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소비욕망의 공간…모든 게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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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현대미술의 아버지' 크레이그 마틴 서울 개인전
마틴의 색다른 미학
일상용품 크기·색깔 바꿔 알루미늄판에 시각화
관람객에게 상상력 자극
두 번째 서울 전시회…11월5일까지 갤러리 현대서
디지털시대 유행한 핸드폰 등 색·면으로 재구성한 30점 소개
마틴의 색다른 미학
일상용품 크기·색깔 바꿔 알루미늄판에 시각화
관람객에게 상상력 자극
두 번째 서울 전시회…11월5일까지 갤러리 현대서
디지털시대 유행한 핸드폰 등 색·면으로 재구성한 30점 소개
영국 1세대 개념미술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76)은 평생 예술과 일상 사이에서 대중과 소통을 추구하며 숨가쁘게 달려왔다. 예술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던 12~13세부터 화가의 꿈을 키웠던 그는 파블로 피카소와 앙리 마티스의 화집을 보고 그림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술을 접하면서 예술이란 완전히 이해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많은 상상력이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의식 속에 가둘 수 없다는 생각도 했다. 예술의 이런 점은 그를 매혹시켰고, 붓과 물감을 들어 현대사회의 속내를 깊게 파고들어 ‘영국 현대미술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었다.
오는 11월5일까지 서울 사간동의 갤러리 현대(대표 도형태)에서 열리는 크레이그 마틴 개인전 ‘All in All’은 그의 예술적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자리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전시장을 채운 30여 점의 대형 작품은 일상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소비문화와 욕망을 알루미늄판에 붓과 물감으로 응고시킨 최근작이다. 투철한 장인정신으로 사물을 관찰한 다음 오랜 시간 속에서 회화 언어로 다듬어낸 그의 분신이다.
마틴은 조각과 회화 장르를 넘나들며 우리 주변의 사물과 단순화된 이미지의 낯선 결합, 재배치를 통해 사물의 본래적 의미를 없애고 새로운 의미를 떠오르도록 작업해왔다. 미국 예일대에서 공부한 그는 1994년부터 2002년까지 골드스미스대 교수로 재임한 덕분에 데미언 허스트, 줄리언 오피, 트레이시 에민 등 쟁쟁한 ‘yBa(young British artists)’그룹 작가의 대부(代父)로 불렸다. 2001년 영국 왕실로부터 대영제국 커맨더 훈장(CBE), 작년에는 기사작위를 받았다.
지난 21일 두 번째 서울 개인전에 맞춰 한국을 찾은 마틴은 “예술은 주변에 있는 익숙한 대상을 다뤄 낯설게 보이게 하는 것이지 무엇도 새로 만들어내지는 않는다”고 했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뒤샹이 그랬던 것처럼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가 일상적인 사물 이미지의 크기와 색을 마음대로 변용해 현대인의 소비문화에 대한 시대적 변화를 읽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겉으로는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내면은 복잡한 작업”이라며 “관람객에게 아름다운 상상력을 자극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평범한 생활용품이 그려진 그의 작품은 우리 시대 회화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알루미늄판에 이미지를 프로젝터로 쏜 뒤 윤곽선을 만들고 아크릴 물감을 많게는 수십 번씩 롤러에 찍어 채색하는 식이다. 예전에는 안경·의자·전구·옷걸이·소화기 등이 주요 소재였다면 최근에는 디지털 시대 소비문화의 상징인 아이폰·노트북·무선 마우스·선글라스·자동차 운전대 등이 등장한다. 사물을 과감하게 확대해 일부만을 보여주면서 관람객이 나머지를 채워넣도록 하는 접근법 역시 이채롭다.
작가는 “한국, 유럽, 아프리카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일상의 물건은 세계 공통의 언어”라며 “이런 오브제와 그 이미지(작품)는 시대상과 현실, 가치관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회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1990년대에는 색채를 사용하지 않고 주로 흑백을 사용했다. 가령 주스나 테이블에는 실제 컬러가 있지만 오브제와 분리해 생각하지 않고 오브제에 결부돼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짙은 명암의 추상적 빛깔만 남으면서 컬러의 잔소리들이 사라지니 대상의 본질이 또렷해졌다.
