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금호타이어 고통 분담하면 회생 긍정적"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은 “이해당사자들이 고통을 분담한다면 금호타이어가 충분히 회생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20일 말했다. 다만 회생가능성에 대한 판단 기준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연관되는 데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호타이어가 2015년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을 졸업한 이후 왜 이렇게 빠른 속도로 경영이 악화됐는지를 분석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금호타이어가 살아날 수 있는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금호타이어의 생존가능성에 대해서는 “박 회장 측이 제출한 자구계획안을 검토하는 단계여서 결과를 속단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는 회생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게 박 회장 측이 제출한 자구안에 대한 판단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회장이 언급한 이해당사자는 주주, 직원, 채권단, 지역사회 등을 모두 포함한다. 그는 “모든 이해당사자가 기업 살리기에 동참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구안 수용 여부는 다음주 중 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자구안을 받아들인다면 박 회장에게 (금호타이어 회생을) 맡기는 것이고 아니라면 (박 회장이) 빠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 문제와 관련해 박 회장을 만날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는 “박 회장은 매각 과정에서 업무와 관련해 필요하면 만나겠지만 의례적인 면담은 의미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산은의 기업 구조조정 원칙에 대해서는 독자 생존, 일자리 유지, 조속한 정상화를 꼽았다. 구조조정 추진이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 기조와 상충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가능한 한 일자리를 많이 유지하는 방향으로 기업회생을 추진한다면 정치권에서도 지원해 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려면 결국은 기업의 독자 생존이 중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배치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대우건설에 대해선 내년 초 매각 성사를 목표로 이달 말 매각 공고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선업과 관련해서는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며 “앞으로 조선업의 업황이 어떤지 예의주시하며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명 ‘장기하(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경기고·하나금융 라인) 라인’으로 꼽힌다는 우려에 대해선 “가수 장기하를 좋아한다”며 웃어넘겼다. 그는 “현 정부와 정책 철학을 공유한다는 측면은 있지만 특정 라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이 정부가 원칙에 어긋나는 요구를 할 리 없다고 단언하지만 설사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의견을 전달하고 협의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