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2만마리 살처분 '악몽' 오리농가들 "AI 또올라"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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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AI 진앙' 충북 음성 날 선선해지자 방역 비상
충북도 겨울철 보상비 지원하는 사육 휴지기제 도입
"이번 겨울엔 무사히 넘어가야 할 텐데, 벌써 걱정이 태산입니다"
충북 음성군 맹동면에서 1만5천 마리의 오리를 키우는 김모(58)씨는 매일 새벽 4시쯤 축사 안 오리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차례 오리가 있는 축사 13개 동을 돌고 나서 밤 10시쯤 다시 축사의 이상 유무를 확인한 뒤 귀가한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과지만 고단함을 느낄 새도 없다.
자식처럼 키운 오리가 탈이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는 5일에 한 번꼴로 축사 안팎을 소독한다.
사료 공급 차량을 제외한 외부인 차량은 철저히 차단한다.
김씨 본인 차량도 농장 출입문 밖에 세워둔다. 45일가량 키운 오리를 출하한 뒤에는 '군대 내무반 대청소'를 방불케 하는 소독작전을 펼친다.
축사 바닥에 깔았던 왕겨와 빠진 오리털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빗자루로 3번 쓴다.
그런 다음 바람을 뿜어 내는 '브로워'로 2번 더 바닥을 훑은 뒤 생석회를 뿌리고 소독한다.
축사에 있던 사료통도 모두 수거해 일일이 물로 씻어낸 뒤 소독약을 뿌리고 말린다.
그가 관리하는 사료통은 모두 200여개에 이른다.
"오염된 사료를 먹은 오리는 바로 탈이 납니다.
철저한 소독과 청결한 축사 위생상태 유지가 조류인플루엔자(AI)를 막을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그는 축사 내 급수기도 철저히 소독한다.
급수기에 소독약을 넣고 이틀가량 급수기 꼭지를 잠가 둔다.
이렇게 하면 급수기는 물론 배관도 말끔히 소독된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가 축사 소독에 공을 들이는 것은 지난해 11월 16일부터 12월 29일까지 도내 오리 농가와 양계농가를 쓰나미처럼 덮친 '불청객' AI를 막기 위해서다.
당시 AI로 충북지역 108 농가에서 사육하던 닭과 오리, 메추리 등 392만 마리가 도살 처분됐다.
김씨도 지난해 11월 말 애지중지 키우던 오리 1만6천 마리를 도살 처분하는 아픔을 겪었다.
올해로 7년째 오리를 키우는 동안 세 차례나 이런 쓰라림을 맛봤다.
김씨는 들짐승과 철새의 출입을 막기 위해 전체 축사(17개 동) 출입문도 3중으로 만들어 놨다.
하지만, 김씨는 오리를 들여놓을 때를 빼곤 '3중 출입문'을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쪽문을 통해 축사를 드나든다.
AI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겠다는 생각에서다.
"지난 6월에 이어 지난달 말 두 번째로 오리 1만5천 마리를 들여다 키우고 있다"는 김씨의 얼굴에는 세 차례나 도살 처분했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역력히 묻어났다. 정기헌(57) 한국 오리협회 충북도지회장도 "농가마다 AI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데 AI가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다들 걱정한다"고 농가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말 AI로 큰 홍역을 치른 맹동면 오리 사육단지에서 요즘 다시 AI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당시 '쓰나미'처럼 덮친 AI로 음성지역 58 농가가 기르는 오리·닭·메추리 등 276만8천마리가 살처분됐다.
2015년에는 43 농가에서 기르던 가금류 67만3천 마리가, 2014년에는 57 농가의 가금류 84만2천마리가 땅에 묻혔다.
앞서 2003년에도 47 농가의 닭과 오리 60만1천 마리가 도살 처분됐다.
37 농가가 45만1천여 마리의 오리를 사육하는 맹동면은 도내 최대 오리 사육단지다.
축산농가와 음성군이 AI를 막으려고 벌이는 방역으로 인적이 뜸해지면서 스산한 분위기마저 배어 나온다.
지난해 도내에서 처음 AI가 발생한 맹동면은 'AI 진앙'이라는 오명을 떨쳐 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면사무소가 보유한 방역 차량은 굉음을 내며 매일 가금류 사육 농장을 돌며 소독한다.
매주 수요일에는 일제 소독에 나선다.
면사무소는 지난해 AI가 처음 발생한 농가 앞 논(1만3천여㎡)도 조만간 갈아엎을 예정이다.
논에서 10여m 떨어진 하천에 날아든 철새가 나락을 쪼아 먹는 것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논에 날아든 철새가 AI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가금류 사육농가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AI를 막기 위해 벼 베기가 끝나는 대로 토지주와 협의해 논 갈아엎기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도 AI 차단에 팔을 걷어붙였다.
도는 AI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겨울철에 오리를 사육하지 않는 농가에 예상 수익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AI 휴지기'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사육을 중단하는 농가에는 마리당 550원씩 최대 1천500만원을 보상한다는 계획이다.
충북도는 이 제도를 통해 도내 전체 사육오리의 70% 수준인 100만 마리의 사육을 중단시킨다는 구상이다.
도가 이런 처방을 내린 것은 최근 3년간 오리 농장에서 AI가 처음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178건의 AI 중 151건이 오리 농장에서 발생한 점도 고려했다.
