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휴대폰 판매 안된다"… 규제로 변질된 단말기 자급제
대기업 계열 유통점의 휴대폰 판매를 금지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이 발의됐다. 통신비 인하 대책 중 하나로 업계 및 정치권 일각에서 논의가 시작된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대기업 규제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단말기 완전자급제 시행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20대 국회에서 두 번째로 나온 단말기 자급제 법안이다. 앞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8일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휴대폰 판매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게 핵심이다. TV를 구매하는 것처럼 소비자가 전자제품 유통점 등에서 휴대폰을 구입한 뒤 원하는 통신사 서비스에 가입하면 된다. 한 통신사를 선택해 휴대폰과 통신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구매하는 지금의 방식과 차이가 있다. 휴대폰 제조사는 중국 등 해외 제조사와의 단말기 가격 경쟁이 불가피해지고, 통신 3사는 단말기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아도 돼 통신비 인하 여력이 커질 것이라는 게 이 제도의 도입 취지다.

하지만 박 의원이 이날 발의한 개정안은 단말기 완전자급제 시행 시 대기업 계열 유통채널의 단말기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향후 국회 법안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예컨대 삼성 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 하이마트 등의 단말기 판매를 막겠다는 것이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대기업이 단말기 판매시장을 장악하면 골목상권 내 영세 유통점의 대규모 폐업이 불가피해 이런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들은 박 의원 법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전형적인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법안”이라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반시장주의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여야가 모두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을 발의했지만 정부는 이 제도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