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붉은 벽돌건물·뾰족한 첨탑…함부르크에서 역사를 만나고…브람스부터 비틀스까지 문화의 향기에 취해 거리를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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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렁슬렁 독일 여행 <2> 함부르크
'한자동맹' 중심이었던 함부르크, 이젠 유럽최대 항구도시로 발전
112m 시계탑·647개의 방
구시가 상징 시청사 '매력 포인트'
최신식 건물 즐비한 하펜시티
세계적 건축가의 작품 구경하고
신인 뮤지션 꿈 펼치는 리퍼반 페스티벌도 볼거리
'한자동맹' 중심이었던 함부르크, 이젠 유럽최대 항구도시로 발전
112m 시계탑·647개의 방
구시가 상징 시청사 '매력 포인트'
최신식 건물 즐비한 하펜시티
세계적 건축가의 작품 구경하고
신인 뮤지션 꿈 펼치는 리퍼반 페스티벌도 볼거리
“하필이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함부르크에서 열려서….” 함부르크의 한 방송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지난 7월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G20 정상회의가 함부르크에서 열렸다. 그런데 G20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악스러울 만큼 과격한 시위를 벌인 것이다. 검은 의상과 복면을 두른 이들이 거리의 차량에 불을 붙이고 상점들을 약탈했다.
도시 전체가 검은 연기, 시뻘건 화염에 휩싸인 모습이 세계에 방송되며 함부르크를 ‘위험천만한 폭도들의 도시’로 각인시켰다. ‘함부르크 출신’이라는 것에 자긍심이 대단한 친구가 볼멘소리를 할 법도 하다. 본래 함부르크는 독일 북부의 풍요와 낭만을 대변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도시의 풍경, 독일의 진짜 속 모습을 보고 싶다면 함부르크로 떠나보라.
◆함부르크의 찬란한 역사와 조우하는 방법
베를린에 살면서 문득 여행을 떠나고 싶은 날엔 함부르크로 향했다. 기차를 타고 1시간30분을 달렸을 뿐인데 베를린과는 전혀 다른 풍경과 맞닥뜨린다. 함부르크 중앙역에 내리는 순간 호기심이 가득한 여행자가 된다. 최신식 건물인 베를린 중앙역과 달리 함부르크 중앙역은 20세기 초에 지어져 고풍스럽다. 북유럽에서 온 기차에서 내린, 두꺼운 외투를 입은 사람들이 부지런히 역사를 오간다. 역을 나서면 절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붉은 벽돌, 뾰족한 청동빛 첨탑을 올린 고딕 양식 건물이 북부 독일 특유의 매력을 발산한다. 20분 정도 걸으면 알싸한 공기에 신선한 바다 내음이 넘실댄다. 어렴풋이 갈매기가 끼룩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더니 이내 거대한 선박이 늘어선 항구가 펼쳐진다. 함부르크는 바다에 직접 면해 있진 않지만 북해와 이어지는 엘베강 하류에 있는 도시다. 베를린에 이어 독일 제2의 대도시이자 유럽을 통틀어 일곱 번째로 큰 도시로 꼽힌다. 함부르크 출신인 친구는 “함부르크는 사실 ‘두 번째’라는 타이틀이 걸맞지 않은 도시야. 독일 도시 중 1인당 국민소득 1위이고 가장 많은 백만장자를 거느리고 있지. 유서 깊은 무역도시로 세계 다국적 기업들이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상처 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듯 친구는 친절한 설명을 곁들였다.
함부르크는 오래전부터 독일은 물론 유럽의 통상 수도였다. 중세시대 북유럽 해상 무역을 장악한 ‘한자 동맹’의 중심 도시였던 까닭이다. 그래서 정식 이름도 함부르크 자유 한자시. 한자(Hansa)란 독일어로 ‘친구’ 혹은 ‘무리’를 뜻하는 말이다. 한자 동맹은 북해와 발트해 연안의 여러 도시가 상업상 목적으로 결성한 동맹이다. 14세기 중엽에는 70~80여 개에 이르는 도시가 한자 동맹에 가입했고, 이들은 16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북방 무역을 독점했다. 이와 함께 함부르크는 유럽 최대 항구도시로 번성했다.
