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관들이 보유한 의료장비 4대 중 한 대가 제조시기나 사용기간을 알 수 없을 만큼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이 2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국내 의료기관들이 사용하고 있는 의료장비 83만2063대 중 제조시기나 사용기간을 알 수 없을 만큼 노후한 의료장비가 전체의 24.9%인 20만7585대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용기간 5년 미만은 전체의 25.4%(21만1599대)에 불과하며 5년~10년은 23.4%(19만4810대), 10년~20년은 24.1%(20만164대)다. 20년 이상인 장비도 2.2%인 1만7905대나 됐다.

고가의 의료장비인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유방촬영장치의 노후도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6452대 중 10년 이상 사용하거나 제조시기를 알 수 없는 노후 장비가 전체의 40%(2587대)에 달했다. 이 장비들은 촬영횟수가 많아 성능 저하가 심하고, 수입제품이 대부분이어서 부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어 사용기간이 10년만 지나도 타 의료장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후화가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떄문에 검사 품질이 떨어질 우려가 높고 재촬영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검사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CT의 경우, 촬영 후 30일 안에 같은 질병으로 다른 병원을 찾는 환자가 CT를 다시 촬영한 비율이 18.4%(2014년말 기준)에 달해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같은 특수 의료장비들은 노후 정도나 품질에 관계없이 건강보험에서 똑같은 검사수가를 보상해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은 값비싼 가격의 최신장비를 구입하기 보단 중고장비를 구입하려고 한다. CT, MRI 등 고가의 특수 의료장비 중고 도입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6452대 중 31.5%인 2032대가 중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선진국은 늘어나는 고가의 영상진단장비 수가를 장비의 사용기간, 촬영횟수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자 다양한 규제정책을 펴고 있다. 프랑스는 7년 이상 장비로 촬영시 CT는 약 28.6%, MRI는 약 13.7%의 수가를 감액한다. 호주 또한 10년 이상 사용한 장비로 촬영 시 수가를 40% 감액하고 있다. 일본은 장비의 성능별로 수가를 책정하고 있다.

김상훈 의원은 “노후 의료장비를 사용한 진단·치료의 경우 진료의 정확도를 떨어뜨릴 우려가 높은 것은 물론 의료비 부담 가중,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으로 나타나 결국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노후도가 심해지면 시장에서 자동 퇴출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등 의료장비 검사품질을 제고하는 관리시스템 구축과 사용기간·촬영횟수·장비성능·설치지역 별로 차등수가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