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호의 데스크 시각] '반쪽짜리 문화정책' 탈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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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호 문화부장 danielc@hankyung.com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눈길 끄는 보도자료를 냈다. 공공미술관이 전시회 참여 작가들에게 보수를 지급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미술관이 제작 의뢰를 했든 이미 만든 작품을 가져와 전시하든 관계없이 작가에게 ‘월급’ 성격의 보수를 주겠다는 얘기다. 중견·원로 작가는 한 달간 전시에 참여하면 472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은 미술관이 제작 의뢰한 경우 제작비를 지급해왔다. 제작비에는 ‘보수’를 포함시켰다는 게 전시 기관의 설명이다. 그러나 기존 작품을 전시할 땐 작가에게 1원 한 푼 지급하지 않았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빠듯한 예산으로 전시회를 꾸려야 하는 미술관 처지에선 불가피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 말로 작가의 ‘열정 페이’를 미술관이 강요한 셈이다. 문화당국은 이런 관행 자체가 잘못이라 본 것 같다. 예술 창작도 노동의 일종이고 보면 정당한 대가가 주어져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다.
30% 쪼그라든 미술시장
그러나 고개를 돌려 국내 미술시장 현실과 마주하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국내 미술시장(화랑 판매+경매) 규모는 연간 4000억원대다. 이것도 작년 기준이다. 올해는 25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연간 1500억원 정도는 거뜬히 구입(컬렉션용)해 주던 미술관 리움이 시장에서 발을 뺀 충격파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그의 어머니 홍라희 리움 관장이 사퇴한 게 결정타였다.
미술계 관계자는 “그나마 작품을 사주던 리움이 사라지면서 국내 미술시장 인프라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작가들의 작품 활동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어 심히 걱정된다”고 했다.
실상을 한꺼풀 더 벗겨보자. 국내 미술시장의 ‘큰손’은 개인 컬렉터와 미술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억대 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는 개인 컬렉터는 국내에 100~150명에 불과하다. 미술 작품의 가치를 쳐주는 우리 사회 눈높이가 아직도 개발도상국 수준이어서 개인 컬렉터도 그만큼 적다. 미술관은 작품 전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진 작가 등의 작품을 사주고 육성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문제는 이런 여력이 있는 미술관이 리움 정도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이제는 그마저도 없다.
미술품 기증에 稅 감면 필요
문화정책당국은 이렇게 고사돼 가는 시장을 살릴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그런 움직임이나 의지가 크게 보이지 않는다. 바닥난 문예진흥기금을 대신해 정부일반회계에서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예술인 복지금고 운영, 문화예술계 표준계약서 도입 등에 역점을 두겠다고 할 뿐이다. 전시 작가 월급제 같은 유(類)나 고민하지, 미술을 비롯한 문화예술시장 자체의 활성화 대책은 언급이 없다. 화랑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미술품을 구입해 미술관에 기증하면 그 금액만큼 세 감면 혜택을 줄 수 있지 않느냐”며 “왜 그런 대책에 대한 정부 고민은 없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문화예술계 지원 취지여서 법인세율 인상 기조와 어긋나지 않는다는 말도 ‘친절하게’ 덧붙였다.
민간의 자원과 역량을 활용하면 국내 문화예술계를 살찌울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있다. 업계 및 세정당국과 머리를 맞대면 그런 근본 해결책을 고안해 낼 수 있다. 이를 못 본 체하고 관련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만 강조하는 것은 ‘반쪽짜리 문화정책’일 뿐이다.
장규호 문화부장 danielc@hankyung.com
그동안은 미술관이 제작 의뢰한 경우 제작비를 지급해왔다. 제작비에는 ‘보수’를 포함시켰다는 게 전시 기관의 설명이다. 그러나 기존 작품을 전시할 땐 작가에게 1원 한 푼 지급하지 않았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빠듯한 예산으로 전시회를 꾸려야 하는 미술관 처지에선 불가피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 말로 작가의 ‘열정 페이’를 미술관이 강요한 셈이다. 문화당국은 이런 관행 자체가 잘못이라 본 것 같다. 예술 창작도 노동의 일종이고 보면 정당한 대가가 주어져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다.
30% 쪼그라든 미술시장
그러나 고개를 돌려 국내 미술시장 현실과 마주하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국내 미술시장(화랑 판매+경매) 규모는 연간 4000억원대다. 이것도 작년 기준이다. 올해는 25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연간 1500억원 정도는 거뜬히 구입(컬렉션용)해 주던 미술관 리움이 시장에서 발을 뺀 충격파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그의 어머니 홍라희 리움 관장이 사퇴한 게 결정타였다.
미술계 관계자는 “그나마 작품을 사주던 리움이 사라지면서 국내 미술시장 인프라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작가들의 작품 활동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어 심히 걱정된다”고 했다.
실상을 한꺼풀 더 벗겨보자. 국내 미술시장의 ‘큰손’은 개인 컬렉터와 미술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억대 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는 개인 컬렉터는 국내에 100~150명에 불과하다. 미술 작품의 가치를 쳐주는 우리 사회 눈높이가 아직도 개발도상국 수준이어서 개인 컬렉터도 그만큼 적다. 미술관은 작품 전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진 작가 등의 작품을 사주고 육성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문제는 이런 여력이 있는 미술관이 리움 정도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이제는 그마저도 없다.
미술품 기증에 稅 감면 필요
문화정책당국은 이렇게 고사돼 가는 시장을 살릴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그런 움직임이나 의지가 크게 보이지 않는다. 바닥난 문예진흥기금을 대신해 정부일반회계에서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예술인 복지금고 운영, 문화예술계 표준계약서 도입 등에 역점을 두겠다고 할 뿐이다. 전시 작가 월급제 같은 유(類)나 고민하지, 미술을 비롯한 문화예술시장 자체의 활성화 대책은 언급이 없다. 화랑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미술품을 구입해 미술관에 기증하면 그 금액만큼 세 감면 혜택을 줄 수 있지 않느냐”며 “왜 그런 대책에 대한 정부 고민은 없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문화예술계 지원 취지여서 법인세율 인상 기조와 어긋나지 않는다는 말도 ‘친절하게’ 덧붙였다.
민간의 자원과 역량을 활용하면 국내 문화예술계를 살찌울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있다. 업계 및 세정당국과 머리를 맞대면 그런 근본 해결책을 고안해 낼 수 있다. 이를 못 본 체하고 관련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만 강조하는 것은 ‘반쪽짜리 문화정책’일 뿐이다.
장규호 문화부장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