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가게 : 오래된 가게가 오래 가길 희망한다 >
서울시는 ‘종로양복점’처럼 종로·을지로 일대에 있는 노포(老鋪) 39곳을 발굴해 ‘오래가게’로 지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오래된 가게가 오래 가길 희망한다’는 의미를 담아 ‘오래가게’로 명명했다. 선정 대상은 30년 이상 운영했거나 2대 이상 전통을 계승한 곳,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들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생활 문화와 전통 공예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업종을 선정했다”며 “요식업 분야는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홍보돼 제외했다”고 말했다.
붓과 벼루 등을 판매하는 ‘구하산방’은 대표적인 전통 공예가게다. 1913년 일본인이 설립했으며 광복 이후 종업원이었던 우당 홍기대 선생이 인수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고종황제와 순종황제는 물론 당대 서화가 이당 김은호,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 고암 이응노 선생이 이 집 문턱을 드나들었다. ‘구하산방’과 함께 ‘금박연’도 잘 알려진 전통 공예가게다. 조선시대 철종 때부터 금박 공예를 시작해 162년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한 한복 등 금박 공예품은 왕실에서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1912년께 낙원시장에서 문을 연 ‘낙원떡집’은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창업자 고이뽀 씨는 창덕궁에 있던 상궁에게 떡 만드는 기술을 배워 가게를 열었다. 대표 상품은 2003년 생쑥을 넣어 개발한 쑥인절미다. 1948년부터 대통령 취임식이나 대통령 생일 등 청와대 행사 때 떡을 납품해왔다.
혜화동의 ‘문화이용원’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 중 하나다. 이발사 지덕용 씨는 17세 때 이발 기술을 익혀 60년 넘게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시인 조병화 선생과 이갑성 광복회장,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이수성 전 총리 등 유명 인사들이 찾은 곳이다.
47년째 한자리에서 영업 중인 필운동 ‘만나분식’, 1969년부터 광장시장을 지키는 ‘순희네 반찬’, 1934년 문을 연 고서점 ‘통문관’, 1970~1980년대 국내 가요와 라이선스 음반을 주로 취급한 음반점 ‘돌레코드’, 6·25전쟁 이후 영국군 군화를 개조해 한국 최초 등산화를 만든 수제화 전문점 ‘송림수제화’ 등도 ‘오래가게’에 이름을 올렸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