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멸종위기 새 찍는데 6년, 왜 이러냐고요?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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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박웅 씨
백두산 새 관찰기
백두산 새 관찰기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은 틀렸다. 적어도 박웅 사진작가에게는 그렇다. 그는 한국에서 겨울을 나고 백두산으로 돌아가 번식하는 새인 호사비오리의 매력에 특별한 이유 없이 끌렸다. 호사비오리를 찍기 위해 6년간 백두산에 올랐을 정도다. 박 작가가 최근 펴낸 책 《백두산 새 관찰기》(글항아리)는 호사비오리의 짝짓기, 번식, 먹이활동과 새끼 기르기까지 모든 활동을 기록한 국내 최초의 기록물이다.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던 박 작가는 2006년부터 조류 사진을 집중적으로 찍기 시작했다. 그에게 “왜 새 사진을 찍으러 다니느냐”고 묻자 “좋아서”라는 단순한 대답이 돌아왔다. “번식하고 새끼를 낳고 월동하는 새의 전체적인 생태 사이클을 관찰하는 데 굉장히 심취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호사비오리는 머리의 긴 댕기와 선명한 붉은색 부리, 옆구리에 용을 닮은 비늘 무늬가 있는 화려한 생김새의 물오리다. 지구상에 1000마리도 채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이다.
“호사비오리 새끼가 알을 깨고 나와 물가로 나가는 장면을 포착하려고 매년 백두산에 갔지만 늘 기회를 놓쳤어요. 지난해 사진 찍는 데 성공하기까지 6년이나 걸렸습니다. 그동안 쓴 경비만 2000만원이 넘네요.”
책은 글보다 사진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다른 새보다 경계심이 많은 호사비오리 사진을 제대로 찍기 위해 1주일간 은신하다시피 물가에 몸을 숨겨야 했다. 박 작가는 호사비오리가 서식지로 오고 있다는 제보를 받으면 새가 도착하기 전 강가에 위장막을 치고, 위장막 안에 군복처럼 알록달록한 위장텐트를 설치한다. 그 속에 숨어 카메라와 쌍안경을 들고 새가 가까이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게 박 작가의 촬영 방법이다.
“원하는 한순간의 사진을 얻기 위해 무한정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다른 수가 없더군요. 한순간의 사진을 찍기 위해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기다리는 게 오히려 즐겁게 느껴집니다.”
호사비오리를 따라다니던 중 그의 가슴이 가장 뛰었던 때는 호사비오리 새끼가 8m 높이 둥지에서 떨어져 물가로 나가는 모습을 6년 만에 포착했을 때다. “사람이 떨어져도 다칠 가능성이 있는 높이잖아요. 물가로 가기 위해 알을 깨고 나오자마자 땅으로 툭 떨어져 기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의 생명력이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그의 최종 목표는 국내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38선을 넘나들며 백두산에서 부화해 한국에서 월동하는 새들에 관심이 많아요. 제 작업이 국내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데 좋은 경험과 자료가 될 거라고 봅니다. ”(356쪽, 3만50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던 박 작가는 2006년부터 조류 사진을 집중적으로 찍기 시작했다. 그에게 “왜 새 사진을 찍으러 다니느냐”고 묻자 “좋아서”라는 단순한 대답이 돌아왔다. “번식하고 새끼를 낳고 월동하는 새의 전체적인 생태 사이클을 관찰하는 데 굉장히 심취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호사비오리는 머리의 긴 댕기와 선명한 붉은색 부리, 옆구리에 용을 닮은 비늘 무늬가 있는 화려한 생김새의 물오리다. 지구상에 1000마리도 채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이다.
“호사비오리 새끼가 알을 깨고 나와 물가로 나가는 장면을 포착하려고 매년 백두산에 갔지만 늘 기회를 놓쳤어요. 지난해 사진 찍는 데 성공하기까지 6년이나 걸렸습니다. 그동안 쓴 경비만 2000만원이 넘네요.”
책은 글보다 사진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다른 새보다 경계심이 많은 호사비오리 사진을 제대로 찍기 위해 1주일간 은신하다시피 물가에 몸을 숨겨야 했다. 박 작가는 호사비오리가 서식지로 오고 있다는 제보를 받으면 새가 도착하기 전 강가에 위장막을 치고, 위장막 안에 군복처럼 알록달록한 위장텐트를 설치한다. 그 속에 숨어 카메라와 쌍안경을 들고 새가 가까이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게 박 작가의 촬영 방법이다.
“원하는 한순간의 사진을 얻기 위해 무한정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다른 수가 없더군요. 한순간의 사진을 찍기 위해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기다리는 게 오히려 즐겁게 느껴집니다.”
호사비오리를 따라다니던 중 그의 가슴이 가장 뛰었던 때는 호사비오리 새끼가 8m 높이 둥지에서 떨어져 물가로 나가는 모습을 6년 만에 포착했을 때다. “사람이 떨어져도 다칠 가능성이 있는 높이잖아요. 물가로 가기 위해 알을 깨고 나오자마자 땅으로 툭 떨어져 기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의 생명력이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그의 최종 목표는 국내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38선을 넘나들며 백두산에서 부화해 한국에서 월동하는 새들에 관심이 많아요. 제 작업이 국내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데 좋은 경험과 자료가 될 거라고 봅니다. ”(356쪽, 3만50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