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로 "핵 정책 로드맵 갖춰야", 최명길 "재배치 요구 검토 가능" 국민의당 의원들은 18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전술핵 도입 및 핵 개발 방안을 두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국민의당은 지난 대선 당시 한반도 비핵화를 안철수 후보의 대선 공약으로 내건 바 있어,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상 당론에 배치된다.
하지만 최근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가 잇따라 전술핵 도입 등 모든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계기로 당론 변경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당내 찬반 논란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안 대표는 이날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위협 관련 대응방향 및 해법'을 주제로 열린 조찬 세미나에서 정부의 대북 인도적지원 방침, 보수 진영의 독자적 핵개발 강경론 등을 언급하며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도 앞서 지난 7일 전술핵 논의에 대해 "중국에 강력한 대북제재를 하도록 할 카드가 전혀 없으니 미국의 동의 하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으로 한국이 전술핵을 쓸 수 있게 하자는 말"이라고 전하며 논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 같은 기류 속에서 정동영 의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국민의당은 대북 포용정책을 계승·발전한다는 강령에서 이탈해서는 안 된다"며 핵무기 도입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가 "전술핵이 재배치되면 이를 빌미로 북한 핵이 영구화될 수 있고, 한반도가 화약고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자 "양 교수가 본질을 짚었다"고 호응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길과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길 가운데 YS의 길을 가면 실패할 것"이라면서 "강령에 입각해 토론이 진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원 전 대표도 양 교수 등의 주제발표를 거론하면서 "전술핵 배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할 필요가 없다고 자세히 설명됐다"며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이어 "NPT(핵확산금지조약), 미국과의 동맹, 국제 규범을 지켜야 하는 우리가 현실적으로 (전술핵 도입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전 대표는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핵 문제가 있는데 우리에게 자꾸 무기만 사라고 한다.
이것도 한미동맹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며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의원들 상당수는 전술핵 도입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내며 적어도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김중로 의원은 "양 교수의 얘기를 죽 들으면 정말 한가로우신 분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며 "저도 비핵화 신봉자였지만, 6차 핵실험 후에는 이게 안 먹힌다.
핵 외에는 먹히는 카드가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왜 전술핵만 갖고 얘기를 하나.
핵 전체 정책에 대해 로드맵을 갖고, 수위를 높이며 카드로 써야 한다"면서 "미국에서 제공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핵무기에 알레르기를 일으킬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확실히 핵우산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하면,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카드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정 의원이 언급한 국민의당 강령 문제와 관련해서도 "불변의 진리는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렇게 하셨을 때와 전혀 여건이 다르다"며 "당론을 바꿔 합리적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영일 의원 역시 "국제정치에 있어 대화도 힘을 전제로 한다.
우리가 얘기하는 힘은 전술핵이 아닌가"라면서 "대화론은 공허하다"고 일축했다.
정인화 의원은 "햇볕정책은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국방을 전제한 상태에서 북한에 자발적 변화 유인을 제공하는 것인데, 오해가 있다"면서 "전술핵을 배치하지 않으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비핵화를 추진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언주 의원도 "아무 카드도 없이 멀뚱멀뚱 있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
자체적 핵개발을 비롯해 다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고, 최명길 의원도 "국민 불안에 부응하지 못하면 바보가 된다.
핵 안전보장협정을 얻어내기 위해 한국 정부가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는 것도 여러 옵션 중에 (하나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한지훈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