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의 콘텐츠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카카오 제공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의 콘텐츠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카카오 제공
지난 20일 2년 만에 마이크 앞에 선 임지훈 카카오 대표(사진)가 수차례 언급한 단어는 '콘텐츠'였다. 카카오는 최근 게임, 웹툰과 같은 콘텐츠 덕분에 오랜 숙원이던 해외사업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기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동영상 콘텐츠로 쏠렸다. 동영상은 카카오가 다른 콘텐츠 대비 유난히 고전하고 있는 시장이다. 임 대표는 "아직 동영상은 잘 못하는 게 맞다"고 인정하며 "지난 1년 간은 우리가 잘할 것 같은 라이브 개인방송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영상 콘텐츠 다변화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실시간 개인방송'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모든 장르의 동영상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근 자회사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성과를 내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대 요소로 꼽았다.
카카오TV에서 활동 중인 BJ 김이브(위쪽)와 윰댕. / 사진=카카오TV 캡쳐
카카오TV에서 활동 중인 BJ 김이브(위쪽)와 윰댕. / 사진=카카오TV 캡쳐
◆카카오TV, BJ 영입 효과 없었나

그동안 카카오의 동영상 전략은 실시간 개인방송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실제로 지난 2월 통합 동영상 플랫폼 '카카오TV'를 출시하면서 카카오가 공을 들인 것은 인기 BJ들의 영입이었다.

카카오가 개인방송 시장에 접근한 것은 카카오톡과의 시너지 때문이다. 임 대표는 "실시간 연결이라는 맥락에서 라이브 방송이 우리 플랫폼과 가장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카카오TV에서 활동 중인 BJ들은 구독 중인 시청자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실시간 방송이나 새로운 영상을 보낼 수 있다.

결과는 시원치 않았다. 24일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카카오TV의 지난달 앱·웹 합산 월 이용자 수(MAU)는 164만명에 그친다. 다음TV팟과 통합 직후인 지난 3월 305만명까지 올랐지만 5개월 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같은 기간 유튜브 MAU는 3500만명에서 3600만명으로 늘어났다.
크리스피스튜디오의 웹드라마 '오늘도 무사히'. / 사진=크리스피스튜디오 제공
크리스피스튜디오의 웹드라마 '오늘도 무사히'. / 사진=크리스피스튜디오 제공
◆로엔 '오리지널 콘텐츠' 인기

카카오는 최근 의외의 분야에서 동영상 사업 재미를 보고있다. 자회사 로엔엔터인먼트가 제작, 유통하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주인공이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월 모바일 영상 제작사 '크리스피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웹드라마, 웹예능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 영상은 모바일 시청 환경에 최적화된 스낵형 콘텐츠로 10분 내외의 짧은 분량이 특징이다.

지난 4월 선보인 웹예능 '취중젠담-커플편'은 이틀 만에 조회수 100만건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지난 17일 종영한 웹드라마 '오늘도 무사히'는 10회 누적 조회수가 1500만건을 돌파했다.
크리스피스튜디오의 웹예능 '취중젠담'. / 사진=크리스피스튜디오 페이스북 캡쳐
크리스피스튜디오의 웹예능 '취중젠담'. / 사진=크리스피스튜디오 페이스북 캡쳐
두 작품 모두 스타 제작진이나 출연진 없이도 참신한 콘셉트와 공감가는 소재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로엔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웹드라마나 웹예능은 페이스북에서 친구들이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한 콘텐츠가 확산,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감을 얻은 카카오는 동영상 사업의 돌파구를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찾는다는 전략이다. 임 대표는 "오리지널 콘텐츠라고 하면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것만 떠올리는데, 우리나라 웹툰도 오리지널 콘텐츠"라며 "수천억원을 쓰는 게 답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