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은 학문 간 장벽 허문 '혁신의 용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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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재포럼 2017
운동장만한 '아이디어 팩토리' 갖춘 조지아텍
스탠퍼드대 '세상 바꿀 아젠다'
"버려진 아이 사망률 낮추자"
15달러짜리 체온보호박스 만들어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의 혁신
학생들에 창업 실습공간 제공
21개 학과 융합 '클러스터'도
운동장만한 '아이디어 팩토리' 갖춘 조지아텍
스탠퍼드대 '세상 바꿀 아젠다'
"버려진 아이 사망률 낮추자"
15달러짜리 체온보호박스 만들어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의 혁신
학생들에 창업 실습공간 제공
21개 학과 융합 '클러스터'도
‘세상을 바꿀 혁신을 어떤 분야에서 이룰 것인가.’ 2015년 미국 스탠퍼드대 공대가 향후 20년 생존전략을 설계하면서 던진 물음이다. 이를 위해 학부생부터 교수까지 수개월에 걸쳐 의견을 모아 10가지 아젠다를 선정했다. ‘미래의 도시에서 인류는 어떻게 번영을 누릴 것인가’ 등이다. 한국에서라면 대부분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 외면받았을 주제들이다. 혁신을 이뤄낼 ‘어벤저스팀’도 꾸렸다. 학문의 벽을 허물고, 교수와 학생 간 서열을 파괴한 조직이다.
미국 남부에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SU)에는 ‘더 개라지(The Garage·창고)’라는 독특한 공간이 있다. 학생 창업가를 위한 실습공간으로 기숙사 시설까지 갖췄다. 이곳 입구에 대문짝만하게 걸린 문구(‘세상에 연관되지 않은 것들은 없다’)는 미국 대학들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미 대학은 혁신의 경연장
미국 대학은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다. 온갖 아이디어와 혁신의 용광로라는 의미에서다. 논문 작성용이 아니라 실제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연구와 교육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여러 학문 간 협업은 올바른 해법을 내놓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김성완 서울대 의공학과 교수는 “한국 대학처럼 ‘억지춘향’식으로 융합을 강조하는 것과는 접근법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스탠퍼드대의 상징으로 불리는 ‘D스쿨’이 대표적인 사례다.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의 발원지이기도 한 이곳에선 매년 프로젝트 경진대회가 벌어진다. 지난해 1위는 스티로폼으로 만든 15달러짜리 체온 보호 박스였다. 개발도상국에 만연한 영아 유기로 인한 사망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가 주제였다. D스쿨의 공간은 칸막이가 천장에 매달려 있어 내려서 붙이면 방이 되는 구조다. 흔한 책상도 없다. 오로지 아이디어를 표현할 펜과 3D프린터, 갖가지 공구들뿐이다.
조지아텍은 3000㎡ 규모의 ‘인벤션 스튜디오’를 갖춰놨다. 메탈숍, 우드룸, 3D프린터룸 등 7개 공간으로 구성된 이곳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데 쓰이는 첨단 장비만 64종에 달한다. NCSU의 ‘더 개라지’, MIT의 ‘팹 랩’도 D스쿨과 비슷하다.
한국 대학에도 비슷한 것들이 있기는 하다. 서울대만 해도 정부에서 3억원을 지원받아 39동 지하에 ‘아이디어 공장’이라는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곧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정부 지원이 올해로 중단되기 때문이다. 김우승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부총장은 “외부 돈줄이 끊기면 사라지는 식으로는 미국 대학들과의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협업에 가산점과 지원금”
학과 간 교류가 활발하다는 점도 미국 대학들을 일류로 만든 요인이다. 스탠퍼드대만 해도 ‘정교수 2000여 명 각자가 최고경영자(CEO)’로 불릴 정도로 교수들의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통하는 대원칙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이다. 에이미 리 스탠퍼드대 국제협력부문 연구원은 “요즘엔 융합 연구가 워낙 활발하다 보니 교수들이 대학원생을 뽑을 때 다른 과 학생을 더 선호할 정도”라고 말했다.
