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 돌고 어지러운 증상이 생기면 빈혈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빈혈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숨이 찬 증상이다. 이 같은 증상이 지속되면 의료기관을 찾아 반드시 치료받아야 한다.

유영진 인제대 상계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사람이 산소 없는 곳에 가면 숨이 찬 것처럼 빈혈도 숨이 찬 증상이 가장 흔하다”고 했다. 그는 “운동할 때처럼 산소가 많이 필요하면 산소 부족이 심해져 숨이 더 찬다”며 “빈혈은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빈혈은 혈액 중 적혈구가 부족할 때 나타난다. 적혈구는 몸 속 산소를 운반하는 일꾼 역할을 한다. 적혈구가 부족하면 산소가 잘 운반되지 않는다. 빈혈이 있을 때 숨찬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빈혈이 있으면 산소가 부족해 숨이 차는데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계단을 올라가거나 달리기, 등산 등 운동을 할 때만 증상이 나타나지만 심해지면 움직이지 않을 때도 숨이 찬다. 빈혈 증상으로 오인하는 어지럼증은 귀 안쪽이나 머리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빈혈은 몸에 산소를 공급하는 일꾼이 줄어드는 것이다.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를 움직이는 기관은 심장이다. 빈혈이 생기면 심장에서 피를 더 많이 더 자주 돌려 산소 보내는 양을 유지하려 한다. 심장이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빈혈을 방치하면 심장이 무리하게 되고 심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이가 많은 환자는 심장 기능에까지 문제가 생긴다.

빈혈은 여러 원인으로 생긴다. 피를 만드는 영양분 중에는 철분이 빈혈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비타민 등이 부족해도 빈혈이 생긴다. 골수에서 피를 잘 만들지 못해도 빈혈이 생긴다. 혈액이 깨지는 용혈, 출혈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위암이나 대장암 등이 있을 때 특별한 증상 없이 빈혈 증상만 호소하기도 한다. 빈혈은 몸에 질환이 있다는 신호다. 빈혈이 있다고 원인이나 진단 없이 약만 먹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대표적 빈혈약은 철분제제다. 하지만 빈혈이 모두 철 결핍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빈혈의 원인이 철분 부족이 아닐 때는 철분제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다. 오히려 철분이 몸에 많이 쌓여 문제될 수 있다.

철분 부족으로 빈혈이 생겼더라도 아무 약제나 선택해서는 안 된다. 비타민 등이 섞여 가격은 비싸지만 철분이 너무 적어 효과가 적은 약제도 많다. 철분이 충분히 들어 있는 약제를 선택해 복용해야 한다.

철분제제를 먹은 뒤 1주일 정도 지나면 많은 환자가 컨디션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2개월이 지나면 빈혈이 거의 회복된다. 그렇다고 약을 임의로 끊으면 안 된다. 빈혈이 좋아졌더라도 철분의 양은 여전히 모자라는 상태기 때문이다.

약으로 먹은 철분은 대부분 적혈구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적혈구가 다 만들어지면 그제야 철분을 몸에 저장한다. 몸에 충분한 양의 철분이 저장되려면 빈혈이 좋아진 뒤에도 6개월 정도는 약을 더 먹어야 한다. 유 교수는 “빈혈약과 녹차를 함께 마시면 빈혈약의 약효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