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창경궁 등 4대 고궁은 때맞춰 전시, 공연, 강좌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한가위 연휴 기간인 오는 30일부터 10월9일까지는 무료로 개방한다.
전시·공연과 함께하는 고궁 나들이
경복궁은 10월30일까지 수정전 앞 꽃담무대에서 매일 오후 3시30분부터 40여분간 ‘고궁음악회’를 연다. ‘고궁 돌담에 기대어 듣는 우리 음악’이라는 제목으로 국악 실내악단 ‘하늘소리’, 실내악그룹 ‘나뷔’ 등이 전통국악, 판소리, 창작국악을 들려준다. 입장객이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디지털 문화재 영상콘텐츠를 활용해 궁궐과 다양한 문화재의 가치와 의미를 전달하는 전시도 볼 수 있다. 문화재청과 LG전자, 한국문화재재단이 경복궁에서 10월9일까지 여는 ‘최고의 작품을 만나다. 우리문화유산’전이다. 곳곳에 설치된 대형 TV 17대를 통해 경복궁 근정전 내부와 창덕궁 희정당(총석정절경도·금강산만물초승경도)과 대조전 내부 벽화(백학도·봉황도) 영상, 왕실 어보·어책 영상,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해녀문화를 소개하는 영상, 매듭장·채상장·화각장 제작 모습을 담은 영상 등을 보여준다. 영상 속에서 근정전 월대 12지신상을 찾아보는 ‘360도 가상현실(VR)존’, 궁중 의상을 입고 임금의 어좌에 앉아 보는 ‘어좌 포토존’ 등도 운영한다.
올해는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이다. 덕수궁은 이를 기념해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대한제국 황궁이던 덕수궁이란 역사적 공간에 조형적인 접근을 시도한 ‘덕수궁 야외프로젝트: 빛·소리·풍경’전을 11월26일까지 연다. 강애란, 권민호, 김진희, 양방언, 오재우, 이진준, 임수식, 장민승, 정연두 등 현대미술가들이 덕수궁에 스며든 역사적 배경과 공간적 특성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각각 사진, 드로잉, 설치예술, 영상, 소리 등으로 표현한 작품 9점을 전시한다.
관람객들은 대한문, 중화전 동행각, 석조전, 석어당, 덕홍전, 함녕전 등을 거닐며 덕수궁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현대미술가 특유의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볼 수 있다.
국악에서 가장 느린 음악인 가곡(歌曲)의 정수를 들을 수 있는 무대도 마련된다. 30일 오후 4시부터 창경궁 통명전에서 열리는 중요 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공개 행사다. 가곡 예능 보유자인 김경배 명인이 무대에 오른다. 시조를 5장 형식에 얹어 피리·젓대·가야금·거문고·해금 등의 반주에 맞춰 부르는 가곡을 들려준다.
달빛 물드는 가을밤 고궁의 운치
은은한 달빛 아래 조명이 환하게 비추는 전각들을 둘러볼 수 있는 야간 특별 관람은 낮에는 경험할 수 없는 고궁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창덕궁은 11월5일까지 매주 목~일요일 오후 8시부터 궁 곳곳을 돌아보는 특별 관람 프로그램인 ‘창덕궁 달빛기행’을 운영한다. 정문인 돈화문에서 청사초롱을 받는 것으로 달빛기행이 시작된다. 청사초롱을 들고 인정전과 낙선재, 부용지, 연경당, 후원 숲길을 거닌다. 연경당에서는 다과를 맛보며 국악 공연을 감상하고, 낙선재 후원 누각인 상량정에서는 서울 도심 야경을 바라볼 수 있다. 목~토요일은 내국인, 일요일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 다음달 7·14·21일은 오후 7시와 8시 두 차례 운영한다. 참가비는 3만원이며, 회당 정원은 100명이다.
경복궁의 야간 관람은 30일까지다. 관람 시간은 오후 7시30분~9시30분으로 오후 8시30분에 입장을 마감한다. 관람 요금은 3000원.
덕수궁은 다른 고궁과는 달리 야간에도 상시 개방한다. 사전 예매 없이 입장권(1000원)을 구매하면 해가 진 뒤 들어갈 수 있다. 대신 다른 고궁에 비해 야간 관람 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짧은 편이다. 오후 8시에 입장을 마감한다. 야간 관람 포인트는 덕수궁 중화전과 서양식 건물 석조전이다. 흰색 조명을 받는 석조전이 조명 색이 계속 변하는 분수와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야경을 빚어낸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