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이 17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브이(V)자를 그려 보이며 웃고 있다. 고진영은 이번 우승으로 생애 첫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KLPGA 제공
고진영이 17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브이(V)자를 그려 보이며 웃고 있다. 고진영은 이번 우승으로 생애 첫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KLPGA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 최종 4라운드가 열린 17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GC(파71·6512야드). 승부는 15번홀(파4)에서 요동쳤다. 이때까지 12언더파 공동선두를 달리던 이승현(26·NH투자증권)이 두 번째 벙커샷에서 실수를 범했다. 샷은 토핑이 났고 공은 정면의 해저드로 날아갔다. 벌타를 받고 네 번째 샷을 해야 하는 상황. 이승현은 결국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선두 자리에서 내려왔다. 한 홀 앞선 16번홀(파3)에서 경기하던 또 다른 공동선두 허윤경(27·SBI저축은행)도 파퍼트를 놓치며 보기를 기록했다. 이 틈을 타 디펜딩 챔피언 고진영(22·하이트진로)이 고개를 내밀었다. 이승현과 같은 조에서 경기한 고진영은 이승현이 무너진 15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단숨에 12언더파 단독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선두 자리를 꿰찬 고진영은 끝까지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결국 고진영은 1타 차 접전 속에서 우승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21위에서 1위로 ‘수직상승’

고진영은 이번 대회 1라운드를 공동 21위로 출발했다. 이후 2라운드에서 9위로 올라섰고 3라운드에선 이승현에 1타 뒤진 9언더파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순위를 차근차근 끌어올린 고진영은 결국 최종 4라운드에서 2위 허윤경에 1타 앞선 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로 우승했다.

고진영은 이날 이승현, 김지희(23·BNK금융그룹)와 챔피언조에서 경기했다. 고진영은 2번홀(파4)에서 기분 좋은 첫 버디를 낚은 뒤 전반 나머지 홀을 파로 막았다. 후반부에선 10번홀(파5) 버디로 줄인 1타를 11번홀(파4) 보기로 다시 되돌렸으나 14·15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날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친 고진영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허윤경은 15번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으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으나 16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전날 3라운드까지 1위를 달리며 올 시즌 첫 우승의 기대감을 높였던 이승현은 15번홀 더블보기로 입은 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3위로 마감했다.

◆LPGA 메이저 포기하고 BMW 2연패

지난달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오랜만에 우승하며 부활한 고진영은 올 시즌 두 번째 우승이자 개인통산 아홉 번째 우승탑을 쌓았다. 우승 상금 3억원과 1억원 상당의 BMW X6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부상으로 받았다. 상금 순위는 6위에서 단숨에 3위로 뛰어올랐다.

고진영은 “상반기에 부진해 스윙코치를 바꿨고 정신적인 부분도 많은 노력을 했다”며 “작년에 우승한 대회라 마음 편하게 경기했다. 남은 시즌도 상승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4라운드 내내 선두를 내주지 않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고진영은 타이틀 방어에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고진영은 같은 기간 프랑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의 출전 자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에비앙 대신 이 대회를 택했고, 대회 2연패로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입증했다. 고진영의 우승으로 이번 시즌 KLPGA 다승자는 3승자인 김지현(26·한화)과 이정은(21·토니모리), 2승자인 김해림(28·롯데), 최혜진(18·롯데), 오지현(21·KB금융그룹)까지 6명으로 늘어났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