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 헬기탑승 장소 통보받는 주한 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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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반도…미국 민간인 대피령 없다지만
GE·GM 등 국내진출 기업 비상 연락망 가동
수출 계약했더니 "전쟁 났을 때 비상계획 있나"
미국 194전투대대 10월 가족들 대상 대피작전 설명
주한미군 "1년에 두차례 통상적으로 하는 훈련"
GE·GM 등 국내진출 기업 비상 연락망 가동
수출 계약했더니 "전쟁 났을 때 비상계획 있나"
미국 194전투대대 10월 가족들 대상 대피작전 설명
주한미군 "1년에 두차례 통상적으로 하는 훈련"
국내 한 대기업에 근무 중인 미국인 A씨는 최근 섬뜩한 이메일을 받았다. 유사시에 헬기를 탈 구체적인 장소와 관련 정보가 담긴 것이었다. 주미대사관을 통해 받은 메일 발신지는 미합중국(USA) 정부로 돼 있었다. A씨는 “한반도 전쟁 위기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출장 금지하기도
우리 국민의 안보 불감증은 여전하지만 한국에 사는 미국인들, 미국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들이 체감하는 불안감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제너럴모터스(GM) 등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직원들의 비상 연락망을 수시로 가동하고, 유사시 집결지 등도 안내·통보하고 있다. 볼보와 사브, 이케아 등 국내에 진출한 스웨덴 기업의 모임인 주한스웨덴상공회의소도 오는 28일 조찬 모임에서 비상시 대응요령에 대해 교육할 예정이다.
다음달 초 구매 상담을 위해 방한할 예정이었던 유럽의 한 화학업체는 일정을 취소했다. 이 기업에 다니는 한국인 직원은 “지난달 까지만 해도 자유롭게 왕래하던 해외 업체 직원들이 이달 들어 완전히 사라져 우리 직원들도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해외 업체와 수출계약을 체결한 한 회사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경우 계약을 이행할 수 있는 비상계획을 제시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전시에 미국 민간인을 철수시키는 ‘비전투원 소개 작전(NEO: noncombatant evacuation operation)’ 관련 공지문이 최근 온라인에서 유포됐다. 경기 평택에 있는 주한미군 제194전투근무지원대대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달 4일 평택 기지에 있는 6315빌딩에서 소개작전에 대해 설명한다는 내용이었다. 대상은 제194전투근무지원대대원과 그 가족들로 정했다. 지난 13일엔 엘리자베스 코드레이 미 국방부 부차관보가 대구에 있는 제19원정지원사령부를 방문해 국내 거주 미국인의 대피작전 등을 점검하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 관계자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매년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NEO 훈련을 하고 있다”며 “다음달 정기 훈련을 앞두고 194전투근무지원대대가 사전 교육에 나선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코드레이 부차관보도 소개 작전 담당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평창올림픽에도 불똥?
전쟁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부쩍 확산하고 있는 것은 ‘한반도 10월 위기설’과 관련이 깊다. 주한미군이 통상적이라지만 10월 소개작전 훈련을 하고, 북한이 다음달 10일인 노동당 창건일에 대형 도발을 하면 미국이 대북 군사적 옵션을 쓸지 모른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국내에선 전쟁에 대비해 ‘생존배낭’과 라디오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달 들어 옥션을 비롯한 인터넷쇼핑몰에서 방독면과 전투식량 등 재난 대비용 물품 판매량은 1년 전보다 50% 이상 늘었다. 서울 강남의 한 해운업체는 사원들에게 추석 선물로 전투식량 등이 담긴 ‘생존가방’을 나눠줬다.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불참 국가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AFP는 지난 22일 카를 슈토스 오스트리아 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이 “(한반도) 상황이 악화해서 선수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면 우리는 한국에 가지 않겠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앞서 프랑스도 로라 플레셀 체육부 장관이 현지 라디오 방송사 RTL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북핵 문제를 둘러싼) 상황이 악화하고 있어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프랑스 대표팀은 국내에 있게 된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이에 대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참가국 95개국 중 현재까지 불참 의사를 밝힌 나라는 한 곳도 없다”며 “최근 불참과 관련한 보도는 부풀려지거나 잘못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정인설/김보형/최진석 기자 surisuri@hankyung.com
우리 국민의 안보 불감증은 여전하지만 한국에 사는 미국인들, 미국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들이 체감하는 불안감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제너럴모터스(GM) 등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직원들의 비상 연락망을 수시로 가동하고, 유사시 집결지 등도 안내·통보하고 있다. 볼보와 사브, 이케아 등 국내에 진출한 스웨덴 기업의 모임인 주한스웨덴상공회의소도 오는 28일 조찬 모임에서 비상시 대응요령에 대해 교육할 예정이다.
다음달 초 구매 상담을 위해 방한할 예정이었던 유럽의 한 화학업체는 일정을 취소했다. 이 기업에 다니는 한국인 직원은 “지난달 까지만 해도 자유롭게 왕래하던 해외 업체 직원들이 이달 들어 완전히 사라져 우리 직원들도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해외 업체와 수출계약을 체결한 한 회사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경우 계약을 이행할 수 있는 비상계획을 제시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전시에 미국 민간인을 철수시키는 ‘비전투원 소개 작전(NEO: noncombatant evacuation operation)’ 관련 공지문이 최근 온라인에서 유포됐다. 경기 평택에 있는 주한미군 제194전투근무지원대대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달 4일 평택 기지에 있는 6315빌딩에서 소개작전에 대해 설명한다는 내용이었다. 대상은 제194전투근무지원대대원과 그 가족들로 정했다. 지난 13일엔 엘리자베스 코드레이 미 국방부 부차관보가 대구에 있는 제19원정지원사령부를 방문해 국내 거주 미국인의 대피작전 등을 점검하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 관계자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매년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NEO 훈련을 하고 있다”며 “다음달 정기 훈련을 앞두고 194전투근무지원대대가 사전 교육에 나선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코드레이 부차관보도 소개 작전 담당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평창올림픽에도 불똥?
전쟁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부쩍 확산하고 있는 것은 ‘한반도 10월 위기설’과 관련이 깊다. 주한미군이 통상적이라지만 10월 소개작전 훈련을 하고, 북한이 다음달 10일인 노동당 창건일에 대형 도발을 하면 미국이 대북 군사적 옵션을 쓸지 모른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국내에선 전쟁에 대비해 ‘생존배낭’과 라디오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달 들어 옥션을 비롯한 인터넷쇼핑몰에서 방독면과 전투식량 등 재난 대비용 물품 판매량은 1년 전보다 50% 이상 늘었다. 서울 강남의 한 해운업체는 사원들에게 추석 선물로 전투식량 등이 담긴 ‘생존가방’을 나눠줬다.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불참 국가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AFP는 지난 22일 카를 슈토스 오스트리아 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이 “(한반도) 상황이 악화해서 선수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면 우리는 한국에 가지 않겠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앞서 프랑스도 로라 플레셀 체육부 장관이 현지 라디오 방송사 RTL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북핵 문제를 둘러싼) 상황이 악화하고 있어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프랑스 대표팀은 국내에 있게 된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이에 대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은 “참가국 95개국 중 현재까지 불참 의사를 밝힌 나라는 한 곳도 없다”며 “최근 불참과 관련한 보도는 부풀려지거나 잘못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정인설/김보형/최진석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