도 관계자는 "올해 해외에서 고병원성 AI가 예년보다 많이 발생함에 따라 철새에 의한 AI 유입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 뒤 "AI가 한 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기 때문에 AI 휴지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도는 최근 3년 동안 AI가 발생한 농가, 철새가 날아드는 하천에 인접한 농가 등을 '휴지기제' 대상 농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청주연합뉴스) 윤우용 기자 ywy@yna.co.kr
충북도 겨울철 보상비 지원하는 사육 휴지기제 도입
"이번 겨울엔 무사히 넘어가야 할 텐데, 벌써 걱정이 태산입니다"
충북 음성군 맹동면에서 1만5천 마리의 오리를 키우는 김모(58)씨는 매일 새벽 4시쯤 축사 안 오리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차례 오리가 있는 축사 13개 동을 돌고 나서 밤 10시쯤 다시 축사의 이상 유무를 확인한 뒤 귀가한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과지만 고단함을 느낄 새도 없다.
자식처럼 키운 오리가 탈이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는 5일에 한 번꼴로 축사 안팎을 소독한다.
사료 공급 차량을 제외한 외부인 차량은 철저히 차단한다.
김씨 본인 차량도 농장 출입문 밖에 세워둔다. 45일가량 키운 오리를 출하한 뒤에는 '군대 내무반 대청소'를 방불케 하는 소독작전을 펼친다.
축사 바닥에 깔았던 왕겨와 빠진 오리털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빗자루로 3번 쓴다.
그런 다음 바람을 뿜어 내는 '브로워'로 2번 더 바닥을 훑은 뒤 생석회를 뿌리고 소독한다.
축사에 있던 사료통도 모두 수거해 일일이 물로 씻어낸 뒤 소독약을 뿌리고 말린다.
그가 관리하는 사료통은 모두 200여개에 이른다.
"오염된 사료를 먹은 오리는 바로 탈이 납니다.
철저한 소독과 청결한 축사 위생상태 유지가 조류인플루엔자(AI)를 막을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그는 축사 내 급수기도 철저히 소독한다.
급수기에 소독약을 넣고 이틀가량 급수기 꼭지를 잠가 둔다.
이렇게 하면 급수기는 물론 배관도 말끔히 소독된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가 축사 소독에 공을 들이는 것은 지난해 11월 16일부터 12월 29일까지 도내 오리 농가와 양계농가를 쓰나미처럼 덮친 '불청객' AI를 막기 위해서다.
당시 AI로 충북지역 108 농가에서 사육하던 닭과 오리, 메추리 등 392만 마리가 도살 처분됐다.
김씨도 지난해 11월 말 애지중지 키우던 오리 1만6천 마리를 도살 처분하는 아픔을 겪었다.
올해로 7년째 오리를 키우는 동안 세 차례나 이런 쓰라림을 맛봤다.
김씨는 들짐승과 철새의 출입을 막기 위해 전체 축사(17개 동) 출입문도 3중으로 만들어 놨다.
하지만, 김씨는 오리를 들여놓을 때를 빼곤 '3중 출입문'을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쪽문을 통해 축사를 드나든다.
AI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겠다는 생각에서다.
"지난 6월에 이어 지난달 말 두 번째로 오리 1만5천 마리를 들여다 키우고 있다"는 김씨의 얼굴에는 세 차례나 도살 처분했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역력히 묻어났다. 정기헌(57) 한국 오리협회 충북도지회장도 "농가마다 AI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데 AI가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다들 걱정한다"고 농가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말 AI로 큰 홍역을 치른 맹동면 오리 사육단지에서 요즘 다시 AI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당시 '쓰나미'처럼 덮친 AI로 음성지역 58 농가가 기르는 오리·닭·메추리 등 276만8천마리가 살처분됐다.
2015년에는 43 농가에서 기르던 가금류 67만3천 마리가, 2014년에는 57 농가의 가금류 84만2천마리가 땅에 묻혔다.
앞서 2003년에도 47 농가의 닭과 오리 60만1천 마리가 도살 처분됐다.
37 농가가 45만1천여 마리의 오리를 사육하는 맹동면은 도내 최대 오리 사육단지다.
축산농가와 음성군이 AI를 막으려고 벌이는 방역으로 인적이 뜸해지면서 스산한 분위기마저 배어 나온다.
지난해 도내에서 처음 AI가 발생한 맹동면은 'AI 진앙'이라는 오명을 떨쳐 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면사무소가 보유한 방역 차량은 굉음을 내며 매일 가금류 사육 농장을 돌며 소독한다.
매주 수요일에는 일제 소독에 나선다.
면사무소는 지난해 AI가 처음 발생한 농가 앞 논(1만3천여㎡)도 조만간 갈아엎을 예정이다.
논에서 10여m 떨어진 하천에 날아든 철새가 나락을 쪼아 먹는 것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논에 날아든 철새가 AI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가금류 사육농가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AI를 막기 위해 벼 베기가 끝나는 대로 토지주와 협의해 논 갈아엎기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도 AI 차단에 팔을 걷어붙였다.
도는 AI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겨울철에 오리를 사육하지 않는 농가에 예상 수익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AI 휴지기'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사육을 중단하는 농가에는 마리당 550원씩 최대 1천500만원을 보상한다는 계획이다.
충북도는 이 제도를 통해 도내 전체 사육오리의 70% 수준인 100만 마리의 사육을 중단시킨다는 구상이다.
도가 이런 처방을 내린 것은 최근 3년간 오리 농장에서 AI가 처음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178건의 AI 중 151건이 오리 농장에서 발생한 점도 고려했다.
도 관계자는 "올해 해외에서 고병원성 AI가 예년보다 많이 발생함에 따라 철새에 의한 AI 유입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 뒤 "AI가 한 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기 때문에 AI 휴지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도는 최근 3년 동안 AI가 발생한 농가, 철새가 날아드는 하천에 인접한 농가 등을 '휴지기제' 대상 농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청주연합뉴스) 윤우용 기자 yw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