하지만 점차 이미지의 세계와 오브제의 세계가 구분돼 있다는 걸 깨달았다. 가령 책만 해도 이미지화하면 크기를 바꿀 수 있고, 열었다 닫을 수 있어 상상력의 한계치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10년에는 알파벳 단어를 회화에 도입해 주목받았고, 최근에는 영화 촬영기법처럼 사물의 끝을 잘라버리고 몸통만 보여주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는 “화면에 담긴 사물들은 현실의 특정한 물품이 아니라 각 사물의 보편적인 특성을 추출해내 만든 형상들”이라며 “현대 사회는 오브제와 이미지로 이뤄진 소비욕망의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02)2287-35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전시장을 채운 30여 점의 대형 작품은 일상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소비문화와 욕망을 알루미늄판에 붓과 물감으로 응고시킨 최근작이다. 투철한 장인정신으로 사물을 관찰한 다음 오랜 시간 속에서 회화 언어로 다듬어낸 그의 분신이다.
마틴은 조각과 회화 장르를 넘나들며 우리 주변의 사물과 단순화된 이미지의 낯선 결합, 재배치를 통해 사물의 본래적 의미를 없애고 새로운 의미를 떠오르도록 작업해왔다. 미국 예일대에서 공부한 그는 1994년부터 2002년까지 골드스미스대 교수로 재임한 덕분에 데미언 허스트, 줄리언 오피, 트레이시 에민 등 쟁쟁한 ‘yBa(young British artists)’그룹 작가의 대부(代父)로 불렸다. 2001년 영국 왕실로부터 대영제국 커맨더 훈장(CBE), 작년에는 기사작위를 받았다.
지난 21일 두 번째 서울 개인전에 맞춰 한국을 찾은 마틴은 “예술은 주변에 있는 익숙한 대상을 다뤄 낯설게 보이게 하는 것이지 무엇도 새로 만들어내지는 않는다”고 했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뒤샹이 그랬던 것처럼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가 일상적인 사물 이미지의 크기와 색을 마음대로 변용해 현대인의 소비문화에 대한 시대적 변화를 읽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겉으로는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내면은 복잡한 작업”이라며 “관람객에게 아름다운 상상력을 자극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평범한 생활용품이 그려진 그의 작품은 우리 시대 회화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알루미늄판에 이미지를 프로젝터로 쏜 뒤 윤곽선을 만들고 아크릴 물감을 많게는 수십 번씩 롤러에 찍어 채색하는 식이다. 예전에는 안경·의자·전구·옷걸이·소화기 등이 주요 소재였다면 최근에는 디지털 시대 소비문화의 상징인 아이폰·노트북·무선 마우스·선글라스·자동차 운전대 등이 등장한다. 사물을 과감하게 확대해 일부만을 보여주면서 관람객이 나머지를 채워넣도록 하는 접근법 역시 이채롭다.
작가는 “한국, 유럽, 아프리카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일상의 물건은 세계 공통의 언어”라며 “이런 오브제와 그 이미지(작품)는 시대상과 현실, 가치관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회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1990년대에는 색채를 사용하지 않고 주로 흑백을 사용했다. 가령 주스나 테이블에는 실제 컬러가 있지만 오브제와 분리해 생각하지 않고 오브제에 결부돼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짙은 명암의 추상적 빛깔만 남으면서 컬러의 잔소리들이 사라지니 대상의 본질이 또렷해졌다.
하지만 점차 이미지의 세계와 오브제의 세계가 구분돼 있다는 걸 깨달았다. 가령 책만 해도 이미지화하면 크기를 바꿀 수 있고, 열었다 닫을 수 있어 상상력의 한계치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10년에는 알파벳 단어를 회화에 도입해 주목받았고, 최근에는 영화 촬영기법처럼 사물의 끝을 잘라버리고 몸통만 보여주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는 “화면에 담긴 사물들은 현실의 특정한 물품이 아니라 각 사물의 보편적인 특성을 추출해내 만든 형상들”이라며 “현대 사회는 오브제와 이미지로 이뤄진 소비욕망의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02)2287-35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