◆시청광장의 고풍스럽고 우아한 매력
중앙역에서 10분만 걸으면 옛 시가의 중심인 시청광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랜 세월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한 시청사는 규모부터 남다르다. 19세기 말 건축된 네오르네상스 양식의 시청사는 시계탑 높이가 무려 112m에 달하고 영국 버킹엄 궁전보다 6개나 많은 647개의 방이 있다. 아무리 넓은 화각의 카메라라도 한 번에 담아내기 어렵다 보니 여행자들은 광장의 끝자락까지 뒷걸음치고 만다. 사진을 찍고 한 걸음 다가서면 극도로 정교한 조각과 장식에 또 한 번 감탄한다. 시청광장 주변에서는 함부르크의 고풍스럽고 우아한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화창한 날이면 거대한 인공 호수인 알스터호로 향한다. 아치형 천장이 돋보이는 쇼핑 아케이드와 함께 노천 레스토랑과 카페가 늘어서 있다. 이곳에 잠시 머무르며 진한 커피 한 잔,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과 함께 여유를 음미해본다. 그 뒤로는 가장 번화한 쇼핑 거리인 융페른슈티그(Jungfernstieg) 거리가 이어진다. ‘실용적이고 검소한 독일인’이란 이미지는 이곳에선 통하지 않는다. 함부르크 사람들의 맵시를 슬쩍 감상하다 성 미하엘 교회로 향한다. 17세기 바로크풍으로 지은 교회로, 함부르크 시가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교회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는 132m에 이르는데, 보통의 유럽 교회 전망대와 달리 고속 엘리베이터로 쉽게 오를 수 있다. ◆낙후한 항만을 재생시킨 하펜시티
성 미하엘 전망대에 오르면 번쩍이는 최신식 건물이 집결한 신시가지가 눈길을 끈다. 교회를 나서 남쪽으로 다리를 건너 만날 수 있는 하펜시티다.
하펜시티는 낙후한 항만 지역을 재생시킨 함부르크시의 야심찬 건축 프로젝트다. 2001년 첫 삽을 떠 2025년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려 2.2㎢에 달하는 부지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각축장이 됐다. 헤르초그&드뫼롱(Herzog de Meuron), 램 쿨하스(Rem Koolhaas), 데이비드 치퍼필드 등 쟁쟁한 스타 건축가들이 모여 오래된 항구의 창고들을 호텔, 상점, 오피스 빌딩과 주택, 문화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중이다.
그중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엘베필하모니 플라자가 지난해 11월 성대한 개막식을 했다. 함부르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엘베필하모니 플라자는 스위스 출신의 건축 사무소인 헤르초그&드뫼롱 작품이다. 런던 테이트모던갤러리, 뮌헨 알리안츠아레나, 도쿄 프라다빌딩 등을 지었으며 건축가에게 최고의 영예인 프리츠커 상을 받은 바 있다.
엘베필하모니 플라자는 2007년 공사를 시작해 2011년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초창기 약 7700만유로로 책정한 건축비가 7억8900만유로로 불어나며 난항을 겪었다. 5년이나 늦게 개관한 엘베필하모니 플라자는 그 치욕을 단번에 씻어내듯 놀라운 공간을 선보였다.
무엇보다도 콘서트하우스가 자리한 ‘카이저슈파이허 A’가 이목을 집중시킨다. 1960년대 지어진 코코아 저장 창고를 윗부분만 변경해 파도 물결을 형상화한 미래형 건축물로 변신시켰다. 콘서트하우스에 들어서면 유럽에서 가장 길다는 80m 길이의 에스컬레이터가 함부르크의 새로운 전망대에 이르게 한다. 파노라마 창문을 통해 엘베필하모니 플라자를 한 바퀴 돌며 하펜시티와 함부르크 시내를 감상할 수 있다. 이 건물엔 세 개의 콘서트홀을 비롯해 웨스틴호텔과 아파트, 쇼핑 공간이 들어선다.
