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협 프로가 지난 10일 끝난 ‘메가오픈’에서 집게그립을 잡고 퍼팅을 하고 있다. 한경DB
현정협 프로가 지난 10일 끝난 ‘메가오픈’에서 집게그립을 잡고 퍼팅을 하고 있다. 한경DB
집게그립은 일반 그립보다 직진성이 좋다는 게 전문가와 집게그립을 잡는 선수들의 얘기다. 왼손목을 고정한 채 오른손 손가락 감각으로만 방향을 컨트롤하기 때문이다. 임경빈 프로는 “왼손목이 꺾이지 않아 역그립처럼 방향성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단거리 퍼팅 방향 정확도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잡는 방법은 간단하다. 왼손은 일반 그립을 잡듯 평범하게 그립을 잡으면 된다. 엄지손가락을 샤프트와 일직선으로 잡아 균형을 맞춘다. 오른손은 골퍼마다 약간씩 다르다. 자신의 체형이나 느낌에 맞춰 다양하게 선택하면 된다. 크게 두 종류다. 오른 손바닥이 홀 쪽으로 향하는 방식과 골퍼의 다리 쪽으로 향하는 방식이다. 오른 손가락 감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손바닥이 홀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그립을 끼우는 게 보통이지만 검지를 그립에 밀착하는 경우도 있다.

그립을 잡을 때 신경써야 할 요령은 두 가지다. 우선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를 살짝 조여 손과 그립의 밀착감을 높여야 한다. 두 번째는 왼손과 오른손 힘의 균형을 50 대 50으로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오른손이나 왼손 둘 중 한 곳에 힘이 더 들어가면 스트로크 과정에서 힘이 균형이 깨질 경우 거리와 방향감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로크 방식은 일반 퍼터와 같다. 어깨와 팔, 손이 이루는 5각형이 흐트러지지 않게 어깨와 몸통 회전으로만 해야 한다.

이병옥 프로는 “양손 손목을 극도로 절제하는 그립인 만큼 어깨의 시소운동으로만 스트로크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손목 움직임 절제라는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선 그립도 가는 그립보다 두꺼운 그립이 좋다는 설명이다.

약점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거리를 많이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2001년 국내 처음으로 집게그립을 선보인 박도규 프로는 “롱퍼팅을 하면 다운 스트로크에서 지그재그로 흔들리는 경향이 있어 방향성과 거리감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게 흠”이라며 “단거리는 집게그립, 장거리는 일반 그립을 병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왕정훈이나 최나연 프로는 롱퍼팅에서도 집게그립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나연은 “퍼팅 스트로크의 크기와 빠르기를 늘리면 롱퍼팅에서도 긴 거리를 맞출 수 있다”며 “연습이 필수”라고 말했다. 오른손이 일반 그립보다 밑으로 많이 내려가기 때문에 1인치 정도 긴 퍼터를 고르는 게 좋다. 척추 각을 평소와 비슷하게 맞춰 주기 위해서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