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슈퍼 "뭉쳐야 산다"…1만여 곳 '협동조합 슈퍼' 변신
동네 슈퍼가 협동조합을 조직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생계형 영세 슈퍼마켓은 현재 전국에 6만~7만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공동 브랜드’와 ‘공동구매’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코사마트와 나들가게가 대표적이다. 코사마트는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가 1993년 선보인 공동 브랜드이고, 나들가게는 2009년 10월 당시 중소기업청이 동네 슈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세운 공동 브랜드다. 나들가게 사업은 2010년부터 본격 시행돼 작년까지 1만760개 점포가 문을 열었다. 코사마트도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가 시작된 이후 출점이 늘어 현재 전국에 1151개가 있다.

나들가게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간판교체비(200만원), 매장 환경 개선 지원(120만원), 마케팅과 경영 컨설팅(190만원), 계산대 포스 설치비(150만원) 등을 지원한다. 이들은 공동구매로 구매단가를 낮추고 브랜드 신뢰도를 높여가고 있다. 코사마트는 정부 지원은 없지만 연합회 차원에서 계절별로 공동 세일전, 공동 경품행사 등을 열고 있다. 서울 종로의 한 코사마트 대표는 “공동구매를 하니 가격 경쟁력도 생기고, 대규모 세일 행사도 함께할 수 있어 혼자 슈퍼마켓을 운영할 때보다 매출이 2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형태의 슈퍼가 마냥 잘나가는 것은 아니다. 사업 초기에 비해 폐업률이 높아지고, 경영난을 겪는 곳도 늘고 있다. 2015년부터 매년 1000여 곳이 폐업 신고를 하고 있다. 공동구매를 해도 도매업체 중심의 식자재마트나 중대형 마트와 경쟁하기엔 가격에서 한계가 있고, 편의점처럼 24시간 영업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 슈퍼마켓 관계자는 “나들가게를 차리려면 최대 1억원의 시설 자금을 중기부에서 저금리로 대출받는데 일부 점포는 원리금 갚는 것도 어려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까운 곳에 식자재마트가 들어선 경우 특히 타격이 크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경쟁력 강화와 사업 확대를 위해 공동구매를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연합회에는 지역별로 슈퍼마켓에 납품하는 52개 중소기업 협동조합과 44개 유통공동물류센터가 모여 있다. 연합회는 3년 전부터 공동구매 사업을 본격화했다. 공동구매 규모는 2015년 100억원에서 작년에는 300억원으로 커졌다. 연합회 관계자는 “내년까지 공동구매 규모를 1000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