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최희연
피아니스트 최희연
피아니스트 최희연(49·사진)에게 프랑스 음악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그는 독일 베를린국립음대에서 공부를 하고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져 있었다. 2015~2016년 안식년(현재 서울대 음대 교수 재직 중)을 지내던 중 뵈젠도르퍼에서 나온 피아노 한대를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섬세하고 청아한 소리에 그는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의 음악이 불현듯 떠올랐다. 베토벤 녹음 계획도 순식간에 바꿨다. 마침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으로부터 프랑스 공연에 대한 제의가 왔다. 우연같은 운명이었다.

최희연이 ‘프렌치 스쿨’ 을 주제로 피아노 시리즈를 펼친다. 오는 21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바로크에 경의를 표하며’를 주제로 한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11월까지 세차례에 걸쳐 공연한다. 최희연은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평소 공연과 별개로 프랑스 음악을 마음의 고향처럼 여기고 즐겨들었는데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며 “프랑스의 바로크 시대부터 인상주의,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사조의 작품들을 펼쳐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9년 서울대 음대 최초로 공개오디션을 통해 교수로 임명됐다. 18년여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꾸준히 공연무대에 올랐다. 2002년부터 3년여 동안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하기도 했으며 이후에도 독일, 미국 등에서 베토벤 음악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

“많이 바쁘지만 제 연주 경험이 다채로워질수록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게 더 늘어난다고 생각해요. 프랑스 음악의 사조를 짚어가는 이번 공연도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1부에선 먼저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두 대부 쿠프랭과 라모의 소품 및 모음곡들을 들려준다. 클라브생(하프시코드라고도 불리는 피아노의 전신)의 아름다운 선율을 즐길 수 있는 쿠프랭의 ‘사랑에 빠진 나이팅게일’과 라모의 ‘새들의 지저귐’ 등이다.

“특히 라모의 ‘이명동음’이란 곡이 신비롭습니다. 같은 음이 살짝 색채만 바꿔서 이어져요. 프랑스 음악 특유의 미묘한 선율 변화와 약간의 떨림까지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2부에선 드뷔시의 ‘라모에 대한 경외’,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 등을 연주하며 200여년의 시간이 흐른 뒤 프랑스 음악가들이 바로크 작곡가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표현한다. 다음 공연은 10월 26일 ‘이미지’, 11월 30일 ‘사랑’을 주제로 펼쳐진다.

최희연은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에 나설 생각이다. “서양음악사 전체의 구심점이 되는 게 바흐의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18년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난 지금에서야 바흐를 좀 알것 같아요. 제 생애 마지막 프로젝트로 바흐를 꿈꿨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선보이게 될 것 같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