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규제'가 일자리 없앤다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신분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제정된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정작 당사자인 강사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의도와 달리 오히려 시간강사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사법은 대학 시간강사에게도 교수처럼 교원 지위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 정부 국정과제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과도 부합한다. 이 법이 시행되면 대학은 강사를 교원으로 전환하고 1년 이상 임용해야 한다. 문제는 부담을 느낀 대학들이 소수의 강사만 교원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다른 대학 강사를 초빙하는 식으로 메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강사가 한 대학에서 교원이 되더라도 다른 대학에선 강사로 뛸 수 있기 때문이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이렇게 되면 소수 강사만 기득권 울타리로 진입하고 대다수는 쫓겨나 전체 강사 약 6만 명 가운데 3만~4만 명이 실직할 것”으로 우려했다. 선의를 내세운 규제가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키는 전형적인 ‘규제의 역설’ 사례다.

규제의 역설은 새 정부 들어 곳곳에서 나타날 조짐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공공기관 인턴 채용 중단으로 이어져 청년 취업을 더 악화시키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더 커지는 것이 그런 사례다. 정부가 집 없는 서민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내놓은 분양가 규제 역시 대출 규제 강화와 맞물려 일부 지역 분양권 시장을 ‘금수저 투기판’으로 변질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대형 빵집 규제도 엉뚱하게 외국 업체가 혜택을 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의로 시작한 ‘착한 규제’는 명분은 그럴싸하지만 시장 원리를 무시할 경우 전혀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을 왜곡하고 정부 불신만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