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도상봉·장욱진·구자승… 거장들의 '한가위 판화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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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갤러리, 10월 10일까지 '프린트 베이커리' 전
서양화 1세대 작가 도천(陶泉) 도상봉 화백(1902~1977)은 평범한 일상생활을 소재로 주로 정물화와 풍경화를 그렸다. 국내 최초 서양화가인 고희동에게 그림을 배운 그는 일본 도쿄미술학교에 다니면서 조선백자에 매료돼 평생 작품 소재로 활용했다. 달항아리를 비롯해 라일락, 국화, 사과 등 일상의 대상을 정갈한 색채로 묘사한 그의 작품은 민족적 미의식을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줄곧 주목받아왔다.
도 화백의 정물화를 비롯해 탄탄한 화력을 갖춘 국내 화가들의 작품을 압축해 제작한 뮤라섹(mulasec) 기법의 이색 판화 작품을 마치 빵가게에서 빵을 고르듯 구입할 수 있는 ‘프린트 베이커리’전이 마련됐다. 내달 10일까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열리는 ‘한가위 그림잔치’전이다. 한국경제신문사와 서울옥션이 추석을 맞아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김환기 도상봉 유영국 구자승 석철주 고영훈 사석원 이목을 윤병락 김대섭 하태임 이사라 등 작고·중견·신진 작가 18명의 뮤라섹 판화 38점이 걸렸다.
추석 명절에 부모님이나 연인, 스승에게 온정의 표시로 ‘문화’를 선물할 좋은 기회다. 뮤라섹 판화는 피그먼트 안료를 사용해 그림을 압축한 뒤 아크릴 액자로 만든 아트 상품이다. 질감이 섬세하고 색감이 생생히 살아 있는 게 특징이다. 참여 작가들이 직접 고유번호(에디션)를 붙이고 사인도 했다.
출품작은 한국 근·현대미술의 스펙트럼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단색화가 김환기의 ‘점화’ 시리즈도 뮤라섹 판화로 만날 수 있다. 푸른 점들을 끝없이 그려 넣어 고향 밤하늘의 은하수, 때로는 깊은 우물 속에 잔잔히 울려 퍼지는 음향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정물화의 대가 구자승 화백의 작품도 여러 점 걸렸다. 레몬, 자두, 주전자, 꽃병 등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작가의 붓질로 새로운 생명체로 되살아난다. 빈 병 또는 꽃병이 주는 수직의 느낌과 과일이 놓인 탁자의 수평적 구도로 잡아낸 사물들이 숨을 쉬는 듯 생생하다.
중견 추상화가 사석원의 작품들도 관람객을 반긴다. 한국화와 유화를 오가며 원색물감을 화면에 바르고 마구 뿌리는 기법으로 당나귀, 수탉, 호랑이를 유쾌하고 해학적으로 표현해 생명의 존귀함을 형상화했다. 과감한 면 분할, 강렬한 색감으로 산을 묘사한 유영국의 색면추상화, 조선시대 달항아리를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손에 잡힐 듯 그린 고영훈의 작품, 특유의 몽환적인 색감으로 백자를 그린 석철주의 작품, 일상의 행복을 동화처럼 펼쳐낸 신철의 그림, 색띠를 통해 현대인의 소통을 은유한 하태임의 추상화, 사과를 통해 귀소 의식을 형상화한 윤병락의 작품 등에서도 작가 특유의 재치를 엿볼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도 화백의 정물화를 비롯해 탄탄한 화력을 갖춘 국내 화가들의 작품을 압축해 제작한 뮤라섹(mulasec) 기법의 이색 판화 작품을 마치 빵가게에서 빵을 고르듯 구입할 수 있는 ‘프린트 베이커리’전이 마련됐다. 내달 10일까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열리는 ‘한가위 그림잔치’전이다. 한국경제신문사와 서울옥션이 추석을 맞아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김환기 도상봉 유영국 구자승 석철주 고영훈 사석원 이목을 윤병락 김대섭 하태임 이사라 등 작고·중견·신진 작가 18명의 뮤라섹 판화 38점이 걸렸다.
추석 명절에 부모님이나 연인, 스승에게 온정의 표시로 ‘문화’를 선물할 좋은 기회다. 뮤라섹 판화는 피그먼트 안료를 사용해 그림을 압축한 뒤 아크릴 액자로 만든 아트 상품이다. 질감이 섬세하고 색감이 생생히 살아 있는 게 특징이다. 참여 작가들이 직접 고유번호(에디션)를 붙이고 사인도 했다.
출품작은 한국 근·현대미술의 스펙트럼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단색화가 김환기의 ‘점화’ 시리즈도 뮤라섹 판화로 만날 수 있다. 푸른 점들을 끝없이 그려 넣어 고향 밤하늘의 은하수, 때로는 깊은 우물 속에 잔잔히 울려 퍼지는 음향을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정물화의 대가 구자승 화백의 작품도 여러 점 걸렸다. 레몬, 자두, 주전자, 꽃병 등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작가의 붓질로 새로운 생명체로 되살아난다. 빈 병 또는 꽃병이 주는 수직의 느낌과 과일이 놓인 탁자의 수평적 구도로 잡아낸 사물들이 숨을 쉬는 듯 생생하다.
중견 추상화가 사석원의 작품들도 관람객을 반긴다. 한국화와 유화를 오가며 원색물감을 화면에 바르고 마구 뿌리는 기법으로 당나귀, 수탉, 호랑이를 유쾌하고 해학적으로 표현해 생명의 존귀함을 형상화했다. 과감한 면 분할, 강렬한 색감으로 산을 묘사한 유영국의 색면추상화, 조선시대 달항아리를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손에 잡힐 듯 그린 고영훈의 작품, 특유의 몽환적인 색감으로 백자를 그린 석철주의 작품, 일상의 행복을 동화처럼 펼쳐낸 신철의 그림, 색띠를 통해 현대인의 소통을 은유한 하태임의 추상화, 사과를 통해 귀소 의식을 형상화한 윤병락의 작품 등에서도 작가 특유의 재치를 엿볼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