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기업 4곳 중 3곳, 5년도 안돼 문 닫는다
국내 신생기업 네 곳 중 세 곳은 5년 내 문을 닫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연합(EU) 주요국과 비교해 기업생존율이 훨씬 낮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20일 발표한 ‘국제 비교를 통한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 현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신생기업의 5년 생존율은 27.3%였다. 독일(39.1%) 프랑스(44.3%) 영국(41.1%) 스페인(40.0%) 이탈리아(44.7%)보다 한참 낮은 수치다.

한국 기업의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가계 소비성향이 낮고, 내수시장이 협소해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이 더 치열하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1인당 가계소비액을 100으로 볼 때 한국은 68.6으로 미국(153.1) 영국(108.6) 독일(103.8) 이탈리아(90.9)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소비성향을 나타냈다.

전체 활동기업 중 신생기업 비율을 나타내는 신생률은 14.6%로 EU 5개국 평균인 9.6%보다 높았다. 소멸률도 14.0%로 EU 5개국 평균인 8.0%보다 높았다. 기업의 시장 진입과 퇴출이 유럽보다 빈번하다는 의미다.

전체 활동기업 중 신생기업에 고용된 종사자 수의 비중은 한국이 6.7%로 가장 높았다. 영국(3.6%) 스페인(3.4%) 프랑스(2.9%) 이탈리아(2.5%) 독일(1.2%) 등 주요 선진국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신생기업이 고용에 기여하는 바가 다른 나라에 비해 크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들 기업의 생존율이 낮아 고용 불안은 그만큼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훈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신생기업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국내 서비스업이 영세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