◆브람스부터 비틀스까지
엘베필하모니 플라자가 개관했으니 클래식 음악 팬이라면 함부르크를 찾아야 할 절호의 기회다. 함부르크는 브람스와 멘델스존의 고향이자 바흐의 라이벌로 불린 텔레만이 활동한 도시다. 풍요로웠던 삶에 일찍이 문화 수준이 높았던 터라 클래식 음악이 발달할 수 있었고, 독일 오페라 발상지가 됐다. 그 명성은 함부르크 필하모닉 주립 관현악단이 이어가고 있다. 엘베필하모니 플라자에 마련된 세 개의 콘서트홀에서 이들의 솜씨를 확인할 수 있다. 우아한 콘서트홀을 나서 항구를 따라 서쪽을 향해 걷는다. 관광객은 물론 선원과 상인들로 북적이는 항구는 삶의 향기로 가득하다. 이를 둘러보며 천천히 30분 정도 산책하면 함부르크의 뜨거운 나이트라이프 명소인 ‘리퍼반’이 나온다. 리퍼반은 항구 도시라면 하나씩 갖추고 있는 환락가다. ‘세상에서 가장 죄 많은 1마일’로 불리는 곳으로 스트립쇼 클럽, 카바레, 성인용품점, 나이트 클럽이 자리한다. 이렇게만 보면 위험하고 지저분할 것만 같은데 그렇지 않다.
밤이 되면 붉은 네온사인이 거리를 밝혀주는 데다 고급스러운 바, 좋은 공연이 열리는 라이브 클럽들도 속속 문을 열어 사람들로 북적이니 더 안전한 느낌을 받는다. 리퍼반은 독일은 물론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꿈을 펼치던 곳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영원한 록의 신화로 불리는 비틀스다. 비틀스는 초창기인 1960~1962년 리퍼반에 있는 클럽에서 공연하며 세상에 얼굴을 알렸다. 존 레넌은 “난 리버풀에서 태어났지만 함부르크에서 자랐다”고 할 정도로, 그들에게 리퍼반에서 보낸 시간은 각별했다. 리퍼반 역에 내리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이 비틀스광장이다. 비틀스 멤버들을 실루엣으로 형상화한 조형물이 반긴다. 광장과 거리 곳곳에서 또 다른 비틀스를 꿈꾸는 길거리 음악가들이 자신만의 음악을 연주한다. 2006년에 시작한 리퍼반 페스티벌은 세계 각국에서 온 신인 뮤지션들이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는 무대다.
여행팁
◆항공편=함부르크까지 직항편은 없다. 루프트한자독일항공은 인천~함부르크를 잇는 가장 빠른 항공편을 제공한다. 오후 2시45분에 출발, 프랑크푸르트에서 환승해 당일 오후 9시5분에 도착, 13시간20분 소요된다. 이외에도 프랑크푸르트와 뮌헨에서 환승하는 다양한 스케줄의 항공편이 있다.
◆독일 철도 패스=독일 내 도시를 여행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독일은 기차 여행의 강국이다. 초고속 기차인 이체에(ICE)부터 지방선까지 독일 구석구석을 연결한다. 여러 도시를 여행한다면 독일 철도 패스를 구입할 것. 독일 및 국경 근교 도시까지 독일 패스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유럽의 철도 패스 배급사인 레일유럽은 9월28일까지 독일 철도 패스 20% 할인 프로모션을 한다.
함부르크=글·사진 서다희 여행작가 mynextcity@naver.com
도시 전체가 검은 연기, 시뻘건 화염에 휩싸인 모습이 세계에 방송되며 함부르크를 ‘위험천만한 폭도들의 도시’로 각인시켰다. ‘함부르크 출신’이라는 것에 자긍심이 대단한 친구가 볼멘소리를 할 법도 하다. 본래 함부르크는 독일 북부의 풍요와 낭만을 대변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도시의 풍경, 독일의 진짜 속 모습을 보고 싶다면 함부르크로 떠나보라.
◆함부르크의 찬란한 역사와 조우하는 방법
베를린에 살면서 문득 여행을 떠나고 싶은 날엔 함부르크로 향했다. 기차를 타고 1시간30분을 달렸을 뿐인데 베를린과는 전혀 다른 풍경과 맞닥뜨린다. 함부르크 중앙역에 내리는 순간 호기심이 가득한 여행자가 된다. 최신식 건물인 베를린 중앙역과 달리 함부르크 중앙역은 20세기 초에 지어져 고풍스럽다. 북유럽에서 온 기차에서 내린, 두꺼운 외투를 입은 사람들이 부지런히 역사를 오간다. 역을 나서면 절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붉은 벽돌, 뾰족한 청동빛 첨탑을 올린 고딕 양식 건물이 북부 독일 특유의 매력을 발산한다. 20분 정도 걸으면 알싸한 공기에 신선한 바다 내음이 넘실댄다. 어렴풋이 갈매기가 끼룩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더니 이내 거대한 선박이 늘어선 항구가 펼쳐진다. 함부르크는 바다에 직접 면해 있진 않지만 북해와 이어지는 엘베강 하류에 있는 도시다. 베를린에 이어 독일 제2의 대도시이자 유럽을 통틀어 일곱 번째로 큰 도시로 꼽힌다. 함부르크 출신인 친구는 “함부르크는 사실 ‘두 번째’라는 타이틀이 걸맞지 않은 도시야. 독일 도시 중 1인당 국민소득 1위이고 가장 많은 백만장자를 거느리고 있지. 유서 깊은 무역도시로 세계 다국적 기업들이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상처 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듯 친구는 친절한 설명을 곁들였다.
