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스텔바쟉이 제작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제복, 추기경들을 위한 미사복(사진: 까스텔바쟉)
까스텔바쟉이 제작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제복, 추기경들을 위한 미사복(사진: 까스텔바쟉)
교황도 입고, 레이디가가도 입었다. JKL파트너스와 신한BNP파리바는 총 450억원을 투자했다. 패션그룹형지가 공을 들여 인수한 '까스텔바쟉'의 이야기다.

패션그룹형지는 2014년 6월 까스텔바쟉의 국내 상표권을 인수하면서 골프웨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은 "까스텔바쟉의 명성과 패션그룹형지의 생산, 유통, 마케팅 노하우를 바탕으로 골프웨어를 패션사업 부문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형지는 지난해 9월 까스텔바쟉 본사를 인수했고, 골프웨어 국내 론칭 3년 만에 연 매출 1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까스텔바쟉은 세계 유명 브랜드 인수를 숙원했던 최병오 회장의 현실화된 꿈이면서 동시에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까스텔바쟉은 1978년 프랑스 패션디자이너 장 샤를르 드 까스텔바쟉(JeanCharles de Castelbajac)이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든 브랜드다.

까스텔바쟉의 브랜드 로고 블라종 (사진:까스텔바쟉)
까스텔바쟉의 브랜드 로고 블라종 (사진:까스텔바쟉)
타원형의 브랜드 로고 블라종(blason)은 '가문의 문장'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장 샤를르 드 까스텔바쟉의 머리글자인 J, C, C와 귀족을 의미하는 왕관, 생명과 탄생을 상징하는 달걀 모양에서 유래됐다.

디자이너 까스텔바쟉은 일상에 예술을 접목했다. 패션을 대중적인(pop) 시각에서 다뤘다. 기능성 만을 강조하던 스포츠웨어에 라인을 넣고 원색을 입혔다.

강동민 까스텔바쟉 사업본부장은 "디자이너 까스텔바쟉은 세계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과 사회구조에 관한 철학적 의미를 강렬한 색과 변형된 형태의 화면 구성에 녹여 내어 프랑스 예술계를 놀라게 한 팝아트(pop-art)의 거장"이라며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컬렉션으로 세계 패션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는 패션 디자이너"라고 소개했다.

유명 인사들이 그가 만든 옷을 입었다. 무지개가 그려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제복과 추기경들을 위한 미사복은 그의 작품이다.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았던 레이디가가의 초록색 개구리 인형 코트도 그가 만들었다. 마돈나와 비욘세, 케이티 페리 등이 까스텔바쟉을 찾았다.

친구이자 동료인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 장난감 브랜드 레고, 가방 브랜드 키플링과도 협업을 진행했다.

국내에 출시된 브랜드 까스텔바쟉도 이 같은 그의 감성을 담았다. '필드 위에 예술을 입힌다'를 주제로 팝아트 감성을 담은 독특한 골프웨어를 잇따라 선보였다. 올해 여름 시즌에는 만화적 감성의 팝아트 시리즈를 출시했다.
사진: 까스텔바쟉
사진: 까스텔바쟉
소비자들의 호응은 매출로 이어졌다. 골프웨어 출시 첫해인 2015년 매출액은 281억원, 이듬해 매출액은 7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6% 급성장했다. 올해는 1000억원의 매출을 기대 중이다.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사모펀드들의 투자도 이뤄졌다. 작년 6월 JKL파트너스와 신한BNP파리바는 까스텔바쟉에 전환우선주 형식으로 450억원을 투자해 지분 36%를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 64%는 패션그룹형지가 보유하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프랑스 디자이너 까스텔바쟉이 파리에서 계속 활동 중이며 풍부한 브랜드 스토리와 디자인 자원을 갖고 있어 다른 브랜드에 비해 확고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까스텔바쟉은 이 같은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캐주얼, 악세사리, 아동복, 홈리빙 등에 까스텔바쟉의 감성을 더해 폴로(polo)와 같은 토털 브랜드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현재 라이선스 사업으로 형지에스콰이아가 핸드백·액세서리 브랜드인 '쟝 샤를 드 까스텔바쟉'을, 패션그룹형지가 홈리빙 전문 브랜드 '까스텔바쟉 홈'을 론칭했다.

강동민 본부장은 "까스텔바쟉은 폴로, 빈폴과 같은 토탈 브랜드를 만들어 해외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며 "프랑스에서 까스텔바쟉을 인수해왔지만 우리의 기술력과 노하우로 브랜드를 발전시켜 세계 시장에 역수출할 것이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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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