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서 풀냄새가 나더라니까.”

믿을 수 없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스웨덴으로 여행을 떠난 커피 마니아로부터요. 북유럽 커피 여행기를 듣긴 했지만 그 풀냄새를 맡아보지 못한 저는 글로 쓸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은 특별한 여행기를 보내온 SPC그룹의 커피 전문가 조원진 씨의 글로 대신합니다.

여름의 끝 스톡홀름은 쌀쌀했다. 차가운 아침공기에 잠이 깨 산책을 나섰다. 아침 햇살이 우아하게 비추는 공원, 골목길을 따라가니 카페 테이블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한 잔의 커피는 홍차의 색과 향을 닮았고, 한 모금 마시니 잘 익은 과일의 맛이 느껴졌다.

‘노르딕 스타일’은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원두가 옅은 황색의 색깔이 도드라질 만큼 커피를 약하게 볶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산미가 살아나고, 향미가 풍성해 생두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요한&뉘스트롬과 노르웨이의 팀 윈들보·후글렌, 덴마크의 콜렉티브는 ‘노르딕 스타일 커피’를 대표하는 카페들이다.

북유럽의 공기는 차갑다. 기압도 낮다. 사람들은 스산한 기운을 이겨내기 위해 네스카페처럼 강한 배전도의 쓴 커피를 즐겨왔다. 묽은 차처럼 마시는 ‘노르딕 커피’는 대체 어디서 시작된 걸까. ‘피카(Fika)’에서 답을 찾았다. 스웨덴 사람들은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3시, 일에서 잠시 벗어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에 모인다. 여유로운 대화가 꽃피는데, 국경도 없고 차별도 없다. 편견 없는 그들의 시선은 로스팅에도 색다른 접근 방식을 선사했으리라. 하루에 10잔이 넘는 커피를 마시는 커피 대국의 사람들에게 차와 같이 부드러운 커피는 하나의 멋진 해답이었을 것이다.

핀란드 헬싱키로 옮겼다. 작고 고요한 섬에 자리잡은 ‘마야 커피’에 들렀다. 울창한 침엽수로 둘러싸인 상가의 귀퉁이, 마야 커피의 외관은 숭고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일본에서 커피를 배운 핀란드인 로스터와 일본인 바리스타 부부가 문을 연 이 카페는, 숲 속의 작은 오두막집이라는 의미의 핀란드어 ‘마야(MAJA)’를 카페 이름으로 정했다고 한다.

마야 커피가 추구하는 방향을 물으니 노르딕 커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대신 “사람과 사람 사이 그 어딘가에서 커피를 내릴 뿐”이라고 했다. 고요한 카페를 찾아주는 손님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싶다고도 했다.

돌이켜보니 북유럽의 커피가 그랬다. 스페셜티 커피나 노르딕 스타일은 중요하지 않았다. 한 잔의 커피를 존중하는 마음, 그 커피를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삶의 여유, 커피 한 잔에 어떤 다양성도 품을 수 있는 이해심 속에 그들의 커피가 있었다.

SPC그룹 조원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