함부르크는 오래전부터 독일은 물론 유럽의 통상 수도였다. 중세시대 북유럽 해상 무역을 장악한 ‘한자 동맹’의 중심 도시였던 까닭이다. 그래서 정식 이름도 함부르크 자유 한자시. 한자(Hansa)란 독일어로 ‘친구’ 혹은 ‘무리’를 뜻하는 말이다. 한자 동맹은 북해와 발트해 연안의 여러 도시가 상업상 목적으로 결성한 동맹이다. 14세기 중엽에는 70~80여 개에 이르는 도시가 한자 동맹에 가입했고, 이들은 16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북방 무역을 독점했다. 이와 함께 함부르크는 유럽 최대 항구도시로 번성했다.
◆시청광장의 고풍스럽고 우아한 매력
중앙역에서 10분만 걸으면 옛 시가의 중심인 시청광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랜 세월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한 시청사는 규모부터 남다르다. 19세기 말 건축된 네오르네상스 양식의 시청사는 시계탑 높이가 무려 112m에 달하고 영국 버킹엄 궁전보다 6개나 많은 647개의 방이 있다. 아무리 넓은 화각의 카메라라도 한 번에 담아내기 어렵다 보니 여행자들은 광장의 끝자락까지 뒷걸음치고 만다. 사진을 찍고 한 걸음 다가서면 극도로 정교한 조각과 장식에 또 한 번 감탄한다. 시청광장 주변에서는 함부르크의 고풍스럽고 우아한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화창한 날이면 거대한 인공 호수인 알스터호로 향한다. 아치형 천장이 돋보이는 쇼핑 아케이드와 함께 노천 레스토랑과 카페가 늘어서 있다. 이곳에 잠시 머무르며 진한 커피 한 잔,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과 함께 여유를 음미해본다. 그 뒤로는 가장 번화한 쇼핑 거리인 융페른슈티그(Jungfernstieg) 거리가 이어진다. ‘실용적이고 검소한 독일인’이란 이미지는 이곳에선 통하지 않는다. 함부르크 사람들의 맵시를 슬쩍 감상하다 성 미하엘 교회로 향한다. 17세기 바로크풍으로 지은 교회로, 함부르크 시가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교회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는 132m에 이르는데, 보통의 유럽 교회 전망대와 달리 고속 엘리베이터로 쉽게 오를 수 있다. ◆낙후한 항만을 재생시킨 하펜시티
성 미하엘 전망대에 오르면 번쩍이는 최신식 건물이 집결한 신시가지가 눈길을 끈다. 교회를 나서 남쪽으로 다리를 건너 만날 수 있는 하펜시티다.
하펜시티는 낙후한 항만 지역을 재생시킨 함부르크시의 야심찬 건축 프로젝트다. 2001년 첫 삽을 떠 2025년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려 2.2㎢에 달하는 부지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각축장이 됐다. 헤르초그&드뫼롱(Herzog de Meuron), 램 쿨하스(Rem Koolhaas), 데이비드 치퍼필드 등 쟁쟁한 스타 건축가들이 모여 오래된 항구의 창고들을 호텔, 상점, 오피스 빌딩과 주택, 문화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중이다.
그중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엘베필하모니 플라자가 지난해 11월 성대한 개막식을 했다. 함부르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엘베필하모니 플라자는 스위스 출신의 건축 사무소인 헤르초그&드뫼롱 작품이다. 런던 테이트모던갤러리, 뮌헨 알리안츠아레나, 도쿄 프라다빌딩 등을 지었으며 건축가에게 최고의 영예인 프리츠커 상을 받은 바 있다.
