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원을 바라보는 금융위원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 최흥식 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이 금융위 업무영역을 잇달아 침범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게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다. 금감원은 이날 보고자료에 “내년 12월까지 소규모 신규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환급제도를 도입하고, 소규모 온라인판매점에도 우대수수료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영세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카드수수료 우대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 계획이 금융위가 추진하려던 내용이라는 데 있다.

금융위는 금감원이 사전 논의 없이 해당 정책을 발표해서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이 ‘월권’을 하고 있다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 환급 등은 금융정책을 입안하는 금융위의 몫이지, 금융위의 금융회사 감독권한을 대행하는 기관인 금감원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최 원장 취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최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기업공시 제도를 개편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을 국민에게 알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업공시 제도 개편 역시 금융위가 해야 할 일이다.

금융계와 관가에선 민간 출신인 최 원장의 ‘의욕 과잉’에서 이 같은 영역 침범이 이뤄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금융업계에만 30년 넘게 몸담은 최 원장이 금융위·금감원의 역할과 기능을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최 원장이 향후 금융감독기구 재편을 대비해 미리 주도권을 쥐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