스탠퍼대 공대가 교육 목표를 ‘인본주의자 공학도(humanist engineer)’로 내건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퍼시스 드렐 스탠퍼드대 공대 학장은 “세계가 갈수록 통합되면서 전통적인 학문 간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했다.
NCSU의 바이오메디컬캠퍼스는 모든 학과가 융합형이다. ‘클러스터’라 불리는 21개 학과로 구성돼 있는데 80여 명이 모인 하나의 클러스터에는 서로 다른 전공자가 모여 협업한다. 믈라덴 보크 NCSU 부총장은 “정부와 학내 지원금도 협업을 통한 연구와 새로운 주제에 더 가점을 준다”며 “한국에서 말하는 4차 산업혁명 같은 혁신이란 이런 노력들이 쌓여 있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면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새너제이·랄리=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미국 남부에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SU)에는 ‘더 개라지(The Garage·창고)’라는 독특한 공간이 있다. 학생 창업가를 위한 실습공간으로 기숙사 시설까지 갖췄다. 이곳 입구에 대문짝만하게 걸린 문구(‘세상에 연관되지 않은 것들은 없다’)는 미국 대학들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미 대학은 혁신의 경연장
미국 대학은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다. 온갖 아이디어와 혁신의 용광로라는 의미에서다. 논문 작성용이 아니라 실제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연구와 교육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여러 학문 간 협업은 올바른 해법을 내놓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김성완 서울대 의공학과 교수는 “한국 대학처럼 ‘억지춘향’식으로 융합을 강조하는 것과는 접근법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스탠퍼드대의 상징으로 불리는 ‘D스쿨’이 대표적인 사례다.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의 발원지이기도 한 이곳에선 매년 프로젝트 경진대회가 벌어진다. 지난해 1위는 스티로폼으로 만든 15달러짜리 체온 보호 박스였다. 개발도상국에 만연한 영아 유기로 인한 사망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가 주제였다. D스쿨의 공간은 칸막이가 천장에 매달려 있어 내려서 붙이면 방이 되는 구조다. 흔한 책상도 없다. 오로지 아이디어를 표현할 펜과 3D프린터, 갖가지 공구들뿐이다.
조지아텍은 3000㎡ 규모의 ‘인벤션 스튜디오’를 갖춰놨다. 메탈숍, 우드룸, 3D프린터룸 등 7개 공간으로 구성된 이곳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데 쓰이는 첨단 장비만 64종에 달한다. NCSU의 ‘더 개라지’, MIT의 ‘팹 랩’도 D스쿨과 비슷하다.
한국 대학에도 비슷한 것들이 있기는 하다. 서울대만 해도 정부에서 3억원을 지원받아 39동 지하에 ‘아이디어 공장’이라는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곧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정부 지원이 올해로 중단되기 때문이다. 김우승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부총장은 “외부 돈줄이 끊기면 사라지는 식으로는 미국 대학들과의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협업에 가산점과 지원금”
학과 간 교류가 활발하다는 점도 미국 대학들을 일류로 만든 요인이다. 스탠퍼드대만 해도 ‘정교수 2000여 명 각자가 최고경영자(CEO)’로 불릴 정도로 교수들의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통하는 대원칙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이다. 에이미 리 스탠퍼드대 국제협력부문 연구원은 “요즘엔 융합 연구가 워낙 활발하다 보니 교수들이 대학원생을 뽑을 때 다른 과 학생을 더 선호할 정도”라고 말했다.
스탠퍼대 공대가 교육 목표를 ‘인본주의자 공학도(humanist engineer)’로 내건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퍼시스 드렐 스탠퍼드대 공대 학장은 “세계가 갈수록 통합되면서 전통적인 학문 간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했다.
NCSU의 바이오메디컬캠퍼스는 모든 학과가 융합형이다. ‘클러스터’라 불리는 21개 학과로 구성돼 있는데 80여 명이 모인 하나의 클러스터에는 서로 다른 전공자가 모여 협업한다. 믈라덴 보크 NCSU 부총장은 “정부와 학내 지원금도 협업을 통한 연구와 새로운 주제에 더 가점을 준다”며 “한국에서 말하는 4차 산업혁명 같은 혁신이란 이런 노력들이 쌓여 있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면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새너제이·랄리=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