. 이처럼 ‘청약 광풍’이 분 것은 주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 때문이었다.

이 아파트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4250만원으로 당초 업계의 예상보다 400만~500만원가량 낮게 책정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을 조건으로 분양가 인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당첨되면 2억~3억원은 번다’는 인식이 퍼지며 시세차익을 기대한 수요자가 대거 몰려들었다.

정부는 HUG를 통한 분양가 억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르면 다음달쯤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다.

정부는 분양가를 낮추면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분양가격 규제가 청약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중장기적으론 집값을 더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을 처음 분양받은 사람에게 인위적인 이윤을 만들어주는 정책”이라며 “분양가가 시장가보다 낮기 때문에 분양받는 순간 시세차익이 발생하고 신규 주택시장은 투기판이 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양가 규제가 과연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 중이던 2005년 3.3㎡당 1429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2006년 1529만원, 2008년 2171만원으로 계속 올랐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