엘베필하모니 플라자는 2007년 공사를 시작해 2011년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초창기 약 7700만유로로 책정한 건축비가 7억8900만유로로 불어나며 난항을 겪었다. 5년이나 늦게 개관한 엘베필하모니 플라자는 그 치욕을 단번에 씻어내듯 놀라운 공간을 선보였다.
무엇보다도 콘서트하우스가 자리한 ‘카이저슈파이허 A’가 이목을 집중시킨다. 1960년대 지어진 코코아 저장 창고를 윗부분만 변경해 파도 물결을 형상화한 미래형 건축물로 변신시켰다. 콘서트하우스에 들어서면 유럽에서 가장 길다는 80m 길이의 에스컬레이터가 함부르크의 새로운 전망대에 이르게 한다. 파노라마 창문을 통해 엘베필하모니 플라자를 한 바퀴 돌며 하펜시티와 함부르크 시내를 감상할 수 있다. 이 건물엔 세 개의 콘서트홀을 비롯해 웨스틴호텔과 아파트, 쇼핑 공간이 들어선다.
◆브람스부터 비틀스까지
엘베필하모니 플라자가 개관했으니 클래식 음악 팬이라면 함부르크를 찾아야 할 절호의 기회다. 함부르크는 브람스와 멘델스존의 고향이자 바흐의 라이벌로 불린 텔레만이 활동한 도시다. 풍요로웠던 삶에 일찍이 문화 수준이 높았던 터라 클래식 음악이 발달할 수 있었고, 독일 오페라 발상지가 됐다. 그 명성은 함부르크 필하모닉 주립 관현악단이 이어가고 있다. 엘베필하모니 플라자에 마련된 세 개의 콘서트홀에서 이들의 솜씨를 확인할 수 있다. 우아한 콘서트홀을 나서 항구를 따라 서쪽을 향해 걷는다. 관광객은 물론 선원과 상인들로 북적이는 항구는 삶의 향기로 가득하다. 이를 둘러보며 천천히 30분 정도 산책하면 함부르크의 뜨거운 나이트라이프 명소인 ‘리퍼반’이 나온다. 리퍼반은 항구 도시라면 하나씩 갖추고 있는 환락가다. ‘세상에서 가장 죄 많은 1마일’로 불리는 곳으로 스트립쇼 클럽, 카바레, 성인용품점, 나이트 클럽이 자리한다. 이렇게만 보면 위험하고 지저분할 것만 같은데 그렇지 않다.
밤이 되면 붉은 네온사인이 거리를 밝혀주는 데다 고급스러운 바, 좋은 공연이 열리는 라이브 클럽들도 속속 문을 열어 사람들로 북적이니 더 안전한 느낌을 받는다. 리퍼반은 독일은 물론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꿈을 펼치던 곳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영원한 록의 신화로 불리는 비틀스다. 비틀스는 초창기인 1960~1962년 리퍼반에 있는 클럽에서 공연하며 세상에 얼굴을 알렸다. 존 레넌은 “난 리버풀에서 태어났지만 함부르크에서 자랐다”고 할 정도로, 그들에게 리퍼반에서 보낸 시간은 각별했다. 리퍼반 역에 내리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이 비틀스광장이다. 비틀스 멤버들을 실루엣으로 형상화한 조형물이 반긴다. 광장과 거리 곳곳에서 또 다른 비틀스를 꿈꾸는 길거리 음악가들이 자신만의 음악을 연주한다. 2006년에 시작한 리퍼반 페스티벌은 세계 각국에서 온 신인 뮤지션들이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는 무대다.
여행팁
◆항공편=함부르크까지 직항편은 없다. 루프트한자독일항공은 인천~함부르크를 잇는 가장 빠른 항공편을 제공한다. 오후 2시45분에 출발, 프랑크푸르트에서 환승해 당일 오후 9시5분에 도착, 13시간20분 소요된다. 이외에도 프랑크푸르트와 뮌헨에서 환승하는 다양한 스케줄의 항공편이 있다.
◆독일 철도 패스=독일 내 도시를 여행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독일은 기차 여행의 강국이다. 초고속 기차인 이체에(ICE)부터 지방선까지 독일 구석구석을 연결한다. 여러 도시를 여행한다면 독일 철도 패스를 구입할 것. 독일 및 국경 근교 도시까지 독일 패스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유럽의 철도 패스 배급사인 레일유럽은 9월28일까지 독일 철도 패스 20% 할인 프로모션을 한다.
함부르크=글·사진 서다희 여행작가 mynextcit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